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지난해 석유·화학 업황 호조에도 불구하고 태광그룹의 주력계열사이자 대표적인 섬유·화학 기업인 태광산업의 영업이익이 10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태광산업은 국내에서 최초로 아크릴섬유와 스판덱스를 생산한 기업으로 1950년 설립됐다. 태광은 효성, 코오롱과 1970년대 국내 섬유산업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태광산업 석유화학 3공장 전경. [사진=태광산업] |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태광산업은 연결기준 79조원의 적자를 냈다. 태광산업이 분기 기준으로 영업손실을 낸 건 2012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1000억원을 넘나들었던 태광산업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부터 37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태광산업은 2020년에서 영업이익 535억원을 기록하며 고전했지만 지난해 영업익 3552억원으로 6배 가까이 끌어올리며 호실적을 냈다.
적자 배경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자리한다. 태광산업의 올해 2분기 매출원가는 666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0.1% 증가했다.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화학업계의 핵심 원재료인 나프타(납사) 가격이 올랐다. 나프타 가격은 국제 원유 가격과 함께 상승해 2분기 t당 평균 885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5.6% 증가했다.
주력 판매제품인 스판덱스는 최대 수요처인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봉쇄에 들어가면서 타격이 컸다. 또 시장 내 치열한 가격 싸움으로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녹이지 못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섬유업계 전반적으로 국내뿐 아니라 미국와 유럽 등 주요 국가의 민간 소비가 감소하고 코로나19로 채산성(생산성)이 악화되면서 3분기 실적도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광산업은 크게 석유·화학 제조와 임대와 방송통신업 등 2개의 사업부분을 갖고 있다. 이 중 석유·화학 제조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9%에 달한다.
경기 침체 여파에 투자 부족으로 섬유·화학 실적 침체로 오는 3분기에도 실적 침체 우려가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기업이 2000년대부터 투자가 많이 이뤄지지 않아 섬유·화학 침체가 장기화 될 여지가 있다"며 "에어백이나 배터리 소재와 같이 다양한 산업 쪽으로 시장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태광의 현금성 자산은 올해 2분기 기준으로 1조4180억원으로 총 자산에서 현금성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에 달한다. 부채 비율도 23.1%로 업계 적정 비율이 100%임을 감안하면 탄탄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다.
재무 상황에 비춰 여력은 충분하지만 투자와 생산 설비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태광산업이 내놓은 사업보고서에 연구·개발 활동과 관련된 경영상의 주요 계약이 한 건도 없다. 매출액에서 연구개발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0.13%로 2020년 0.17%에서 더 줄었다.
이호진 전 회장이 횡령과 배임 등에 휘말렸던 2012년 이후 눈에 띄는 신규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5월부터 울산에 있는 전기차 타이어용 아라미드 공장 증설에 1450억원을 투자한 사례 외에는 2012년 이후 신규시설투자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아라미드는 자동차 부품·5G 광케이블·방탄·우주 항공 소재에 널리 쓰이는 섬유 소재다
태광산업은 중국 닝샤후이족자치구에 약 8600억원를 투자해 스판덱스 공장을 설립을 검토 중이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부지를 알아보고 있는 단계로, 정부 당국과 지역 관계자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전반적인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여러 방면에서 투자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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