[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현대제철 노조의 '사장실 점거 사태'가 석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노사가 지난한 협상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좀처럼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 하는 모양새다. 정부 중재를 기대하는 기류도 흐르지만 아직까진 이렇다 할 정부 움직임이 없어 경영 정상화까지 한동안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사진=현대제철 제공] |
3일 현대제철 노조가 충남 당진제철소 사장실을 점거한 지 94일째에 접어들었다.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 5월부터 당진제철소 사장실에 진을 치고 농성 중이다. 순천·인천·포항 공장 노조원들도 일제히 공장장실을 점거하고 있다.
농성전이 장기화하면서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도 석 달 넘게 현장 경영에 나서지 못 하고 있다. 안 사장은 주 2~3회 나서던 현장 시찰을 하지 못 하고 서울에서 비대면 경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특별공로금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현대자동차그룹이 계열사 직원들에게 지급한 특별공로금 400만 원을 자신들에게도 동일하게 달라는 것이다. 최근 노조는 올해 단체임금 교섭과 관련해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열고 파업 쟁의권까지 확보해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사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 임금협상이 끝난 상황에서 특별격려금을 추가 지급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농성전이 길어지자 사측은 노조를 경찰에 고발하는 등 강경 대응에도 나섰다.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출구를 찾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명분이 없고, 노조 역시 농성전을 풀 명분이 없으니 명분전이 길어지며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하청노조의 선박건조장 농성전으로 관련 공정을 50일 넘게 강제 중단했다. 파업 장기화로 회사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정부가 개입, 지난달 사태를 매듭지었다. 현대제철은 이미 경찰 고발까지 마친 상태인 만큼 이번 사태에도 정부 중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노조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하고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사측이 대화 의지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정부가 중재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정부 개입을 촉구했다. 노조의 총 파업 가능성에 대해선 "하계휴가 이후 재개될 올해 교섭 상황까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다만 대우조선 사태와 달리 현대제철이 노조 파업으로 입은 실질적 피해가 크지 않은 만큼 정부가 실제 개입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노조 파업에 따른 회사 손실을 별도 추산하고 있지 않다"면서 "노조 고소·고발 등 회사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고, 대화도 이어가고 있으니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현대제철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8221억 원·전년 동기 대비 50.8%↑)과 매출액(7조 3810억 원·31.3%↑) 모두 호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하반기 전망은 맑지 않다. 건설산업과 자동차산업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글로벌 철강재 가격이 하락세를 타면서 현대제철도 조선용 후판, 자동차 등 수요 산업과의 협상에서 가격 인하 압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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