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뉴스핌] 이경환 기자 = 경기 고양시가 새 시청사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최초 후보지가 덕양구 지역으로 편중 된데다 입지선정위원회 일부 위원들의 최종 배점표를 받지도 않은 채 강행, 일방적으로 언론에 공개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특히 당시 입지선정위원회로 참여한 김수환 전 고양시의원은 이같은 행태에 반발해 위원장의 의사봉까지 빼앗는 등 강하게 반발했지만 결국 신청사 부지는 원안대로 결정됐다.
문제는 주교동 공영주차장으로 신청사 부지 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또 다시 계획을 변경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도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고양시 신청사 조감도.[사진=고양시] 2022.09.07 lkh@newspim.com |
6일 고양시와 파랑새시민연대 등에 따르면 시는 인구 20만명이던 1983년 군청사로 지어진 시청사의 사무공간이 부족한데다 2003년 정밀안전진단 결과 D등급을 받으면서 신청사 논의를 이어왔다.
이재준 전 고양시장은 재임 당시 "사무와 주차 공간이 부족하고 청사가 낡아 유지비가 더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지난 2019년 8월 이춘표 제1부시장(현 제2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한 신청사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이 부시장 등 공직자 5명과 고양시의원 3명, 교수와 시민 대표를 포함해 총 17명으로 구성됐다. 위원 구성과 최초 후보지는 시가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신청사 최초 건립 후보지로 ▲주교 제1공영주차장 및 문화공원 ▲주교 제1공영주차장 ▲대곡역 도시개발구역 ▲덕양구청 및 시의회 부지 ▲주교동 행정타운 도시개발사업 등 5곳을 내세웠다.
◆입지선정위원회 회의 파행에도 강행…"대곡역 후보지만 위치 불분명"
위원회는 2020년 3월 7차 회의에서 대곡역 도시개발구역을 제외하는 고양시 신청사 후보지 조정안을 냈다.
당시 문서를 보면 제안이유로 대곡역 도시개발구역이 2011년 국토부 복합환승센터 시범사업으로 선정 됐으나 이 사업이 2019년 5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에 대한 최종 종합평가에서 기준차인 0.5보다 낮은 결과(0.491)를 얻어 공동사업자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사업을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3기 신도시에 따른 수요 중복과 공동사업자 재구성 여건에 따라 사업계획 변경 및 사업타당성 재검토 기간 등 대곡역 도시개발 사업의 지연은 불가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다수 위원들도 여러 사항을 감안해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는 이유도 들었다.
그러나 일부 위원들의 반대로 거부됐고 같은 해 5월8일 입지선정 후보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위원들의 배점표를 작성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김수환 전 고양시의원 등 시의원 3명은 후보지 정보의 불투명성을 근거로 배점표 작성을 거부했다.
김 전 의원은 "대곡 역세권은 3호선 라인으로 일산동서구, 삼송까지 이어지는 중앙인데다 39번 우회도로도 지나가 지리적인 장점으로 부곽을 받았다"며 "그러나 고양시가 최초 후보지로 지정한 곳은 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설 자리로, 다른 후보지와는 다르게 명확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복합환승센터 부지에 시청사를 지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집행부 측은 들어갈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에 이어 부지 안이나 밖으로 계획을 수정하면 된다는 말로 본질을 흐렸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결국 3명의 시의원은 배점표 작성을 거부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원장은 일정 등을 이유로 강행 의사를 피력했다. 결국 김 전 의원은 거세게 항의하면서 위원장의 의사봉까지 빼앗는 등 갈등이 극에 달했지만 위원회는 이날 오후 주교제1공영 주차장으로 최종 선정했다는 발표를 했다.
입지선정위원회가 의결한 신청사 부지(파란선) 외에 실제 신청사가 계획된 예정지(빨간선).[사진=파랑새시민연대] 2022.09.07 lkh@newspim.com |
◆예산 최소화 한다더니…수백억원 추가 소요 전망
위원회는 당일 오후 늦게 보도자료를 내고 "고양시가 신청사 예정부지의 77.5%를 소유해 추가 부지 매입이 어렵지 않아 예산 절감 효과도 크고 균형발전과 미래 확장성, 시민 선호 등을 반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같은 결정에 대곡역세권을 신청사 부지로 선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시민들은 물론, 고양시의회도 불투명하게 진행된 위원회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며 반발했다.
이재준 전 시장은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예산 절감'을 부지 선정 이유로 꼽았다. 실제로 해당 부지 4만126㎡ 가운데 국유지 9.8%, 고양시 65.8%, 사유지 24.4%로 시유지 비중이 가장 컸다.
그러나 위원회가 절차 상의 문제를 감수하면서까지 선정한 신청사 부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계획이 변경됐다.
시는 위원회가 선정한 주교동 제1공영주차장 부지는 그대로 두고 맞닿아 있는 7만3946㎡ 규모의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주민개방공간과 신청사, 의회 부지를 다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당초 총 사업비가 2327억원에서 2950억원으로 늘었다. 이동환 당선인 시장직인수위도 이같은 문제를 지적했고, 이 시장도 신청사 건립 사업을 일시 중단했다.
파랑새시민연대 정연숙 대표는 "시유지 비중이 가장 큰 만큼 예산절감을 이유로 들었던 부지는 그대로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돌연 계획을 변경해 사유지 내 신청사를 짓겠다며 그린벨트를 해제한 이유에 대해 시는 어떤 답변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사업 부지 내 토지 소유주들만 그린벨트가 해제 돼 차익을 거두게 됐고, 시는 총 1000억원에 육박하는 사업비를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민들의 관심도 높았고 반발도 거셌던 신청사 부지 선정을 두고 변경 이유가 있다면 떳떳하게 이유를 설명하고 주민들의 이해를 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고도 없이 은밀하게 부지를 변경한 것은 또 다른 의혹을 키우는 것"이라며 "이같은 논란에 대해 관련자들은 침묵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명확한 해명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양시 "위원회 결정은 큰 틀의 부지 선정 타당성 역할"
이같은 주장에 대해 시 관계자는 "위원회는 입지선정을 위해 타당성을 주기 위해 구성됐던 것이지 법적인 근거는 없다"면서 "다만 위원회의 결정을 토대로 위치나 부지 변경, 확장 가능성 등 종합적인 검토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용역을 발주해 그 결과에 따라 현행 부지가 결정됐고 행정안전부의 타당성 조사를 근거로 그린벨트가 해제 되는 등 절차가 진행된 것"이라며 "최종적인 결정은 용역에 따라서 했다고 보면 된다"고도 했다.
김 전 의원 등이 배점표를 제출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도 "재적위원의 3분2 이상이 출석하고 이 인원의 3분의2 이상 득표로 최종 선정이 됐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자신의 권리행사를 하지 않은 것 뿐이지 부지 선정 과정에서의 문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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