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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구동존이(求同存异)' 중국 외교의 레테르와 같은 말이다. '조금 다른 것은 남겨두고 많은 같은 것들을 함께 추구해나가자'는 뜻이다. 제도와 체제, 지향 가치의 다른 점을 인정하고 우호 협력을 확대해나갈 것을 권유할때 주로 쓰인다.
이에 대해 우리의 박진 외교부 장관은 8월 9일 중국 칭다오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닜을 때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고 말했다. 남과 화합하되 무턱대고 무리짖고 동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해석에 따라 다를수 있겠지만 한중이 상생 협력하되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입각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플이된다. 중국 외교 수사어의 감초 격인 구동존이와 비슷한 것 같지만 결이 좀 다르다.
왕이 부장은 24일 축하 인삿말에서 박진 장관의 화이부동에 대한 '늦은 대답'이라며 논어의 구절을 인용해 '군자신이성지(君子信以成之) 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신의의 중요성을 강조한 논어의 이 구절을 인용해 한중이 장구한 신뢰 관계를 구축해나가자고 강조했다.
좋은 애기지만 신뢰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다져지는 것임을 되새겨야할 것 같다. 왕이 부장은 이번 수교30주년 인삿말에서 또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의미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 얘기도 14년이란 세월 만큼이나 왠지 빛이 바래고 맥이 빠져 보이는 느낌이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가 2022년 8월 24일 조어대에서 열린 한중수교 30주년 리셉션 행사장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2.08.25 chk@newspim.com |
리셉션은 시진핑 주석의 축사(대독)와 왕이 부장 인삿말에 이어 정재호 주한 중국 대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한 뒤 30주년 기념 공연으로 이어졌다. 한국은 국악기로 대만 가수 저우화젠(周华健)의 친구와 전통 민요 아리랑을 몇가락 연주했다. 우정과 화합의 멧시지를 전달하려는 것 같았다. 이에대해 중국은 포용적 문화로 이룬 한당(漢唐)성세를 무용으로 표현했다.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공연은 30분 가까이 진행됐지만 200여 명의 리셉션 참석자들에게 그리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지 않았다. 고로나19 를 무릅쓰고 한국에서 달려온 우리 공연단은 모처럼 베이징 한가운데서 멋진 공연을 펼쳤지만 한한령으로 착 가라앉은 중국내 한류 때문인지 영 흥이 오르지 않는 분위기다.
공연이 끝나고 자유 만찬 시간이 한동안 계속됐다. 기업과 단체 등 우리측 인사들은 왕이 중국 외교 부장 자리를 찾아가 인사를 나누며 건배를 하는데 정재호 신임 한국 주중 대사를 찾아 인사를 건네는 중국 인사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2022년 한중수교 30주년을 취재하는 도중 중국의 한 인사는 현재의 한중 관계가 한마디로 '근이부친(近而不亲)'이라고 했다. 가깝지만 결코 친하지 않다는 뜻이다. 조어대 수교 30주년 기념리셉션 현장에서 한중이 모처럼 어깨를 마주했지만 뭔가 더워지는 느낌은 없다. 행사장을 나오면서 뉴스핌 기자는 미래의 한중 관계가 흔들리는 우정, 불안한 동행이 아니길 기원했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