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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우의 경기장] 수원 세모녀 비극…진짜 복지는 버틸수 있는 힘 주는 것

기사등록 : 2022-08-3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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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사각지대 대책, 2019년 탈북모자 아사 대책과 유사
정부·지자체, 복지발굴 외치지만 근본대책은 아직 못찾아

[수원=뉴스핌] 순정우 기자 = 경기 수원시 권선구 다세대주택에서 세 모녀가 중증질환과 채무에 어려운 삶을 이어가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은 대한민국 복지 취약계층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수원=뉴스핌] 윤창빈 기자 = 26일 병환과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수원 세 모녀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2022.08.26 pangbin@newspim.com

◆수원 세모녀 사망사건이 불러낸 '취약계층발굴'

세모녀는 주소는 화성에 두고, 2020년 2월 수원시의 12평 남짓한 월셋집으로 이사했다. 이후 지난 21일 오후 2시50분께 수원시 권선구의 한 연립주택에서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주검으로 발견됐다.

A씨는 암 진단을 받아 투병 중이었고, 큰딸은 희귀 난치병을 앓았다. 둘째 딸은 생활고 등으로 괴로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은 택배 등으로 생계를 꾸리던 장남이 2019년에 숨지고 남편까지 사망하면서 더 형편이 어려워졌다.

사고 현장에거 발견된 유서에는 "지병과 빚 탓에 경제적으로도 힘들었다"고 적혀 있었다.

이들은 건강보험료를 지난해 2월부터 16개월분인 27만930원 체납했지만 전입신고 등이 되지 않아 정부의 사회복지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그들은 위기가구 대상이였던 셈이다.

세모녀의 사연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되면서 각 지자체는 물론 대통령까지 세모녀를 언급하며 복지사각지대에 대한 성찰이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세모녀 사고와 관련해 "복지정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주거지를 이전해서 사는 분들을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덕수 총리는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관련 전문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위기가구 보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2.08.18 yooksa@newspim.com

한 총리는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관련 전문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위기가구 보호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핫라인'을 공개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은 지역관할 위기 가구 발굴의 시스템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각 지자체, '복지사각지대 발굴' 대책 짜냈지만…2019년 대책과 유사

세모녀 사건이 발생한 수원시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1년에 2차례 수원시 모든 거주민 거주 환경·생활 실태 파악하는 전수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또 동 단위로 온라인 위기가구 발굴 창구인 '카카오톡 채널'도 운영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다른 지자체도 이른바 '복지사각지대 제로화'을 목표로 수원시와 비슷한 계획을 내놨다. 

수원시는 이를 위해 '은둔형 위기가구 자체 발굴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공무원·통장·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등 해당조직이 위기가구 가능성이 높은 거주가구을 방문할 때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동 복지담당자에게 곧바로 연계한다는 것이다.

군포시 수리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회원들이 돌봄서비스 대상 가구를 방문해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군포시] 2022.07.28 1141world@newspim.com

또 세무과와 상수도사업소에서 지방세 장기 체납자·단수(斷水) 가구 데이터를 파악해 각 구 사회복지과에 전송하면, 동 직원이 해당 가구를 방문해 생활 실태를 조사한 후 도움이 필요하면 복지자원을 연계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은 지난 2019년 '탈북 모자 사망사건' 당시 대책으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복지위기 가구 발굴 대책 보완조치'의 재탕이다.

근본적은 대안은 대(對)주민 공조직의 복지에 대한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병행되야한다는 점이다.

◆불황에 늘어나는 '취약계층'…"최소한 버틸 수 있게" 합리적 개선 필요

세모녀가 우리에게 남긴 숙제는 위기가구 발굴이 아닌 개인이 아닌 가족단위의 실태조사와 이를 지원하는 일자리·복지로 연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한다는 것이다. 또 신청 기준이 까다로운 복지 급여제도 운영 방식도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에서 빈곤층 누구나 충분한 생활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면 이상적이다. 그러나 한정된 국가 재원으로는 비수급 빈곤층이 없도록 수급자 범위를 넓히는 일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권이 바뀌어도 양극화 심화현상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국내외 경기가 좋지 않아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우리 국민이 적지 않다. 특히 위기 가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비급여 취약계층으로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이들에게 의식주를 해결할 충분한 돈을 주지 못하더라도 당장은 버틸수있게 하는 것이 우리시대가 생각하는 복지가 아닐까. 세모녀의 비극은 더이상 없어야 한다.

jungw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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