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이지민 기자 = 삼성전자가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국제 캠페인인 'RE100'에도 가입하며 DX부문부터 순차적으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일찌감치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들이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에도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에 대한 요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가 그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첫 페이지를 열었다는 점에선 이번 RE100 가입은 의미가 있다.
반면 정작 국내서 전력 소비가 많은 반도체 사업장에 대한 재생에너지 전환 시기를 28년 후인 2050년으로 설정했다는 점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DX부문 재생에너지 전환은 5년후
삼성전자 DX부문장 한종희 부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미래를 위한 동행'을 주제로 CES 2022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
15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신환경경영전략' 속엔 2030년까지 가전과 휴대폰 사업을 하고 있는 DX부문부터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반도체 사업을 하고 있는 DS부문을 포함한 전사는 2050년까지 기본 목표로 탄소중립 조기 달성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RE100 가입과 관련해선 5년 내 모든 해외 사업장에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하고, DX부문은 국내외 모두 2027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DS부문은 2050년까지 전환한다.
삼성이 RE100에 가입한 이유는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불가피하게 전환한 측면도 있다. 삼성전자의 최대 납품처 중 한 곳인 애플은 공급업체 대상으로 2030년까지 제조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전력 100%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기업 간거래(B2B)에서 올리고 있는데, 고객사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 해 경쟁사에 고객을 뺏길 경우,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SK그룹, LG그룹 등 국내 그룹사들이 일찌감치 RE100에 가입해 재생에너지 전환을 이어가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전기 사용 가장 많은 삼성..."현실적 어려움 커"
하지만 우리나에서 RE100이 목표로 하는 재생에너지 전환 계획을 달성하는 덴 기업 입장에선 어려움이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중국 등과 비교해 재생에너지 생산이 부족한데다 관련 인프라, 제도 등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 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싶어도 전환하기 힘든 구조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국내에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반도체 사업장을 가지고 있는데,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막대한 전력이 소모된다. 2021년 기준 삼성전자의 전력 사용량은 25.8TWh로 글로벌 IT제조사 중 최대다. 이 소모량은 서울시 전체 가정용 전력 사용량의 1.76배에 육박하는 양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라인을 계속 증설하고 있어 전력 사용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핵심 반도체 사업장이 자리잡은 한국은 재생에너지 공급여건이 상대적으로 안 좋아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 기업의 ESG 관계자는 "삼성이 RE100에 가입한 것은 선언적인 의미가 강하다"면서"RE100을 하려면 국제인증을 받은 친환경에너지를 써야 하는데, 한전에서 인증 받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도 아니고,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아 삼성이 재생에너지 전환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측면이 많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반도체 재생에너지 전환 28년후..."이미 골든타임 지나"
이 같은 한계 탓에 삼성전자는 DS부문에 대한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 시점을 최대치인 2050년으로 설정했지만, 그 시점이 너무 늦다는 시민단체의 비판도 뒤따르고 있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재앙적인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골든 타임은 향후 10년으로 2050년 목표는 너무 늦다"며 "이번 발표를 계기로 삼성은 RE100 회원사 평균수준인 2030년까지 공급망을 포함해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100%를 달성할 수 있도록 목표를 훨씬 앞당기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탄소중립센터장은 "삼성전자 입장에선 전력 소비가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결단을 내린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한 부분"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RE100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 기반과 인프라 재생에너지 공급 능력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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