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돼 회수 명령이 내려진 LG생활건강 물티슈가 기존에 알려진 양보다 9배 넘게 생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물티슈 전량을 회수하고 있는 LG생활건강은 올해 안에 물티슈 사업을 접기로 했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된 원단으로 2021년 11월부터 약 7만6000개의 '베비언스 온리7 에센셜 55(핑크퐁 캡 70매 물티슈·베비언스)'을 생산했다.
베비언스 온리7 물티슈. [사진=LG생활건강 홈페이지] |
앞서 LG생활건강은 지난 7월 자사 홈페이지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베비언스 제품 중 제조번호가 1LQ인 제품에 한해 판매중지·회수 폐기 명령을 받았다고 공지했다. 식약처에 회수 명령을 받은 제조번호 1LQ 제품은 7920개다. 9배가 넘는 제품이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오염된 원단으로 생산·판매된 것이다.
당초 회수 명령을 받은 제조번호에서 회수된 제품 역시 현저히 적었다. LG생활건강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한 회수종료신고서에 의하면 7920개 중 회수된 제품 수는 161개밖에 되지 않았다. 사실상 오염된 원단으로 생산된 총 제품의 약 99.8%를 국민들이 사용했다.
LG생활건강의 '늑장 공표 문제'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품 회수 공표 명령을 받은 업체는 즉시 해당 내용을 홈페이지와 일간지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그러나 LG생활건강은 홈페이지에는 48시간 만에, 일간지에는 96시간 후에나 판매 중지 사실을 공표했다.
문제가 된 베비언스 제품에서는 살균 보존제인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 혼합물이 검출됐다. CMIT와 MIT는 국내에서 큰 사회적 문제가 됐던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로 사용됐던 성분이다. 이에 국내에서는 세척제나 물티슈 등 위생용품에는 사용할 수 없는 성분으로 관리하고 있다.
인재근 의원은 "감독기관인 식약처는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었고 생산업체인 LG생활건강은 감추기 급급했다"며 "정부 당국은 소비자들이 믿고 쓰는 대기업 제품에 대한 더욱 엄격한 관리체계와 처벌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LG생활건강은 해당 제조번호에 국한하지 않고, 전량을 회수하고 있다. 물티슈 원단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오염된 부분과 오염되지 않은 부분을 걸러내기 어려워서다. LG생활건강은 또 연내 물티슈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정상품과 비정상품을 걸러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전량 회수하기로 했다"며 "(문제가 된 원단을 포함해) 다른 원단을 사용한 베비언스 제품은 현재까지 32만개 회수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말까지 사업을 종료할 생각"이라고도 했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