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인플레이션 파이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고강도 긴축 지속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월가에서는 역대급 침체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고용시장 등 일부 고통을 감내하고서라도 물가부터 잡아야 한다는 연준의 굳은 의지와 달리 전문가들은 자칫하면 2024년까지도 물가가 목표치로 내려오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히려 연준이 물가를 잡기도 전에 기대보다 심각한 수준의 침체가 초래될 것이며, 대표적인 자산 시장인 증시도 바닥을 뚫고 내려갈 것이란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 "기적 없이는 침체 불가피"
지난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강도 높은 금리 인상을 계속할 것이라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 나온 뒤로 월가에서는 침체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마크 파버, 누리엘 루비니 등과 함께 '닥터 둠'으로 불리는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기적이 없는 한 미국 경제는 침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치 교수는 "주요 통화 긴축의 여파가 뒤늦게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침체는 분명 온다"고 말했다.
그는 파월 의장이 1980년대 '폴 볼커'식의 접근법을 취할 수밖에 없을 텐데, 당시 볼커 연준 의장이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인플레이션은 잡았지만 잇따른 침체와 증시 붕괴, 실업률 급등 등이 초래됐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물가를 잡으려면 실업률이 10% 위로 올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튿날 존스홉킨스의 응용경제학 교수인 스티브 한케도 CNBC에 출연해 내년 대규모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케 교수는 특히 침체의 원인이 금리 인상이 아닌 광의통화(M2)에 있다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현금, 예금, 예·적금 등을 포함하는 M2가 지난 5개월 동안 전혀 늘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고물가의 원인이 코로나 팬데믹 당시 풀렸던 방대한 통화에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높은 물가 상승세가 내년에도 이어지고 2024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면서, 통화 공급은 정체돼 침체가 올 텐데 물가는 여전히 높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한케 교수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아직도 인플레 원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라면서 "여전히 공급 차질만 바라볼 뿐 통화공급 과잉이 이유라는 것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젠버그 리서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회장도 "지나친 긴축은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든 상관 없다는 것인데, 다시 말해 미국 경제가 연준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블룸버그] |
◆ IB 전망도 '먹구름'
한편 짙어진 경착륙 그림자에 투자은행(IB)들은 잇따라 증시 하락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기술 전략가 스테판 슈트마이어는 지난주 잭슨홀 이벤트를 기점으로 시작된 하락장이 더 이어지면서 S&P500지수가 3900선 아래를 시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울프 리서치의 롭 긴스버그는 S&P500지수가 3800선을 뚫고 내려갈 것이라면서, 7월과 8월 초에 걸친 랠리에도 지수가 200일 간단이동평균선(SMA) 위로 올라서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S&P500지수는 4월 초 이후 200일 SMA를 계속 밑돌고 있다.
연초부터 꾸준히 약세론을 펼치고 있는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도 파월 발언 이후 현재 주가에는 경기 침체에 따른 위험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비관론을 거듭 강조했다.
윌슨은 작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주가 후퇴에 따른 주가수익비율(PER) 하락이 연준의 통화긴축 및 자본비용 상승의 결과라면서, 위험에 대한 민감도를 키웠어야 하는 투자자들이 반대로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2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수익성은 분명히 악화됐고, 내년에 대한 실적 기대치도 너무 높다고 경고했다.
3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08.12포인트(0.96%) 하락한 3만1790.87에 마감했다.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4.45포인트(1.10%) 내린 3986.1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34.53포인트(1.12%) 빠진 1만1883.14로 거래를 마쳤다.
특히 나스닥지수와 함께 S&P500지수는 50일 이동평균선 아래를 뚫고 내려갔고, S&P500지수의 경우 애널리스트들이 주요 지지선으로 지켜보던 6월 저점부터 8월 고점을 이은 피보나치 되돌림 비율 0.5구간도 일시 하향 돌파해 이러한 IB들의 우려가 지나치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였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