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정부가 내달 중순경 350개 공공기관의 자산 매각 규모를 선제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7월 말 발표한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서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등 공공기관 자산정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공공기관 혁신에 본격 시동이 걸린 상황이다. 정부는 내달 중순 공공기관 자산 매각 규모 발표에 이어, 이르면 오는 11월 말까지 '공공기관별 혁신 방안(가제)'을 추가로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 부처별 혁신계획안 기재부에 제출…강도 높은 자구책 예고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각 부처로부터 350개 공공기관 혁신계획안 초안을 전달받아 검토 중에 있다. 산하 공공기관과 추가적인 조율이 필요한 일부 부처는 이달 10일까지 최종안을 제출받기로 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현재 각 부처에서 제출받은 공공기관 혁신계획안 초안이 기재부로 넘어온 상황"이라며 "일부 공공기관과 추가적인 조율이 필요한 일부 부처는 10일간 자료제출을 유예해 이달 10일까지 최종안을 제출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각 부처가 제출한 공공기관 혁신계획안을 바탕으로, 지난달 말 민관· 합동 20여명으로 꾸려진 '공공기관 혁신TF'에서 계획안의 적절성 등을 평가할 계획이다. 다만 10명 안쪽으로 꾸려진 공공기관 TF 민간위원들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들로부터 청탁 등이 들어올 것을 우려해서다.
기재부에 따르면, 각 부처가 기재부에 제출한 계획안에는 정부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5대 중점 방안의 세부 계획 등이 담겨있다. 5대 중점 방안은 ▲기능 축소 ▲조직·인력 감축 ▲예산 절감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복리후생 조정 등이다.
특히 이 중 정부가 가장 중점을 갖고 들여다보는 부분은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건전성 개선 ▲조직·인력 감축에 대한 각 공공기관의 의지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혁신의 골자는 생산성, 효율성을 높이는 데 있다"면서 "공공기관 스스로 자생할 수 있도록 재무 구조를 탄탄히 하고, 인력의 재배치 등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서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부실 출자회사 지분 정비▲공공기관 청사 활용 강화 등 자산 정비 계획을 밝혔다. 특히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등은 기관별 특성 및 상황에 따라 가능한 부분부터 즉시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계획에는 콘도 회원권, 골프 회원권 등 직원 복리후생 용도로 보유 필요성이 낮은 자산을 매각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그동안 공공기관이 과도하게 늘려온 복지 혜택을 줄여나가는 것이 목적이다. 아직 회원권 전체 규모가 파악되진 않았지만, 최종안을 제출받은 이후 대대적인 규모 파악에 나설 방침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공공기관 콘도, 골프 회원권 개수는 현재 집계하고 있는 중으로 아직까지 정확한 규모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불필요한 콘도·골프 회원권은 매각을 권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골프 회원권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은 몇 곳 없을 것"이라며 "콘도 회원권도 정부가 이미 몇 차례 매각하라는 지침을 내렸기에 보유한 공공기관보다는 없는 공공기관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일부 규모가 큰 공기업의 경우 임원 복지나 바이어 접대용 등 목적으로 보유한 콘도 회원권이 몇 개씩은 될 것"이라며 "전체 공공기관이 보유한 콘도·골프 회원권은 최소 50여개 이상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콘도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한 전력 공기업 관계자는 "골프 회원권을 갖고 있는 공공기관은 거의 없지만 콘도 회원권은 공공기관별로 특정 목적에 따라 보유하고 있는 곳이 수십여곳 되는 것으로 안다"면서 "우리 기관 역시 콘도 회원권을 몇 개 보유하고 있고, 정부 방침에 따라 매각할지 여부는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 기재부, 오는 10월 '공공기관 자산매각 계획' 발표
기재부는 각 부처에서 제출받은 350개 공공기관 자산 매각 규모에 대한 적절성을 분석, 최종안을 10월 중순경 선제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총자산 매각 규모는 10조원 안쪽으로 추산된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달 31일 최상대 제2차관 주재로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향후 5년간 14개 재무위험기관(LH·한전·발전5사·한수원·지역난방공사·가스공사·석유공사·광해광업공단·석탄공사·철도공사 등)에 대해 자산매각 등 재정건전화를 통해 총 34조원 규모의 부채감축 및 자본확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중 자산매각 규모만 따로 떼서 보면 4조3000억원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21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350개 공공기관 중 3개 은행형 공공기관(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중소기업은행)을 제외한 347개 기관의 자산 규모는 969조원이다. 이 중 14개 재무위험기관들이 보유한 자산 규모는 절반에 이른다. 이에 14개 기관을 제외한 나머지 기관들의 총 자산매각 규모도 14개 기관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분석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별 재무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처분해야 할 자산 매각 규모도 천차만별일 것"이라며 "정확한 자산 매각 규모는 TF 회의 등을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공공기관 자산 매각 규모 발표에 이어, 부처별 공공기관 혁신 방안을 10월 중순부터 11월 말까지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최종 계획안을 제출받은 후 각 부처와 발표 시점을 조율할 방침이다.
350개 공공기관 혁신 방안을 총취합한 '공공기관별 혁신 계획안(가제)'은 이르면 11월 말까지, 늦어도 연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최종 계획안에는 350개 공공기관의 개별 혁신 계획안이 총망라해 담길 예정"이라며 "우선 11월 말까지 최종안 발표를 마칠 계획이지만, TF 논의 결과 등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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