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된 이후 경영 정상화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인데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재계는 물론 국민적 관심이 이들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 경기도 용인 소재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했습니다. 복권 후 첫 대외 행보였죠.
기흥캠퍼스는 1983년 삼성의 반도체 사업이 태동한 곳으로 1992년 세계 최초 64M D램 개발, 1992년 D램 시장 1위 달성, 1993년 메모리반도체 분야 1위 달성 등 '반도체 초격차'의 초석을 다진 곳입니다. 바로 그곳에 삼성전자는 반도체 R&D단지를 신설, '초격차' 의지를 다잡으며 기술 패권 시대에 삼성은 물론 국가의 미래를 향한 도전에 나선 것이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 번째)이 지난 19일 경기도 용인 소재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앞서 삼성은 지난 5월 향후 5년간 450조 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와 8만 명 규모의 신규 고용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반도체 사업에서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로 메모리·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위탁생산) 3대 분야에서 모두 초격차를 확보하겠다는 복안입니다.
이에 새로 지어질 기흥 R&D 단지는 미래 반도체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최첨단 복합 연구개발 시설로 조성될 예정으로, 메모리와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그리고 파운드리 등 반도체 R&D 분야의 핵심 연구기지 역할을 맡게 될 전망입니다.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도 관심입니다. 현재로선 재판이 열리지 않는 추석 연휴 기간에 이 부회장의 복권 후 첫 해외 출장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부당합병 건 등으로 매주 목요일 법정에 나가고 있다.
해외 출장지로는 미국이 1순위로 꼽힙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2조2700억 원)를 투입해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는데, 다음 달에 착공식이 진행될 것으로 전해집니다. 미국이 한국·대만·일본과 이른바 '칩4 동맹'을 추진하고 있는 지금, '민간 외교관'으로서 이 부회장의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기도 합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롯데그룹] |
신 회장은 이달 말 베트남으로 향합니다. 롯데건설이 베트남 호찌민의 신도시 '투티엠'에 건설 예정인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에 참석하기 위해섭니다. 신 회장이 베트남을 방문하는 건 2018년 12월 이후 약 4년 만입니다.
에코스마트시티는 5만㎡(연면적 68만㎡) 부지에 지하 5층~지상 60층 규모의 복합단지 개발사업입니다. 쇼핑몰과 금융시설, 호텔, 아파트 등이 들어설 예정으로, 총사업비가 9억 달러(약 1조1700억 원)에 달합니다.
롯데건설은 에코스마트시티가 지역 내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최고 수준의 스마트 기술을 적용, 상업시설이 결합된 최초의 스마트 복합단지로 개발할 계획입니다.
롯데그룹은 베트남을 주요 공략 국가로 정하고,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과 멀어진 상황에서 베트남을 필두로 한 동남아시장에 더욱 힘을 주게 됐죠. 베트남에서는 현재 롯데면세점과 롯데마트 그리고 롯데물산 등 많은 롯데 계열사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신 회장이 이번 베트남 방문 기간 에코스마트시티 현장 외에 현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을 둘러볼 가능성도 큽니다. 특히 하노이시에서 내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인 '롯데몰하노이'와 롯데건설이 수주한 스타레이크 신도시 등이 신 회장 방문 후보지로 거론됩니다.
앞서 신 회장은 올 6월 헝가리·아일랜드 등을 찾아 유럽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양극박 생산 규모를 늘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두 달이 지나 다시 베트남으로 가는 신 회장. 롯데의 글로벌 현장 경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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