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등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에 심화되는 신냉전구도를 활용해 핵무력 법제화를 단행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29일 통일연구원(KINU)과 일본국제관계연구소(JIIA)가 화상(줌 웨비나) 형식으로 공동주최한 '한일전략대화-북한의 현 정세: 내부 정세와 대외정책'에서 "북한이 신냉전 상황을 활용해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했다"고 진단했다.
통일연구원(KINU)-일본국제관계연구소(JIIA) 한일전략대화 2022.09.30 [사진=한일전략대화 포스터] |
박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오는 10월 당대회가 있는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핵 체계화 노력을 쉽게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정세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서 러시아나 중국이 쉽게 북한의 핵 보유, 핵 체계화를 막을 수 없다는 정세적인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즉 신냉전 상황을 활용해서 이번 핵무력 사용을 법제화하는 법률을 제도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지난 8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보면 현재 국제 정세가 북한에게 군사력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훌륭한 조건을 만들어주고 있으며, 따라서 북한이 최대한 이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는 기조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한이 핵무력 법제화를 단행한 또다른 배경으로는 외부로부터의 김정은 정권 몰락 시도, 김정은 참수작전 등에 대비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북한이 체제 내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제9차 당대회가 예정된 2026년, 적어도 2025년까지 전체주의적인 수령 독재 체제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위원은 당초 김정은이 김일성, 김정일과 달리 비교적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 주민들의 동의 등을 중요시했지만 2021년 제8차 당대회 이후 상당히 전체주의적인 흐름이 사회 정책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다소 보수적인 흐름으로 나아가는 것이 현재 북한의 사회 분위기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학 명예교수는 "북한이 자신들의 체제 유지를 위해 핵무기와 운반 수단을 개발하고 있다"며 "북한의 비핵화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북한이 외교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며 "미국과 군비 관리를 위한 협상, 한국과 신뢰 조성을 위한 협상 등에 응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관측했다.
김진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협상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면서도 "북한이 무언가 포기하거나 양보할 여지는 굉장히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기준선이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정해졌다"며 "그 아래 수준의 논의 시도에 대해서는 아마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북한이 핵무력 법제화를 단행했지만 핵무기 사용에 대한 권한을 현장 지휘관에게 위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25~40개 정도로 파악되는 북한의 핵탄두는 아직 현장 지휘관에게 위임할 만한 물리적 역량이 되지 않는다"며 "법령 자체에도 (김정은의 권한을 의미하는) '유일적 지휘'라는 문구가 확실히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일연구원-일본국제관계연구소 한일전략대화'는 한국과 일본 양국 전문가들이 향후 한반도 정세를 전망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양국의 협력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올해가 9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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