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은혜 기자=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정부의 새출발기금 정책에 저축은행의 영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수신금리 인상으로 출혈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의 규제로 대출금리를 올리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안심전환대출 세부 추진계획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날 브리핑에서 9월 15일부터 서민·실수요자가 보유하고 있는 변동금리·준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저금리의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우대형 안심전환대출 25조 원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2022.08.10 yooksa@newspim.com |
26일 금융감독원 및 나이스신용평가 등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 79개사의 순이익은 지난해 6월 말 5973억원을 기록했다가 9월 말 5251억원, 12월 말 3803억원, 올해 3월 말 4578억원으로 점차 줄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40% 증가한 1조9654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이와 같은 호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저축은행의 경쟁력이 시중은행에 뒤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 정기예금 상품의 12개월 평균금리는 3.53%, 24개월도 3.53%, 36개월은 3.55%다.
그러나 전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0%로 올리면서 시중은행들도 일제히 수신금리 인상을 단행하거나 예고했다. 하나은행은 총 26개 수신상품 금리를 최대 0.3%포인트(p) 올려 '369 정기예금'은 1년 만기 기준 최대 연 3.1%의 금리가 적용된다. 우리은행도 21개 정기예금과 26개 적금 금리를 최대 0.5%p 올려 '우리 200일 적금'은 최고 연 3.1%의 금리가 적용된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도 오는 29일부터 수신금리를 최대 0.40%p 올릴 계획이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8.25 photo@newspim.com |
이처럼 고금리를 경쟁력으로 내세웠던 저축은행의 상품이 시중은행과 비슷해지는 가운데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저축은행에 불리하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율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대출 총량 규제'를 시행하며 올해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기존 21.1%에서 회사별 10.8~14.8%로 내리라고 주문했다.
예대금리차 비교공시도 부담스럽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이자 장사'를 막기 위해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를 비교해 공시하고 있는데, 현재는 1금융권인 시중은행에만 적용되고 있으나 추후 저축은행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예대금리 차이는 시중은행보다 크기 때문에 공시 범위가 확대되면 평판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시중은행만큼 예대금리차를 줄이면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어 문제"라고 토로했다.
정부의 부실차주 지원정책도 부담스럽다. 정부는 '새출발기금'에 30조원을 투입해 코로나19로 손해를 입은 개인사업자와 법인, 소상공인 중 3개월 이상 장기 연체가 발생한 부실 차주의 원금을 최대 90%까지 감면할 예정이다. 이들은 저축은행의 주요 고객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원금 감면과 금리 조정을 요구하면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안심전환대출까지 시행되면 차주들이 시중은행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안심전환대출은 1~2금융권에서 받은 변동·혼합형 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공사의 장기·고정금리 정책모기지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7% 이상 고금리 대출 잔액은 21조9056원이다. 그 중 2금융권이 17조6154억원(80%)을 차지하고 있어 영향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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