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기업 구조조정 진행은 더디고 직원 거센 반발에 꽉 막힌 본점 부산 이전 추진.
취임 100일을 맞은 강석훈 산업은행(산은) 회장 성적표다.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하는 등 정책금융 전문가로 꼽히는 강석훈 회장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여 있는 상황이다.
◆ 시급한 현안 대우조선해양 재매각…청사진 아직 못 내놔
시급한 현안으로 대우조선해양 경영 정상화가 꼽힌다. 산은은 지난 1월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최종 불발된 후 대우조선 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외부 기관에 경영 컨설팅도 맡겼다.
하지만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파업이라는 돌발 변수가 등장했다. 파업 손실 반영 등으로 컨설팅 마무리 일정도 늦어졌다. 이에 따라 취임 100일째인 이날까지 분리 매각 등 대우조선해양 재매각 방침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
강 회장은 "컨설팅 결과는 어느 정도 얼개가 나왔으나 구체적으로 말하기가 어렵다"면서도 "대우조선해양 경쟁력 강화, 빠른 매각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과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대우조선해양 거제 조선소 [사진=뉴스핌DB] 2022.09.14 ace@newspim.com |
아시아나항공 매각 건도 강 회장이 매듭을 지어야 할 과제다. 국내에서는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조건부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하지만 해외 각 국가에서 두 회사 기업결합을 심사 중이다.
KDB생명 매각은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 산은은 2009년 KDB생명을 인수해 2014년부터 수차례 매각을 추진했다. 2020년 12월 사모펀드인 JC파트너스와 인수 계약을 맺었으나 지난 4월 계약을 해제했다.
HMM 매각도 강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 100일 간 강 회장이 마무리한 구조조정 건은 쌍용자동차 매각 정도만 꼽힌다.
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딜이 성사되도록 산업부와 외교부 등과 노력 중"이라며 "KDB생명도 매각 준비 과정을 거쳐 곧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HMM은 정상이 됐기 때문에 조속히 매각하는 게 산은 원칙에 맞다"면서도 "해운 산업 전체 금리에서 봐야 하므로 정부 부처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국정과제 산은 부산 이전…직원 반발 심화
강 회장은 본점 이전을 반대하는 직원 반발에 부딪혔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산은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일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31일 경남 창원 부산신항 한진터미널에서 열린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산업은행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으로 이전해 해양도시화, 물류도시화, 첨단 과학산업 도시화로의 길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지만 강 회장은 풀어야 넘어야 벽은 만만치 않다. 먼저 내부 직원 반발을 잠재워야 한다. 산은 직원들은 매일 출근 전 로비에 모여 부산 이전 반대 집회를 연 후 업무를 보고 있다.
강 회장은 직원과의 의견 차이를 좁히기 위해 지난 7일 내부 설명회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다수 직원이 부산 이전 반대 구호를 외치고 퇴장해 대화는 무산됐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2022년 9월 14일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산업은행] 2022.09.14 ace@newspim.com |
강 회장은 국회의원도 설득해야 한다. 부산으로 본점을 옮기려면 한국산업은행법을 고쳐야 한다. 관련 법에 본점을 서울에 둬야 한다고 못이 박혀있기 때문이다.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으나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본점이 있는 서울 여의도가 있는 영등포구 을을 지역구로 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은 이전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갑을 지역구로 둔 김영주 국회 부의장(민주당)도 산은 이전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강 회장은 일단 부산·울산·경남 영업 조직을 확대하고 본부 인원을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본점 이전 사전 준비를 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법 개정과 내부 의견 수렴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부산 이전과 관련해 강 회장은 "제가 회장이라도 국가 최고 책임자가 말한 것을 뒤집기 어려운 점도 있다"며 "산은 직원을 설득하고 이해 폭을 좁히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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