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에 대해 여야가 대치 전선을 형성했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시장경제의 근본 질서가 무너진다"고 비판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노사 쟁의로 타격을 입은 기업이 노동조합이나 조합원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주요 골자다.
불법 파업으로 손해를 본 기업이 노동자 측에 금전 배상을 요구할 권리를 법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으로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노조원을 돕기 위해 시민단체들이 성금을 노란 봉투에 담아 보낸 데서 노란봉투법이란 이름이 나왔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노동·법률·시민·종교단체원들이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9.14 hwang@newspim.com |
한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 헌법상 재산권 보호라는 기본원칙이 있고 민법상 불법쟁의를 한 경우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이 있다"고 했다.
이어 "파업을 하더라도 일반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은 인정이 안 되고 불법일 때만 인정된다"며 "불법 파업의 경우 손해배상하는 게 헌법과 민법 원칙에 따라 당연한 건데 그걸 못하게 하면 노조의 불법쟁의가 판을 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국민의힘 재선 의원도 "과거 근대화 고도성장기에는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인 시스템이 받쳐주질 않았지만 현재는 노동계가 지금 약자인지 모르겠다"며 "대등한 관계를 넘어 문재인 정부 5년간 오히려 우월해졌다"고 했다.
그는 "약자의 상징처럼 노란봉투법이란 이름을 붙여놓고 불법행위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통과가 되면 우리 경제가 위기상황 속에서 근본 질서가 무너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기업인이 독박을 쓰게 만드는 법안"이라고 질타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도 "현재 법에서 불법으로 규정한 부분을 합법화하는 게 일반적이거나 상식적이지 않은 범위를 포함할 거라고 본다"며 "합법 범위를 넓히자고 하는 건 포장을 그렇게 해서 소송을 못하게 하는 걸로 보여진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불법을 저지르거나 노동인권을 탄압하는 등 노동자에게 제대로 된 대우를 안 하게 되면 법적으로 엄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기업인들을 적으로 만드는 건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헌법적 가치에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노란봉투법' 입법을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할 22대 민생입법 과제 중 6번째로 노란봉투법을 선정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노란봉투법에 대해 "추진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과도한 손배소 등으로 헌법에 보장된 노동 3법을 억제하는 것을 바꿔보려는 법안"이라며 "정당한 노동권 보호를 위한 구체적 사례나 해외 입법 사례를 보고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지난 5일 BBS 라디오에서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나 가압류 조치는 노동 기본권을 넘어 노동자의 생존권마저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한 입법이 시급하다"며 "반드시 정기국회 안에 처리하는 게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정의당 역시 노란봉투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이은미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파업은 중단됐지만 470억 원이라는 막대한 손배소가 남았다"며 "사실상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로 구성된 하청 노조에 470억 원의 손배소는 노조의 존속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진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노동조합을 하고 쟁의하는 것은 여전히 목숨 내놓고, 인생 거는 일이 되고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법률 체계에서만 존재할 뿐 사실상 사문화된 손배가압류가 2022년 대한민국에서는 모든 쟁의 후에 따라붙는 루틴이 되고 말았다"고 했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시민 결사에 대한 구시대적 강압과 금지의 굴레를 끝내야 한다"며 "노란봉투법은 단지 노조를 편들기 위한 법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실질적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게 만드는 법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을 접견, 노랑봉투법 등 노동계 현안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9.14 photo@newspim.com |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전날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접견하기도 했다.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이 같이 참석한 자리에서 손 회장은 전 위원장에게 재계의 우려를 담은 검토 의견서를 전달했다.
손 회장은 전 위원장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재산권 침해 우려도 있고 아무런 제재가 없다고 하면 노사쟁 의 때 과격한 행동들이 나올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며 "전세계에 이런 제도는 없고 영국에 하나 있는데, 영국도 조합원 개개인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은 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도 "불법도 문제가 없다고 하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것을 경제계에서는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전 위원장은 "지금은 논의의 아주 초기 단계로, 여러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등을 토대로 실제로 논의를 해보려고 한다"며 "어떤 방향성이 설정돼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을 심사숙고해 결정하겠다"라고 재계의 우려를 일축했다.
한편 노란봉투법은 현재 6건의 법안이 계류돼 있다. 민주당 측에선 강병원, 임종성, 이수진(비례대표), 강민정, 양경숙 의원이, 정의당에선 강은미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공통적으로 '노조활동에 따른 손해배상·가압류 제한'을 담고 있으며 손해배상경감청구, 폭력 행위 수반되지 않은 경우 형사책임 면제, 노동쟁의 정의규정 수정, 노조교섭 대상 사용자 범위 확대, 손해배상 한도 신설 등에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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