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최근 2~3년간 오름세를 보이던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집값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과 금리인상으로 인한 대출이자 부담이 맞물리면서 매수심리가 위축된 결과다. 분양시장 역시 청약경쟁률이 하락하고 미분양 아파트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나 하반기가 내 집 마련 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적어도 올해까지는 금리인상 여파와 규제완화 등 정책에 따른 집값 흐름을 살피면서 기회를 잡아도 늦지 않다는 이야기다. 다만 저점이라도 본인의 여력이 부족한 경우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2022.09.08 min72@newspim.com |
◆ 올해 생애 첫 주택 구매자 29만9409명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 부동산(집합건물·토지·건물) 생애 첫 매수자는 29만9409명으로 전년 동기(48만554명) 대비 37.7% 감소했다. 관련 통계가 처음 작성된 2010년 이후 1~8월 기준 가장 낮은 수치다.
비율 역시 감소했다. 생애 첫 매수자는 올해 전체 매수자 144만7787명의 21%에 불과하다. 지난해 1~8월 생애 첫 매수자 비율이 28%인 점을 감안하면 7%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올해 서울 지역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는 3만2574명으로 가장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경우 전년 동기(6만2116명) 대비 47.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부산과 경기의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 수 역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부산(1만4170명)과 경기(8만3724명)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7.1%, 46.7% 감소했다.
전체 매수자는 동일하게 줄었지만 세종의 경우 유일하게 생애 첫 주택 구매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8월 세종의 생애 첫 매수자수는 5612명으로 전년 동기(4063명) 대비 38.1%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매수자는 1만6809명으로 전년 동기(2만278명) 대비 17.1% 감소했다.
세종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가격 조정기가 빠른 데다 젊은 층 비중이 높은 인구 구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연구원은 "세종시는 타 지역에 비해 가격 조정기가 빨랐고, 현재 거품이 상당히 제거됐다"면서 "세종시 인구 중 생애 최초 대출규제 완화를 적용받을 것으로 추정되는 젊은 층 비중이 높은 점 역시 영향을 미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 내년이 내 집 마련 적기…자금 여력 고려해야
전국적으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 내 집 마련 수요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금리인상과 집값 고점 인식,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 등이 맞물리면서 '내 집 마련' 시점을 재고 있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추가 금리인상 여력과 규제완화 등 정책 발표가 남아 있는 만큼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시기로 내년이 적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원갑 KB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과거 집값이 하락한 뒤 곧바로 반등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면서 "가격이 충분히 떨어진 다음 매수해도 시기적으로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바닥을 다지고 매물을 소화하면서 상승하는 경우가 많아 저점 매수할 기회는 충분히 있으니 서두르지 말고 대기했다가 매수하라"고 덧붙였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분양은 상품성에 따라 언제든 진입해도 되지만 재고 매수는 내년 상반기 이후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당장 내 집 마련에 나서도 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부동산시장이 대출규제 등으로 거래가 억눌려 매매 건수만으로 시장 파악이 어려운 데다 일부 지역에서는 신고가가 여전하다. 이를 고려했을 때 정상적인 하락 안정기의 모습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은형 한국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본인 거주지역의 상황에 따라 주요 지역일수록 빨리 구매하는 것이 적절하고, 그 반대라면 시장을 관망하는 선택지도 있다"면서 "다만 지난 정부의 부동산 폭등기에도 내 집 마련을 못한 개인이 향후 부동산 가격 저점을 잡아서 구매하겠다는 식의 접근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지금은 대출규제 등으로 시장이 억눌렸다고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여력이 있다면 지금부터 투자 기회를 판단하는 것이 좋지만, 본인 여력을 초과하는 투자는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