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중국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대응으로 대만을 포위하는 군사훈련과 경제 제재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
대만을 찾은 것은 펠로시 의장인데 중국의 표적은 미국이 아닌 대만이다. 문제는 '대만 때리기'가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측과 대만 독립 세력이 계속해서 체감할 수 있는" 제재들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중국의 대응은 일회성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단호하며 점진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대만해협 군사훈련 구역이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파란색 선은 중국·대만 중간선이며 노란색으로 칠해진 구역은 대만이 주장하는 영해다. [사진=데일리메일] |
◆ 대만 '영해·영공' 차단...극초음속 미사일 투입 가능성
중국의 대만해협 군사훈련은 4일 낮 12시부터 오는 7일 낮 12시까지 지속된다. 6개의 훈련 구역은 대만을 전방위로 포위한 모습이다.
모든 훈련 구역은 중국·대만 중간선을 넘었을 뿐만 아니라 서남부, 북부, 동북부 3개 구역의 경우 대만의 영해를 침범하고 있다. 서남부 구역의 경우 대만 해안에서 불과 20㎞ 떨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공은 거의 차단된 상태다.
해상과 공중 군사훈련은 장거리 화력 실탄사격, 재래식 미사일 시험 사격 등을 포함한다. 환구시보는 "인민해방군이 대만해협을 가로질러 살아있는 장사정포를 발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대만 시민들 머리 위로 발사체가 날아다닐 수 있다는 의미다.
현지 방송 CCTV가 최근 공개한 군사훈련 장면에는 대만을 관할하는 동부전구 소속 J-20 스텔스기가 포착됐다. J-20은 미국의 최강 전투기인 F-22와 견줄 첨단 전투기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표적 정밀 타격과 제공권 장악에 쓰일 무기로 평가받는다.
CCTV는 지난달 30일 둥펑(DF)-17 극초음속 미사일로 추정되는 무기의 발사 장면을 송출됐다. 사거리가 2500㎞에 달하는 둥펑 17의 발사 모습이 방송에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군사훈련에 둥펑 17 시험발사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이 대만 영해와 영공을 사실상 봉쇄하는 이번 작전은 무력통일 시나리오 옵션 중 하나를 테스트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3일 중국 환구시보에 따르면 솨이화민 대만 예비역 중장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설정한 6개 구역은 대만의 주요 항구와 항로를 위협해 전면 봉쇄하려는 포석"이라며 무력통일 옵션 중 하나로 고사(枯死)작전을 테스트하는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과 대만 국기 위에 비치는 군용기 일러스트 이미지. 2021.04.09 [사진=로이터 뉴스핌] |
◆ 中, 대만에 '무더기' 경제 제재...앞으로가 더 걱정
중국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했다는 소식에 경제 제재 카드부터 꺼냈다. 군사훈련이 끝난 후에도 계속될 보복 조치는 경제 제재일듯 하다.
중국 상무부는 3일부터 건축자재로 쓰이는 천연 모래 대만 수출을 금지했다.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는 대만산 감귤류 과일과 냉장 갈치, 냉동 전갱이 수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일에는 해관총서에 식품으로 분류된 대만 업체 3200곳 중 2066곳이 '수입 중단' 명단에 올랐다. 로이터통신이 확인한 결과 제과·제빵 품목 107개 중 35개가 수입 중단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수출과 수입에 의존도가 큰 대만에 있어 경제 제재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대만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수입한 대만산 물품 규모는 1890억달러(약 248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양국 교역 규모는 3283억달러다.
대만의 대중 수출에 가장 많이 차지하는 전자제품, 기계 부품, 플라스틱 제품 등이 제재를 받는다면 대만 경제에도 악영향이다. 싱가포르 최대 은행 DBS그룹의 마 티에잉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대만 반도체와 제조업 관련 제재를 내릴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은 전세계 석탄 수입의 5%, 액화천연가스 5%, 원유의 경우 2%를 차지할 정도로 에너지의 대외 의존도가 높다. 중국이 해상을 포위하는 군사훈련 기간을 연장하거나 빈도를 늘린다면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싱가포르의 선박 중개업체 반체로 코스타의 랄프 리즈친스키 연구팀장은 "대만은 에너지를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데 수입로를 차단한다면 대만 경제에 재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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