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농심이 추석 이후 라면과 스낵 가격을 인상한다고 예고한 가운데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라면업체들도 인상 검토에 들어갔다. 오뚜기와 삼양식품 등 경쟁사들도 업계 1위인 농심을 뒤쫒아 도미노 인상에 나설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일각에서는 오뚜기와 삼양식품의 경우 2분기 호실적을 기록한만큼 가격 인상 대신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 높이기에 주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추석 연휴 이후인 내달 15일부터 라면과 스낵 가격을 평균 각각 평균 11.3%, 5.7% 인상한다. 주요 제품의 인상폭은 출고가격 기준으로 신라면 10.9%, 너구리 9.9%, 새우깡 6.7%, 꿀꽈배기 5.9%다. 대형마트에서 봉지당 평균 736원에 판매되고 있는 신라면의 가격은 약 820원으로 새우깡의 가격은 1100원에서 약 1180원으로 조정될 예정이다. 각 제품의 실제 판매가격은 유통점별로 상이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코너에서 직원이 물건 정리를 하고 있다. 2022.05.16 pangbin@newspim.com |
농심은 지난해 8월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6.8% 인상한 바 있다. 당시 4년 8개월 만의 인상이었지만 올해는 인상 1년여 만에 추가 인상을 결정했다. 밀가루, 유지류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인상이라는 것이 농심 측 설명이다. 실제 농심은 올해 2분기 국내 사업에서 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998년 2분기 이후 2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협력업체의 납품가 인상으로 라면과 스낵의 가격인상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소비자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감안해 추석 이후로 인상 시기를 늦췄다"라고 피력했다.
다만 라면 가격 인상 폭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년여만의 추가 인상인데도 11%를 넘기는 높은 인상률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라면은 대표 서민음식으로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도 심한 편이다. 또 올 초 고공행진하던 밀가루, 유지류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최근 들어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140.9)는 1개월 전보다 8.6% 낮아지는 등 2008년 10월 이후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농심의 인상 예고로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라면업체들도 들썩이고 있다. 이들 경쟁사들도 농심을 따라 추석 이후 도미노 인상에 나설지 주목된다. 식품업계에서는 통상 선두업체가 가격을 인상하면 경쟁사들도 연달아 인상을 단행하는 흐름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오뚜기, 삼양식품이 가격인상 대신 가격경쟁력을 강조하면서 점유율 확대에 주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원가상승 직격탄을 맞은 농심과 달리 오뚜기, 삼양식품은 2분기 호실적을 내며 성장세를 나타내서다.
오뚜기는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2% 늘어난 47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라면가격인상 효과와 식품 사업 호조에 따른 호실적이다.같은 기간 수출 비중이 70%로 높은 삼양식품은 해외사업 성장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3% 늘어난 27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원가상승 부담을 해외사업 실적과 환율효과로 상쇄한 것으로 역대 최대실적에 해당한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2022년 2분기 라면 3사 실적 추이. 2022.08.18 romeok@newspim.com |
이미 오뚜기는 한 차례 라면값 인상을 억누르고 '가격경쟁력'을 앞세우면서 점유율 확대를 꾀한 바 있다. 농심이 2016년 12월 평균 5.5%가량 제품가를 인상한 이후 이듬해 5월 삼양식품이 5.4% 수준으로 가격을 올렸지만 오뚜기는 올리지 않았고 지난해에야 13년 만에 평균 11.9%가량 인상을 단행했다. 관련해 2015년 20.5%였던 오뚜기의 라면시장 점유율은 2017년 25.7%로 오르는 등 점유율 상승 효과도 톡톡히 본 것으로 분석된다.
오뚜기와 삼양식품, 팔도 등 라면업체들은 당장 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오뚜기와 삼양식품의 경우 분기 호실적을 낸 만큼 즉각적인 인상이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밀가루, 팜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인상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삼양식품과 팔도도 "가격 인상은 검토된 바 없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에서 라면 매출이 늘었음에도 수익성이 감소한 것은 업체들 모두 비슷하지만 각 업체별로 라면 외 사업, 수출 등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 다르다"며 "전반적인 영업환경을 지켜본 다음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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