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외교안보선임기자 =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이 한국을 '약한 고리'로 인식하는 자세를 버리고 30년 전 한·중 수교라는 역사적 결단을 내렸던 기억을 되살려 '귀한 연결고리'로 인식해야 한·중 관계가 발전할 수 있다."
외교부 내에서 최고의 '중국통'으로 손꼽히는 최영삼 차관보가 20일 뉴스핌 제10회 중국포럼 '한·중 수교 30년, 새로운 도전과 기회'에서 강조한 말이다.
미국과 치열한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미국의 동맹국들 중 한국을 '약한 고리'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중국의 대표적인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옌쉐퉁(閻學通) 칭화대학교 당대국제관계연구원장이 2013년에 발표한 '역사적 관성(歷史的慣性)'을 통해서다(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옌 원장은 군사력과 경제력 등 종합 국력에서 미국보다 약세인 중국이 미중경쟁 과정에서 비동맹 원칙을 버리고 미 동맹국 중 자국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깊은 한국과 태국에 접근해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공유함으로써 유리한 입지를 구축하라고 제언했다. 한국인들이 '한중동맹'을 부담스러워 한다면 '운명공동체'란 표현을 사용해도 된다고 했다.
최 차관보는 이날 '한·중관계-보다 성숙한 미래 30년을 향하여'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중 관계가 과거 30년 질적·양적으로 큰 성과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양국 관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많이 들리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이미 10년 이전부터 불거졌으며 전혀 새롭지 않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중관계 위기의 원인을 양국 간 교역규모 성장세 감소라는 양적인 측면과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한 연기 및 애매한 대북한 태도, 사드로 대표되는 '안보리스크' 등의 질적인 측면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중국의 산업 고도화와 경제정책 변화로 인한 기술적·경제적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최 차관보가 진단한 한중관계 위기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상대방을 바라보는 인식과 태도의 변화다. 30년 전 양국은 서로가 서로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임을 인식하고 수교라는 역사적 결단을 내렸는데 지금은 서로 '혐중'하거나 '미국 대중포위망의 약한 고리' 등으로 바라보며 불신하는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특히 한국보다 중국의 태도가 변해야 한다며 "한국이 중국을 여전히 가장 중요한 교류·협력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처럼 중국도 한국을 그렇게 대하는 모습을 보여야 오해가 풀어지고 한중 관계가 다시 견고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즈음에 임박해 중국에서는 '초심을 잊지 말자(勿忘初心)'는 표어가 전국 어디서나 여기 저기에 많이 보이곤 했다"며 "어디 중국 공산당뿐이겠는가? 많은 걱정들이 나오고 있는 한중관계의 회복과 가일층 발전을 위해서도 이 정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외교부가 신임 차관보에 '중국통' 최영삼 전 대변인을 임명한 것은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발전' 기조와 더불어 중국과의 관계에서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응책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통을 외교부 고위직인 차관보에 임명함으로써 여전히 한중관계를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 차관보는 서울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직업 외교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외교부 본부 중국과장 및 주상하이총영사 등을 지냈다. 학부와 미국 미시간대 중국지역학 석사 기간까지 포함하면 거의 30년 가까이 중국 관련 연구와 직무에 종사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에서 열린 제10회 중국포럼 '한중 수교 30년, 새로운 도전과 기회'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이 주최한 이번 포럼은 한중 수교 30년을 맞아 새로운 도전과 기회에 직면한 한중 관계의 새로운 30년을 위한 공동이익의 길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2022.09.20 leehs@newspim.com |
그는 이날 주제발표에 대해 "30년의 한중관계가 지금까지보다 더 좋아지기를 바라고 또 좋아질 수 있다고 믿는, 한중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한국의 한 중국 전문 외교관의 개인적 소회"라며 자신의 발언이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견해로 비쳐지는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3월 25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전화통화에서 "(한중) 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가까운 이웃'으로 양국관계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촉진함으로써 양국과 두 나라 국민들에게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수교 30주년을 맞아 위기를 겪고 있는 '이사갈 수 없는 가까운 이웃' 한국과 중국이 최 차관보의 바람처럼 서로를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을 실천해 '멀리 있는 친척보다 나은 가까운 이웃 사촌'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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