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올 초부터 곡물가를 비롯한 원자재값 상승세가 거세게 이어진 가운데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라면 3사의 올해 2분기 실적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농심은 원자재·물류비 상승 직격탄을 맞은 반면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각각 식품·간편식 사업과 해외사업 성장으로 선방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심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4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한 성적으로 당초 증권업계가 예상한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135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5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성장했지만 수익은 뒷걸음질 친 것이다.
특히 해외법인을 제외한 국내 실적을 추산한 별도기준으로는 3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농심이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8년 2분기 이후 24년 만이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2년 2분기 라면 3사 실적 추이. 2022.08.18 romeok@newspim.com |
농심의 이번 실적 부진은 원자재 및 물류비 상승 여파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곡물, 유지류 등 라면 제조에 필요한 주요 원재료 가격이 올 초부터 급등한데다 환율도 오르면서 구매단가가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 유가 상승에 따른 물류비, 유틸리티 비용 등 제반 경영비용이 큰 폭으로 올라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원의 '원재료 수입가격 상승의 가공식품 물가 영향' 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가공식품 원재료인 밀(소맥)과 팜유류의 전년 동기 대비 가격상승률은 각각 63.5%, 73.9% 급등한 것으로 집계됐다.
농심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라면이 80%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라면 의존도가 높은 만큼 경쟁사 대비 원가 상승 타격을 크게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사업 비중은 40% 수준이다. 농심은 하반기 비용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농심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 시세의 상승과 높아진 환율로 인해 원재료 구매 단가가 높아졌으며 유가 관련 물류비와 유틸리티 비용 등 제반 경영비용이 큰 폭으로 상승해 영업이익이 감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이 고전하는 동안 업계 2, 3위인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원가압박에도 실적개선을 이뤘다. 오뚜기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대비 32% 늘어난 47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8% 증가한 7893억원이다. 삼양식품은 2분기 연결기준 27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2553억원이다. 이번 매출과 영업이익은 역대 분기 기준 최대 실적에 해당한다.
오뚜기는 라면 이외의 식품사업이 호조를 보이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전체 매출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20~30%로 경쟁사 대비 낮은 점도 원가 타격에서 비교적 여유로웠던 요인으로 꼽힌다. 오뚜기 관계자는 "유지류, 간편식 등 주요제품의 매출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다"며 "매출증가 대비 판관비 비중이 전년과 비슷하게 유지되고 원가절감을 위한 노력들이 영업이익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삼양식품은 지난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BTS콘서트에서 불닭볶음면 부스를 열고 제품 홍보활동을 벌였다. [사진=삼양식품] |
호실적을 달성한 삼양식품은 '수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삼양식품의 2분기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 증가한 1833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BTS(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온라인 영상에서 불닭볶음면을 먹는 장면이 퍼지면서 해외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수출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경쟁사에 원가 타격 요인으로 작용한 고환율도 수출비중이 높은 삼양식품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삼양식품도 라면사업 비중이 95%로 높은 편이지만 이중 해외 비중이 70%로 높아 고환율 수혜를 볼 수 있었다.
올해 하반기 라면업계는 글로벌 공략과 비용관리에 역랑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시장에서의 성적이 실적 희비를 가르는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내수 시장의 경우 전반적으로 매출이 늘고 있지만 원가부담으로 오히려 이익은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 차례 가격인상을 단행한 라면업체들이 1년 만에 두 번째 인상을 결정하기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날씨가 쌀쌀해지는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라면 매출이 다소 늘어나는 영향이 있다"며 "다만 원자재, 유가, 환율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비용관리 등에서 발빠르게 대응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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