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올해 2분기에도 1분기에 이어 적극적인 주식 매수 활동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증시가 고공행진하던 지난 2년 현금을 늘리며 관망세를 보이던 버핏 회장이 2분기에도 매수 활동을 이어갔다는 건 미 증시가 약세장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일부 주식의 주가가 매력적인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워렌 버핏 [사진=블룸버그] |
◆ 버크셔 2분기에도 주식 매수...단 규모는 1분기의 1/8 수준
다만 버크셔의 2분기 투자 규모는 1분기에 비해서는 8분의 1수준으로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 증시의 주요 지수는 2분기 막바지인 지난 6월 16일 저점을 찍은 후 반등세를 이어오고 있다.
15일(현지시각)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공개한 버크셔 해서웨이의 분기 투자보고서(13F)에 따르면 버크셔는 올 2분기 동안 62억달러(한화 약 8조1158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2008년 이후 최대 규모로 매입에 나섰던 1분기 511억달러(66조8899억원)에 비하면 대폭 줄어든 규모다.
특히 버핏은 2분기 자동차 금융 및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업체인 앨리 파이낸셜(ALLY)의 주식을 대거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수요 둔화 조짐에도 불구하고 애플과 전통 에너지주인 석유·가스 기업들에 대한 투자도 늘렸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 타임즈(FT)는 버핏과 그의 투자팀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수차례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미 경제에 대한 베팅을 계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 버핏 톱픽은 '애플'...에너지주도 추가 매입
버핏이 2분기 집중 매수한 종목은 애플(종목명:AAPL)과 유가 급등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미국 석유업체 옥시덴탈 페트롤리움(OXY)과 셰브런(CVX) 등 에너지주다.
2분기 버크셔는 애플 주식 390만주를 추가로 매입하며 전체 보유 규모가 8억9480만주(6월말 기준 1250억달러 규모)로 불어났다. 애플은 버크셔 매수 상위 1위 종목으로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0%에 이른다. 기술주 전반의 약세 흐름 속에 애플의 주가는 지난 6월 16일 장중 129.04달러로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이후 반등세를 이어왔다.
애플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또 2분기 버크셔는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의 주식 2200만주를 추가로 사들였으며, 셰브런은 230만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버핏은 1분기에도 옥시덴탈과 셰브런의 주식을 대거 사들여 화제가 됐는데, 2분기에도 추가 매입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화석연료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흐름이 지속되고 있지만, 한동안 전통 에너지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이어지며 고유가가 이어질 것이라는 쪽에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1분기 900만주 가량 사들였던 앨리 파이낸셜의 보유 지분도 2분기 3000만주(약10억달러어치)로 3배 이상 늘렸다. 금융 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이로 인해 버크셔가 보유한 앨리의 지분은 9.7%로 늘며, 최대 주주 중 하나로 등극하게 됐다.
버크셔는 이외에 아마존(AMZN) 주식 1000만주가량을 추가로 매입하며 전체 매입 주식 수가 1070만주로 늘어났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 중인 액티비전 블리자드(ATVI)의 주식도 2분기 400만주 추가 매수했으며, 파라마운트글로벌의 주식도 더 사들였다.
반면 기존에 들고 있던 제너럴모터스(GM), UB뱅코프(USB), 크로거(KR)의 지분은 축소하고,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VZ)와 로열티파마(RPRX)의 주식은 모두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핏은 1분기 버라이즌의 지분을 99% 축소해 약 140만주 정도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신고했는데 2분기에는 그마저 모두 정리했다.
2분기 투자 포트폴리오에 신규로 편입한 종목은 없었다.
워렌 버핏 [사진=블룸버그] |
◆ 지난 2년 현금 늘리던 버핏, 1분기 이어 2개 분기 연속 주식 매입
지난해 버크셔는 주식 매입을 늘리기보다는 자사주 매입에 전념했다. 올해 2월에는 버핏 회장은 좋은 투자 기회가 없다며 버크셔가 자사주 매입에만 전념하는 이유를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수개월 미 증시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자 버크셔도 보다 적극적인 주식 매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에너지 섹터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의 주식을 대거 매입해왔다.
WSJ에 따르면 버핏은 옥시덴탈의 부채 감축 노력뿐 아니라, 배당 지급, 자사주 매입 등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버핏의 판단은 적중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9.8% 하락한 동안 옥시덴탈 페트롤리움의 주가는 107%, 셰브론의 주가는 32%가량 급등했다. 대러 제재에 따른 에너지 공급 부족 우려 속에 국제 유가가 급등한 여파다. 다만 국제 유가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 우려 속에 지난 3월 고점 대비 30%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이날 공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버크셔가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한 기업은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BAC), 코카콜라(KO), 셰브런,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XP) 순서다. 이날 공시에 따르면 이들 5개 회사의 지분이 버크셔 전체 포트폴리오의 69%에 이른다.
[버크셔 해서웨이 2분기 보유 종목 탑 10, 자료=CNBC] koinwon@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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