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원자재값 폭등과 주택경기 침체에 건설업계의 불안감이 커지자 신사업에 눈길을 돌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주택사업이 사이클 사업이다 보니 한 번 내림세를 타면 3~4년간 유지되는 경향이 짙다. 분양 성적이 저조하고 미분양까지 발생하면 이익은커녕 손실을 떠안는 사업장도 발생한다. 사업 구조에서 주택부문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친환경·에너지·모듈러 등 신사업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진 것이다.
◆ GS건설·SK에코플랜트,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관심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 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사들이 다양한 분야의 신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GS건설은 탄소포집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강화하고 했다. 최근 독일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BASF)와 탄소포집장치 표준 모듈화 사업을 추진하고 했으며, 이를 통해 국내외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시장에 진출할 방침이다.
앞선 지난 1월 미국 'SG H2 랭커스터 LLC'와 신재생 그린 수소 플랜트 모듈화에 대한 협약을 맺은 데 이어 3월 덴마크 할도톱소와 바이오디젤 생산 설비 표준 모듈화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유망 사업으로 꼽히는 탄소포집기술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올라서고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친환경 에너지 모듈화 사업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각오다.
SK에코플랜트와 한화건설은 폐배터리·폐자재 재활용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월 싱가포르 전기·전자 폐기물 기업 테스의 지분 100%를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 혁신기업 어센드 엘리먼츠와 총 5000만달러(약 700억원) 규모 주식매매계약도 체결했다. 리튬이온배터리 재활용과 폐수 처리 등의 사업을 키우기 위한 투자다.
한화건설은 기존 건설현장에서 사용 후 폐기되고 있는 폴리염화비닐(PVC) 안전망을 친환경 PET 안전망으로 변경해 이를 다시 건설자재로 재활용하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를 통해 친환경 방식의 ESG 경영도 확대한다.
포스코건설이 모듈러 공법으로 건설한 광양제철소 광양생활관 건물 전경.<사진=포스코건설> |
주택사업과 유사한 모듈러(조립식) 주택도 관심사다. 최근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은 '모듈러 사업 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국내외 모듈러 시장에 공동 진출하기로 했다. 특히 중동 등 글로벌 모듈러 시장 개척에 역량을 결집하기로 했다.
모듈러 주택은 주요 구조물 제작과 건축 마감을 공장에서 미리 끝낸 뒤 현장으로 옮겨 조립하는 방식이다. 전통적인 철근 콘크리트 공법과 달리 양생 작업이 필요 없어 공사 기간을 절반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다. 주택공급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정부도 모듈러 주택에 용적률·건폐율을 기존 주택보다 15% 높여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모듈러 시장은 세계적으로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10% 안팎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 주택부문 매출 비중 60% 넘어...수익구조 다양화 모색
주택시장 침체가 본격화면서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자 건설사들이 주택사업 확대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외형을 키우기 위해 경쟁적으로 수주를 확대하기보단 수익성 위주의 기업을 이끌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시멘트와 철근, 창틀 등 원자재값이 가파르게 치솟아 주택사업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다. 게다가 집을 사겠다는 수요가 줄어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확산도 우려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의 주택사업 비중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에서 아파트 건설 등 국내 주택·건축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7.2%에 달한다.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70% 넘고 대우건설과 DL이앤씨 등도 60% 이상이다.
대형 건설사 재무담당 한 임원은 "매출에서 차지하는 주택·건축 비중이 60% 달하는 상황에서 주태경기가 꺾이면 기업 실적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위기 상황에 대처하고 새로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익구조 다양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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