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 지 97일째인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가 본사를 점거하고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하이트진로가 노동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가압류를 철회하고 해고자 전원을 복직시킬 것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화물연대는 16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고공농성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트진로는 즉각 노조탄압을 중단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사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쯤 화물연대 조합원 100여명은 하이트진로 본사 사옥 옥상과 1층 로비를 점거했다. 옥상을 점거한 노조원들은 '노조탄압 분쇄, 손배가압류 철회, 해고 철회 전원복직' 등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노조원들이 1층 로비 문을 걸어 잠그면서 본사 직원들은 오전 9시가 넘어서야 출근할 수 있었다. 서울 강남소방서는 노조원의 추락에 대비해 본사 앞에 에어매트를 설치한 상태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하이트진로 노동탄압 분쇄를 위한 고공농성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8.16 kimkim@newspim.com |
김경선 화물연대 대전지역본부장은 "많게는 30~40년 하이트진로를 위해 뼈빠지게 일하다가 더는 살 수가 없어서 노조에 가입했으나 회사는 무관심을 넘어 과도한 탄압과 해고로 조합원들을 사지로 내몰았다"며 "사측의 집회금지 가처분으로 청주에서 이천, 홍천까지 밀려나다 홍천에서는 다섯명의 조합원이 강물로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지난 4일 하이트진로지부 조합원 5명은 강원 홍천군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서 집중투쟁을 하던 도중 하이트교 아래 홍천강으로 뛰어내렸다. 이들은 경찰이 강제해선에 나서자 저항하는 과정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강에 떨어진 이들은 곧장 구조됐다.
노조는 "물가는 매년 오르고 소주값도 오르는데 하이트진로 화물노동자의 운임은 15년째 제자리"라며 "화물노동자의 절박함에서 시작한 파업이 100일이 다 되어가는데 130여명의 집단 해고, 28억원의 손배소 제기, 부동산·자동차 가압류, 75명의 조합원 연행, 3명 구속 등 노동자를 탄압하는 극단적 결과로만 귀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이트진로는 지난 한 해에만 2조2000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하이트진로의 영업이익 이면에는 15년 간 밑바닥 운임으로 신음하던 화물노동자의 희생이 있다. 하이트진로의 경영 상황이나 지불능력 면에서 화물노동자와 운송료 협의가 장기화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화물연대의 투쟁은 당분간 확산될 전망이다.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은 "더는 갈 곳 없는 처참한 화물노동자들이 내린 결론은 고공농성"이라며 "화물연대는 이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투쟁을 확산시키고 하이트진로가 교섭에 나오도록 최선을 다해 투쟁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6시 30분 하이트진로 본사 앞에서 투쟁문화제가 예정됐으며, 오는 18일에는 공공운수 결의대회가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하이트진로와 화물연대는 운송료 인상 등을 두고 수개월째 갈등을 빚고 있다.
앞서 하이트진로 이천·청주공장에서 파업을 벌였던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2명은 지난 3월 화물연대에 가입하고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했다. 수양물류는 하이트진로의 화물운송을 담당하는 100% 자회사다.
파업 과정에서 화물차주 132명은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고, 하이트진로는 법원에 이천·청주공장 집회 관련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자 화물연대는 지난 2일부터 강원 홍천공장에서 연대 집회를 진행하며 소주와 맥주 등 주류 출하를 중단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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