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최근 북반구를 강타한 가뭄에 미국 면화 생산량이 줄고 유럽과 중국 강이 메말라 선박 운용에 차질이 생기는 등 공급망 혼란이 가중돼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부추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세계 주요 경제국에서 올 여름 가뭄이 극심한 탓에 농업 뿐만 아니라 전력, 제조업, 관광업 등 산업 전반에 타격을 주고 있다.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는 500년래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선적로인 독일 라인강과 이탈리아 포강 등이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위를 기록하면서 제조업들은 선박 적하물을 줄이고 있다.
하천 수위의 하락은 수력 발전량도 줄이면서 가뜩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제재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려는 유럽국들에 또 다른 전략난이 되고 있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본의 라인강이 메말라 바닥을 보이고 있다. 2022.08.16 [사진=로이터 뉴스핌] |
프랑스는 수온 상승에 원자력발전소 냉각수가 제기능을 못하게 되자 발전량을 줄였다. 이에 프랑스에서는 문 열고 에어컨을 가동하는 상점에 범칙금까지 부과하고 있다.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에 크게 의존해오던 독일은 화력발전으로 눈을 돌렸지만 라인강의 낮은 수위 때문에 석탄 운송이 원활하지 못하다.
라인강 하구에 있는 네덜란드는 적은 수량에 수류(水流·물의 흐름)가 정체, 바닷물이 식수와 농업 용수에 활용되는 수자원과 댐에 침범하고 있다. 오랜 가뭄에 제방의 지반이 약해진 탓도 있다.
세계 올리브 오일 최대 생산국인 스페인은 폭염과 가뭄에 올해 생산량이 최대 3분의 1 줄어들 전망이다.
미국 서부 지역은 올해 여름이 12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미국의 면화 수확량은 지난해 보다 28% 감소한 1260만 더미(1더미=218㎏)로 2009년래 최소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면화 재배 면적의 40% 이상이 수확에 실패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메마른 파키스탄 하이데라바드 외곽의 면화 작물. 2022.08.01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최대 농업지대인 캘리포니아주 시에라네바다 산맥 지대는 지난 겨울 강설량 감소로 용수가 급감했다. 센트럴밸리의 한 지역은 전체 논밭의 3분의 1이 용수가 부족해 작물을 심지 못했다.
콜로라도강은 수위가 너무 낮아져 지난 16일 물 부족 경보단계를 상향하고 애리조나, 네바다주 등에 물 공급을 제한하기도 했다.
중국은 지난 1961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장 기간 폭염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전체 곡물 생산량의 25%를 차지한 중국 중부와 서남부 지역 6개성(省)에서 가뭄 경보가 내려졌다.
특히 수력 발전에 의존하는 쓰촨성의 피해가 크다. 쓰촨성 당국은 지난주 비상체제에 돌입,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생산량을 줄일 것을 통보했다. 쓰촨성에는 애플, 폭스콘, 폭스바겐, 토요타 등 글로벌 기업이 생산 시설을 둔 지역으로 테슬라는 충분한 전력을 공급해줄 것을 지방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고 WSJ는 전했다.
WSJ는 북반구 폭염과 가뭄이 '라니냐'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라니냐는 동태평양의 적도 지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면서 서태평양 대기 순환에 이상이 생기고 강수량이 감소하는 것을 뜻한다.
라니냐는 통상 9~12개월 지속되지만 이번 라니냐는 2년째 지속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라니냐가 최소 내년 2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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