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주요뉴스 글로벌

'유로화 추락'...러시아발 가스 위기에 경제 충격 심화

기사등록 : 2022-09-07 13:59

※ 뉴스 공유하기

URL 복사완료

※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더 작게
  • 작게
  • 보통
  • 크게
  • 더 크게
ECB, 8일 회의서 75bo 인상 전망에 무게
시장 "자이언트 스텝에도 회생 불가"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으로 혹독한 겨울을 맞아야 하는 유럽이 수십년래 최저치로 추락한 유로화로 인해 심각한 경제적 충격을 마주하고 있다.

6일(현지시각) 유로화 가치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차단에 따른 에너지 위기 고조로 달러 대비 0.99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미 역대급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 악화, 공급 차질 등 각종 악재가 겹친 최악의 상황에서 오는 8일 통화정책 회의를 앞둔 유럽중앙은행(ECB)이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버금가는 긴축 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ECB가 인플레 방어를 위해 소매를 걷는다고 하더라도 자유낙하 중인 유로화 가치를 방어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유로화 동전과 영국 파운드화 동전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유로화 추락 이유는

유로화 가치가 올해 들어 13% 정도 떨어진 이유는 가스 가격 급등과 러시아의 공급 중단 불안 속에 유로존 경제 전망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과 유로존 간 금리 차이도 유로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맞서 미 연준은 지난 3월부터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돌입해 지금까지 기준 금리를 총 225bp(1bp=0.01%p) 올렸지만 ECB의 경우 지금까지 단 50bp 인상한 데 그쳤다.

ING 수석 이코노미스트 카스튼 브르제스키는 "자금은 금리가 높은 곳으로 이동하게 마련"이라면서 유럽에서 미국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을 둘러싼 먹구름이 짙어지면서 미국 달러화의 안전자산 인기가 높아진 점도 유로화의 상대적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 '자이언트 스텝'도 유로 방어 역부족

현재 시장의 관심은 8일로 예정된 ECB 금리 결정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머니마켓은 이번 금리 인상폭이 75bp가 될 가능성을 80%로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빅스텝(50bp 인상)을 넘어 자이언트 스텝(75bp 인상)이 결정되더라도 유로화 추가 하락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베어링스 펀드매니저 아그네스 벨라이쉬는 "큰 폭의 금리 인상도 유로화를 구제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침체가 다가오고 있고 지정학 우려도 통제 불가인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금리 인상이 지속되는데도 내년 인플레이션과 침체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가스 위기로 인한 수요 붕괴로 유럽 경제가 더 깊고 오랜 위축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면서, 유로화가 0.97달러까지 밀린 뒤 6개월 정도 그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캐피탈이코노믹스도 내년 유로화 전망을 0.90달러로 지금보다 9% 정도 더 떨어질 것으로 봤다.

노무라 전략가들은 유로화가 최대 0.95달러까지 밀릴 것으로 예측했고, 모간스탠리는 이번 분기 중 0.97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이체방크 외환리서치 대표 조지 사라벨로스는 "급등하는 에너지 수입 가격은 유로화에 악재이며, 유로/달러 환율이 등가(패리티) 부근에 머물 것이란 게 9월 단기 전망"이라고 밝혔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 5년 추이 [사진 = 구글] 2022.09.07 kwonjiun@newspim.com

◆ 경기 침체에 통화 약세까지 '이중고'

몇달 전만 하더라도 '가능성'에 불과했던 유럽 경기 침체는 이제 기정사실이 된 상태다. 여기에 유로화 약세까지 겹쳐 소비자들의 고통은 극대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유니크레딧은 코로나팬데믹 이전 5년 동안만 하더라도 유럽연합(EU)은 매년 4000억유로 정도의 석유 및 가스를 수입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으로 유지되고 유로/달러 패리티가 이어지는 한편 천연가스 가격이 100유로로 지난 5년 평균의 5배를 웃돈다면 에너지 수입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6% 정도인 6000억유로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코노미스트들과 환율 애널리스트들은 몇 달 전 우려했던 것보다 유럽의 경제적 고통이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빈 브룩스는 "유로존 내 서사가 변화하고 있다"면서 "몇달 전만 하더라도 침체란 없을 것이란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침체는 올 것이나 얕은 수준일 것'이란 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우리는 깊은 침체로 진입하고 있다"며 수사가 한 번 더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도이체방크 사라벨로스는 ECB가 유로화 강세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몇 달 동안은 유로화 추가 하락을 막을 수는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평상시라면 통화 약세는 수출기업이나 독일 같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국에는 긍정적 소식이나 현재는 공급망 차질과 각종 제재,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효과가 상쇄되는 상황이다.

ING의 브르제스키는 "지정학 긴장이 높아진 현 시점에서는 통화 약세로 인한 효과가 충격보다 작다"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

CES 2025 참관단 모집
<저작권자©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