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세무사의 세무대리 업무에 대한 용역비 채권은 변호사 직무에 관한 채권을 규정한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아닌 10년을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A씨가 세무사 B씨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2014년 2월 제주시에 있는 한 풀빌라를 매수해 숙박업을 운영하는 C씨에게 임대하면서 운영 관련 업무를 위임했다. C씨는 이듬해 5월 B씨에게 A씨로부터 임대한 풀빌라를 포함한 빌라 6채에 관한 세금신고 업무를 위임했다.
B씨는 2015년 5월부터 2017년 5월까지 A씨를 위해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세금신고 업무를 수행한 뒤 용역비 429만원을 달라며 지급명령을 신청했고 법원의 인용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이 아닌 C씨가 B씨와 세무대리계약을 체결한 것이기 때문에 용역비를 줄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B씨가 받은 지급명령 정본에 기한 강제집행을 불허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세무용역 수수료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세무용역계약을 체결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므로 원고는 용역비 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은 "피고는 원고를 대리한 C씨와 세무대리계약을 체결한 후 원고를 위해 세금 신고업무를 대행했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용역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1심과 달리 판단했다.
다만 "민법 제163조 제5호에 의하면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공인회계사 및 법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은 3년이고 세무사인 피고의 용역비 채권의 소멸시효기간도 이를 유추적용해 3년"이라며 "피고가 지급명령을 신청한 2019년으로부터 역산해 3년이 지난 용역비 채권은 시효로 소멸했다"고 덧붙였다.
세무사에 대한 명문 규정은 없지만 세무사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에 관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이 3년인 것과의 균형상 세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도 3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항소심은 A씨가 용역비 429만원 중 소멸시효가 완성된 385만원을 제외한 44만원만 지급하면 된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세무사를 상법이 규정하는 상인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세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은 민법 제162조 제1항에 따라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고 이 사건 용역비 채권 전부에 대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며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대법은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하고 있는 세무사법의 여러 규정에 비춰 보면 세무사의 활동은 상인의 영업활동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며 "세무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이 상사채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민법 제163조 5호에서 정하고 있는 자격사 외의 다른 자격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에도 단기 소멸시효 규정이 유추적용된다고 해석한다면 어떤 채권이 그 적용대상이 되는지 불명확하게 돼 법적 안정성을 해하게 된다"며 "세무사와 같이 변호사와 유사한 직무를 수행하는 다른 자격사의 직무에 관한 채권에 대해서는 해당 조항이 유추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세무사의 직무 관련 채권에 대해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되는지, 일반 민사상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는지에 관한 첫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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