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반려인구 1000만 시대. '반려견 동반 호텔'과 같은 서비스가 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체중 제한은 있어 10kg 이상인 반려견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곳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때문에 차만 있으면 어디든 쉽게 떠날 수 있는 점에서 차박(차+숙박)과 차크닉(차+피크닉)은 반려인에게 분명 매력적입니다. 반려견과 함께 타기 좋은 차를 몰아 보고 차 안에 누워도 보면서 반려견과의 차크닉에 좋은 차들을 살펴봤습니다.
[태안=뉴스핌] 정승원 기자 =BMW M은 BMW의 고성능 브랜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브랜드 AMG와 같이 도로에서 보면 눈이 가는 브랜드 중 하나다. BMW 뒤에 붙는 숫자는 세그먼트(차급)을 뜻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3시리즈는 중형, 5시리즈는 준대형, 7시리즈는 대형 세단이며 X 뒤에 숫자가 높으면 SUV 모델을 뜻한다.
이러한 네이밍 원칙에 따르면 BMW X5 M 모델은 고성능 준대형 SUV 모델이다. 그러나 실제로 몰아본 X5 M은 단지 '고성능 준대형 SUV'라는 말에는 다 담아내지 못할 만큼 압도적인 주행성능을 보여줬다.
지난 20일 X5 M 컴페티션을 타고 충남 태안군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에 차크닉(차+피크닉)을 다녀왔다. 시승에는 아내와 대형견 루디(30kg·골든리트리버·6살)가 함께 했다.
바다에 가면 루디는 항상 모래에 몸을 뒹군다. 신이 날수록 많이 뒹구는 것 같다. 루디는 많이 신이 난 상태다. [사진= 정승원 기자] |
◆ 화려한 외관에 럭셔리한 실내...트렌디한 편의사양도
X5 M 시승차를 처음 본 느낌은 화려하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리나베이 블루 메탈릭' 컬러가 눈에 확 들어왔기 때문이다. 마리나베이 블루 메탈릭은 BMW코리아 공식 홈페이지에서 X5 M의 기본 컬러로 적용돼 있을 만큼 X5 M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화이트, 블랙, 그레이 등 무채색을 선호해 강렬한 블루가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M 로고와는 왠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보였다.
M 브랜드인 만큼 내부는 스포티하면서도 럭셔리하다. 실내 곳곳에 M 브랜드의 정체성이 곳곳에 녹아있으며 밝은 톤의 시트 컬러가 시원시원하다는 느낌을 줬다. 시동을 걸면 마치 "내가 바로 M이다"라고 포효하는 듯한 사운드가 들리며 운전자에게 가속페달을 밟아보라고 어필하는 듯했다.
고성능 모델답게 편의사양도 고급스러웠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위치한 컵홀더에는 냉·온음료의 온도를 유지시켜주는 기능이 있다. 냉음료는 차갑게, 온음료는 따뜻하게 온도를 유지해줄 수 있는 것이다. 고성능차라고 해서 우락부락하기만 하지 않고 섬세한 디테일까지 잡은 것이다.
X5 M은 자체 내비게이션의 직관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애플 카플레이가 지원된다. 또한 손동작으로 인포테인먼트를 조작할 수 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사진= 정승원 기자 아내 제공] |
수입차를 탈 때마다 생기는 내비게이션에 대한 아쉬움은 애플 카플레이가 작동하자 눈 녹듯이 사라졌다. 기본 내비도 장착돼 있지만 아무래도 익숙하지 못하고 직관성도 떨어졌다. 다만 기본 내비를 보고 운전할 때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을 통해 직관적으로 경로 파악이 가능했다. 카플레이를 통해 평소 사용하던 티맵을 통해 익숙한 UI로 내비게이션 이용이 가능했다.
왕복 300km가 넘는 장거리 주행이니 음악이 빠질 수 없었다.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을 재생하고 마음에 드는 곡으로 넘기는데 디스플레이에 손 모양의 그림이 떴다. 다음 곡으로 넘어갈 때마다 나왔고 이유가 궁금해 화면처럼 엄지손가락만 세운 채 오른쪽으로 넘기는 동작을 해봤다. 그러니 놀랍게도 '띠링' 소리가 나면서 다음 곡으로 넘어갔다. 모션을 감지해서 인포테이먼트먼트를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이었다. 검지 손가락을 세우고 빙글빙글 돌리면 음량도 조절이 가능했다. 이제는 많은 차량에서 지원하는 스마트폰 무선충전 역시 가능했다.
◆ 성인도 30kg 대형견도 만족스러운 공간감
여느 때처럼 루디와 함께 차를 타기 위해 뒷좌석에 이동장인 켄넬을 싣고 루디를 그 안에 태웠다. 켄넬은 충분히 들어가고도 남을만큼 넉넉한 뒷좌석에 루디도 만족스러워했다.
새로운 차를 탄 게 익숙하지 않았는지 출발한 뒤에도 계속해서 헥헥거리길래 왜 그러냐고 물으니 조수석에 앉은 아내가 뭔가 알았다는 듯이 뒷좌석의 에어컨을 틀었다. 전날 폭우가 내린 뒤 맑게 갠 날씨는 쨍쨍했고 앞좌석에서 나오는 에어컨 바람으로는 부족했었던 것 같다. 뒷좌석에서도 에어컨 바람이 나오자 루디는 헥헥거림을 멈추고 안정을 찾았다. 이럴 때면 꼭 개가 아니라 사람 같다는 생각을 했고 아내가 그걸 다 알아듣는 것도 놀라웠다.
2열 좌석에 이동장인 켄넬과 함께 탑승한 루디, 넉넉한 공간감과 2열 에어컨에 만족하는 모습이다. [사진= 정승원 기자 아내 제공] |
X3, X4, X5 등 BMW의 SUV 라인업은 도로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수입 SUV 중 하나다. 평소에 주행을 할 때나 시승을 할 때 도로에서 꼭 한 대씩은 보일 만큼 대중적이다. 특히 X5 이상의 모델들을 보면 큼직하다는 인상이 강했는데 실제 탑승해보니 훨씬 공간이 여유로웠다.
트렁크에는 차크닉이나 차박 시 항상 갖고 다니는 스티로폼 매트, 작은 여행 캐리어 등이 들어가도 넉넉했다. 이번 시승은 차크닉이었기 때문에 잠 자는 짐이 빠졌지만 베개와 이불이 들어갔어도 남을 정도로 넓었다. X5 M의 트렁크 용량은 650ℓ로 준대형 SUV인 트래버스의 651ℓ와 비슷하고 동급인 메르세데스-벤츠 GLE 350e의 630ℓ보다 넓다.
차크닉이라서 짐이 많지 않은 것도 있지만 트렁크 자체가 650ℓ로 넉넉하다. [사진= 정승원 기자] |
◆ 이렇게 강력한데 전기차가 아니라고?...고성능의 힘
고성능 모델을 시승하게 된 만큼 가속페달을 누르면 어떤 힘을 발휘할지 궁금했다. 고속도로에 들어서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니 강렬한 배기음이 귀를 때리며 차가 앞으로 튀어 나갔다. 내연기관차이기 때문에 전기차보다는 반응 속도가 늦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체감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X5 M은 X시리즈 중에서 가장 폭발적인 주행성능을 발휘하는 모델이다. 최고출력 625마력, 최대 토크 76.5kg.m를 발휘하며 V8 4.4리터 M 트윈파워 가솔린 터보 엔진이 탑재됐다. 가속력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제로백)은 3.9초밖에 되지 않는다. BMW가 럭셔리 전기차라며 선보인 iX xDrive50의 제로백이 4.6초인 점을 보면 전기차보다 강력한 내연기관차인 셈이다.
폭발적인 힘에 조수석에서 한 번 밟아보라던 아내도 이내 표정이 달라졌다. 고속주행에서 계기반의 속도는 빠르게 올라갔고 앞차와의 간격도 계속 줄었다. 이 정도 고성능 차로 있는 힘껏 달리려면 서킷 주행이라도 해야 할 정도로 압도적인 힘이었다. 한국의 고속도로가 담기에는 X5 M의 주행성능과 과속 위반딱지는 너무도 강력했고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꼭 가속력이 아니라고 해도 X5 M은 안정적인 주행을 보여줬다. 2430kg으로 2톤이 넘는 공차 중량은 묵직했지만 강력한 성능은 안정적이면서도 힘 있는 주행을 가능하게 했다. 비록 도로에서 625마력의 힘을 다 발휘할 수는 없었지만 운전하는 재미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BMW X5 M. 강렬한 블루 컬러만큼 강력한 주행성능을 갖췄다. [사진= 정승원 기자] |
◆ 대형견이 누워도 광야 같은 실내...디테일 만족스럽지만 2%의 아쉬움
목적지에 도착해서 아내와 루디와 함께 꽃지해수욕장의 바다를 만끽했다. 당초 동해 바다를 보러 떠날까 싶었지만 휴가철에는 대부분의 해수욕장이 반려견 동반 금지라서 생각을 바꿨다. 태안 안면도의 꽃지해수욕장은 반려견 동반은 물론 입수도 가능한 '펫 프렌들리' 피서지라 반려견 보호자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휴가철 막바지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가족이나 연인 단위의 피서객들이 주로 보였다. 그중에서는 루디를 향해 왠지 불만 있는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대형견 보호자로 6년째 살다보니 강아지를 보는 눈빛만 봐도 어떤 생각으로 보는지 열에 아홉은 맞힐 수 있다. 그럴 때면 '얘는 입마개 해야 하는 맹견에 해당하는 견종이 아니고요. 여기는 반려견 동반 가능한 곳입니다. 그리고 리드줄도 하고 있으니 문제가 없습니다'라고 쓰여진 티셔츠라도 주문 제작해야 하나 싶다.
BMW X5 M의 넉넉한 실내. 스티로폼 매트와 패브릭만 깔았을 뿐인데 제법 분위기가 난다. 루디는 차 옆 켄넬에서 일단 기다리고 있다. [사진= 정승원 기자] |
한참 동안 물놀이를 하고 와서 식사를 하기 위해 차로 돌아와 자리를 세팅했다. X5 M의 트렁크를 열고 2열을 접으니 광활한 실내가 마치 모 연예기획사 아이돌 세계관에 나오는 '광야' 같았다. 실제 2열 폴딩 시 X5 M의 트렁크 용량은 1870ℓ에 달한다. 2열 폴딩을 하고 매트를 까니 루디가 누워도 충분한 공간이 나왔다. 물놀이에 지친 루디를 한숨 돌리게 하고 아내와 함께 근처에서 사온 분식을 저녁으로 먹었다.
X5 M은 차박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들을 갖췄다. 트렁크 리드의 하부는 전동으로 개폐가 된다. 또한 서스펜션 하강도 가능해 높이가 높다 싶으면 짐을 올리기 좋게 차 높이를 낮출 수도 있다. 바닥과 수평이 된 트렁크 리드 하부는 성인이 앉아도 충분할 정도로 튼튼하다. 덕분에 차 안에서 루디가 쉬는 동안 트렁크 끝자락에 앉아 식사를 할 수 있었다.
2열 폴딩한 차내에 입성한 개루디. 한바탕 물놀이를 하고 쉬고 있다. 실내 공간이 넉넉한 X5 M의 모습. [사진= 정승원 기자] |
USB 포트도 C타입과 A타입을 갖췄다. C to C 타입의 USB 케이블은 물론 A 타입 USB 포트도 사용할 수 있어 각종 전자기기 충전이 가능하다. 다만 역시 수입차라서 그런지 220V 콘센트 전원을 지원하지 않는 점은 아쉬웠다. 국내 완성차업체인 현대자동차그룹의 싼타페, 팰리세이드, 쏘렌토가 220V 인버터 콘센트를 지원하는 점과 비교할 때 디테일한 배려가 아쉬웠다.
시승차의 문제였는지 트렁크 짐칸 가림막인 러기지 스크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원래는 위아래 앞뒤 조작이 가능하지만 고장이 났는지 작동하지 않았고 탈착도 불가능해 그대로 둔 채로 차크닉을 해야 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X5 M은 강렬한 시그니처 컬러만큼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 때문에 럭셔리 SUV 중 활용성과 공간감을 원하면서도 때때로 질주본능을 발휘하고 싶은 이들에게 잘 어울릴 듯하다. X5 M 모델의 가격은 개별소비세 인하분 적용 기준 1억7410만원이다.
반려견 동반이라고 해서 리드줄을 풀지 않는다. 하지만 그 말은 반려견이 뛸 때 버티거나 함께 뛰어야 한다는 의미다. [사진= 정승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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