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4일 글로벌 채권과 주식 시장이 미 국채 10년물 금리 하락 속 이틀째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다.
전일 발표된 미국의 9월 제조업 경기 지수가 2년 4개월만에 최저로 나타나며,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피벗(방향 전환)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기대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난주 4%로 정점을 찍고 3%대로 후퇴하고 있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 자료=CNBC] koinwon@newspim.com |
3일(현지시간)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발표한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9를 나타냈다. 8월의 52.8보다 2포인트 가까이 내린 것으로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이다. 이는 미국의 제조업 부문이 2년여만에 가장 느린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9월 제조업 PMI는 로이터 통신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52.2도 밑돌았다.
제조업 PMI를 세부 항목별로 살표보면, 가격 지수가 51.7로 2020년 6월 이후 최저로 떨어졌으며, 신규주문 지수도 47.1로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신규주문 지수가 50보다 아래로 내려간 것은 올해 들어 이번이 세 번째이다.
고물가 안정을 위한 연준의 금리 인상 노력에 수요가 줄며 신규주문이 위축된 여파다.
예상보다 저조한 PMI 수치에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며 3일 장중 미 달러화는 낙폭을 확대했으며, 유럽과 미국 증시는 상승폭을 확대했다.
◆ 저조한 제조업 PMI에 침체 우려 불거지며 연준 피벗 기대감↑
4일자 블룸버그 통신은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미국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베팅을 축소하며, 내년 3월에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정점을 이룰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연준의 긴축 우려에 지난주 한때 4%를 넘어섰던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9월 21일 이후 처음으로 4% 아래로 밀렸으며, 독일 단기물 국채 역시 랠리를 보이며 금리가 최대 16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임)
미 동부시간 4일 오전 CME 페드워치에 나타난 금리 전망 [사진=CME페드워치] koinwon@newspim.com |
젠스 피터 소렌스 단스케뱅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중앙은행들(특히 유럽)이 급격한 금리 인상이 심각한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며 (금리 인상의) 속도를 늦추고 나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간스탠리 역시 글로벌 달러 유동성이 위험한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연준의 피벗 가능성을 언급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BI)에 따르면 3일 모간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수석 주식 전략가는 "글로벌 달러 유동성이 나쁜 일이 생길 수 있는 위험지대에 놓여있는 상황"이라 경고했다.
이에 따라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급등세를 보이는 국채 금리 안정을 위해 시장에 개입한 것처럼 연준도 비슷한 방식으로 개입해야 할 것으로 봤다.
그는 "가장 우선적인 질문은, 미국 달러가 언제 미국에 문제가 될 것인지다"며 "아무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흐름(달러 강세)이 이어지면 결국 연준이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호주중앙은행, 4회 연속 '빅스텝' 예상깨고 25bp 인상
여기에 호주중앙은행(RBA)이 예상보다 적은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인상)'을 중단한 것 역시 여타 중앙은행도 비슷한 행보에 나설 것이란 '피벗' 기대를 강화했다.
RBA는 4일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2.35%였던 기준금리를 2.60%로 25bp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RBA는 지난 5월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한 후 넉 달간 50bp 인상을 단행해 왔다.
호주 달러 [사진=로이터 뉴스핌] |
호주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연간 7%를 웃도는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어 이번 회의에서도 RBA가 4회 연속 50bp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는데, 예상보다 적은 폭의 금리 인상에 나서 시장에 서프라이즈를 안겨줬다.
필립 로우 RBA 총재는 성명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2~3%로 유지시키도록 노력 중이다"라며 "오늘의 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 2~3%를 달성하도록 돕지만 앞으로 추가 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밝혀 금리 인상 기조는 이어가겠다는 뜻을 비쳤다.
다만 "금리가 단기간에 상당히 올랐다"라며 "물가 상승률과 경제 전망 등을 평가해 이번 달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 "연말 2% 가까운 수준까지 인상 후 향후 속도 둔화할 수도"
이날 발언에 나선 프랑수아 빌레로이 드 갈하우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 역시 급격한 금리 인상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4일 네덜란드 NRC지와의 인터뷰에서 총재는 ECB가 오는 연말까지 "2%에 못 미치거나 가까운 수준으로(below or close to 2%)"로 금리를 인상한 후 이후에는 정책 재평가에 나서며 향후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가능성을 언급했다.
글로벌엑스 유럽 리서치 책임자 모르게인 델레돈은 "현재 우리가 금리 인상 사이클의 정점에 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연말로 갈수록 '매파적' 서프라이즈보다는 '도비시(완화적) 전환' 가능성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 피벗 기대 '이번이 처음 아냐'....7일 나올 9월 '비농업 고용'이 관건
하지만 연준의 피벗 기대감이 미 증시를 들어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여름에도 연준의 피벗 기대감에 미 증시가 일시 랠리를 보였으나 지난 8월 말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국제경제 심포지엄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예상보다 매파적인 발언으로 이 같은 시장의 기대를 박살냈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3일 투자자들에게 비슷한 경고를 내놓았다.
월스트리트저널윌리엄스 총재는 이날 히스패닉 상공회의소 컨벤션 연설에서 연준의 긴축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완화 초기 신호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기저 압력이 여전히 너무 높은 상황이라며 긴축 저챙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처럼 연준의 피벗 기대가 시장을 다시 끌어올리는 가운데,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지 여부는 향후 수일 뒤 발표될 미국의 노동 시장 지표에 달렸다고 전했다.
미국 상점의 구인 공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현지시간으로 오는 7일 미국의 비농업부문 고용지수와 실업률이 발표될 예정인데, 현재 시장에서는 9월 비농업부문 고용지수가 25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월치(31만5000명)보다 부진한 수준이다. 실업률은 전월과 같은 3.7%로 전망된다.
연준이 강력한 노동시장을 근거로 강력한 긴축을 펼치고 있는 만큼 기대에 못 미치는 고용 수치나 예상을 웃도는 실업률이 나오면 경기 침체 가능성에 연준이 긴축 속도를 늦출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언급되고 있다.
다만 ING 그룹 NV의 전략가들은 예상보다 저조한 미국의 9월 ISM 제조업 수치에도 불구하고 당장 연준이 피벗에 나설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미국 국내 경제 상황이 "여전히 오히려 견조한 편"이어서 연준이 긴축에 나설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오는 7일 고용 보고서는 시장에 다시 매파적 연준에 대한 우려를 촉발하며 주가 재평가로 이어지고 미 달러에는 긍정적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