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수영 기자 = 고용부가 올해를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골든타임으로 규정하고, 사업장 내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등 사고 예방을 위한 정책 수립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다만 시행하는 법안마다 '모호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어 보여주기식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 8월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연내 중대재해법 개정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오는 18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시행하고 연내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할 예정이다.
우선 오는 18일 시행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보면, 상시 근로자 2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20억원 이상) 사업장이거나 7개 취약 직종 근로자를 2인 이상 고용한 10인 이상 사업장은 휴게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7개 취약 직종은 전화 상담원, 돌봄서비스 종사원, 텔레마케터, 배달원, 청소원·환경미화원, 아파트경비원, 건물경비원이다.
사업주가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거나 설치·관리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설치를 하지 않았을 경우 1차 1500만원, 2차 1500만원, 3차 1500만원 총 4500만원까지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설치된 휴게시설이 크기(최소면적 6㎡)나 위치, 온도 등 기준을 준수하지 않았을 때는 위반 항목당 과태료를 내야 한다. 1차 위반시 50만원, 2차 250만원, 3차 500만원으로 최대 1000만원 이하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단 50인 미만 사업장은 준비 기간을 고려해 1년 뒤인 내년 8월 18일부터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또 고용부는 연내 중대재해법 시행령을 개정해 사고 예방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중대재해법 개정은 앞서 처벌기준 구체화 등 전반적인 시행규칙에 대한 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중대재해법 개정에는 안전보건관리 의무에 충실한 기업을 처벌에서 감경하거나 제외해주는 내용도 거론된다.
◆ 취지는 좋지만…실효성은 '글쎄'
고용부가 적극적으로 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노동 현장에서는 허술한 부분에 대한 지적이 잇따른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시행규칙에 대한 모호성과 법적 공백이 존재해 추가적인 개정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정부 계획은 불명확한 기준으로 일단 시행하고 향후 보완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문제 개선을 위한 게 아닌 '보여주기식'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오는 18일 시행 예고된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제도는 사업장 규모와 상관없이 최소기준 6㎡만 충족하면 돼 근로자 건강권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본적으로 근로자 대표와의 '협의'를 전제하기 때문에 아무리 근로자 수가 많다하더라도 협의만 하면 6㎡만 지키면 위반사항이 아닌 셈이다.
20인 미만 사업장은 내년까지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 빠진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으로 지목된다.
또 이번 휴게시설 의무설치 대상인 7개 취약 직종에 배달원이 포함됐으나 정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플랫폼 노동자는 보호대상에서 빠졌다. 사업주가 직접 고용한 배달원만 법적 보호 대상이다.
더불어 법이 1년 전에 개정됐음에도 휴게시설 설치·관리 기준은 법 시행 직전에서야 마련돼, 현장에서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제도는 노사협의를 전제로 하는데다 취약직종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는 제외되는 등 삼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법 역시 마찬가지다. 경영계를 중심으로 안전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 얼마나 투자를 해야 적법인지에 대해 시행 전후로 논란이 일었다. 특히 법 시행 6개월에도 아직 처벌 받은 기업 최고경영책임자(CEO)는 한 명도 없다.
이에 고용부는 지난 6월부터 중대재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8, 9월 중 입법예고를 거쳐 중대재해법 개정안 시행에 들어갈 계획을 내놨다. 오는 10월엔 사고 감축을 위한 로드맵도 공개·배포하겠다는 입장이다.
중대재해법은 지난해 7월 입법예고를 거쳐 이미 올해 1월 27일부터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건설공사 규모 50억원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적용되고 있는 법이다.
최정학 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중대재해법은 기업 CEO로 하여금 근로자 사망과 현장 안전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하도록 등장한 일종의 일벌백계"라며 "사망자만 100여명 가까이 되는데 기소한 경우가 한 건이라는 의미는 법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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