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기준금리 인상과 주택거래 침체가 장기화하자 부동산 경매시장도 휘청이고 있다. 경매로 내몰린 매물은 늘어난 반면 부동산 수요 부진이 이어지자 경매 물권의 감정가액 규모가 크게 불어난 상태다.
◆ 경매물권의 감정금액 규모 1년새 704억→1330억
14일 대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부동산 경매에 나온 물권의 감정금액 규모는 1330억9843만원으로 전년동기(704억9973만원) 대비 89% 증가했다.
경매 감정금액은 낙찰금액의 기준이 되는 금액이다. 통상적으로 입찰 예정일 6개월 전 주변 시세와 거래가격 등을 종합해 산정한다. 새로운 주인을 찾으려는 경매 물권이 늘면 그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경매 시장에 나온 매물이 대폭 증가했다. 지난달 아파트 경매건수는 88건으로 전년동기(34건) 대비 158% 늘었다. 같은 기간 연립주택·다세대는 278건에서 427건(53%)으로, 상가는 15건에서 21건(40%)에서 근린시설은 38건에서 60건(57%)으로 각각 증가했다.
주택매수 심리가 차갑게 얼어붙어 낙찰률은 저조한 상태다. 바닥을 가늠하기 어려운 데다 시세가 더 낮아질 것이란 예상 때문에 실수요자들도 선뜻 내 집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낙찰률을 20%로 하락했다. 경매 대상 5건 중 4건이 유찰된 것으로 전년동기(73%)와 비교해도 수치가 상당히 떨어졌다. 감정평가액 대비 낙찰금액을 나타내는 낙찰가율도 112%에서 84%로 내려앉았다. 경매 참가자들은 집값이 하락하자 감정금액이 되레 비싸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 고금리, 거래절벽에 투자심리 위축...적체현상 가중
경매시장의 시장 규모는 당분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경매에 부쳐지는 신건은 계속 늘어나는 반면 거래절벽에 소진이 안돼 매물이 더 쌓일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도 거세다. 이달 초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45~6.918%로 상단 7%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대출자의 이자부담이 40% 정도 증가한 셈이다.
아울러 연내 대출금리 8%대 진입이 예상된다. 지난 12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으면서 이와 연동되는 대출금리의 추가 인상 압박이 커졌다.
대출규제도 부담이다. 낙찰 이후 대출받는 경락잔금대출 역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뿐 아니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받는다. 올해부터 시행된 차주별 DSR 2단계 규제에 따라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을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2금융권 50%)를 넘기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지난 7월부터는 개인별 DSR 규제 대상을 총 대출액 1억원 초과 차주로 강화됐다. 기존 담보대출이 있다면 추가로 경락잔금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것이다.
지지옥션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기존 주택시장에서 거래가 막혀 경매로 넘어온 물권이 늘었고 금리인상까지 겹쳐 경매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았다"며 "경기침체 등 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산돼 경매건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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