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이지민 기자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중국에 진출한 한국 반도체 기업이 미국의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칼날을 피했다.
미국이 자국 기업의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 역시 장비 수입이 제한될 것으로 우려됐지만,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 기업에 대해 첨단장비 공급 허가 의무를 1년간 면제해 준 것이다.
이번엔 다행히 중국 규제의 불똥이 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 반도체 굴기 견제 움직임이 커질수록 우리나라 기업들의 중국 투자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美반도체장비 수입허가 1년유예..."韓美워킹그룹 채널로 활용"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
12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 KLA은 최근 새로운 미국 규정에 따라 중국에 기반을 둔 고객사에 제품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미국은 지난 7일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중국 규제 관련 새로운 규정을 발표하며 중국 내 반도체 생산 시설에 첨단 장비를 공급하려는 기업은 미국 상무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KLA은 중국 기업에 제품 공급 중단을 통보했고, 통보 대상에는 중국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산시성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다롄과 우시에 각각 낸드플래시와 D램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당초 규정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중국 반도체 공장에서 미국 기업의 반도체 장비를 수입하려면 미국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이들 기업이 1년간 미국의 별도 허가 없이 장비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이 중국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는 움직임을 이어가는 상황에 메모리반도체 주도권을 쥐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협조가 중요한데, 이에 한국 기업들을 배려해준 조치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측은 "중국에 반도체 제품 생산을 지속할 수 있도록 미국과 원만하게 협의가 됐다"면서 "앞으로도 우리 정부와 함께 미국 상무부와 긴밀하게 협의해 국제질서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중국 공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외교 채널을 통해 미국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했고, 미국에서 사전 정보 공유도 있어 양국 정부의 협의를 통해 우리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고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한미 공급망·산업대화 산하 수출통제 워킹그룹을 정례 협의채널로 활용키로 했다"이라고 전했다.
◆삼성·하이닉스 한숨 돌렸지만...1년후 리스크 상존
미국의 1년 유예조치로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선 한숨 돌렸다고는 하지만, 유예기간이 끝난 후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있다. 만약 유예기간이 끝난 1년후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 공장에서 반도체 장비를 수입하기 위해 미국 허가를 받아야 한다면, 반도체 업종은 적기 투자가 중요한데 허가 기간을 가늠할 수 없어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내년이든 내후년이든 생산라인 업그레이드를 할 계획이 있을 테고, 이것을 미리 점검해야 할 것"이라며 "반도체는 신규 생산장비가 안들어오면 경쟁력이 떨어져 상품의 의미가 없어지는데, 이것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우려되는 것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장에서 장비 수입 허가가 현실화될 경우, 이미 위축된 중국 투자 심리는 더욱 위축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재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유치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이에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를 들이는 새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또 SK그룹 역시 SK하이닉스를 필두로 150억 달러(약 20조원)를 미국 내 반도체 R&D 분야에 투자할 계획을 밝힌 상황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기업들 입장에선 장비를 수입할 때 승인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가 생기게 되는 것으로 중국에 장기적 투자 의욕을 상실시킬 수밖에 없다"면서 "당장의 생산에는 영향이 없겠지만, 큰 흐름에서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할 때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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