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택시난 해결을 위해 타다와 같은 플랫폼 택시를 활성화하겠다고 언급하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불허 입장이었던 우버와 타다에 대해서도 재도입 검토의사를 밝히면서 '택시 시장'은 또 다른 전기를 맞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제도 개선은 아직 구상단계에 머물러 있고 택시의 부족과 사회적 합의 두 가지를 전제로 하고 있어 실제 타다와 우버의 재도입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 속에서도 플랫폼 택시가 중장기적으로 재조명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플랫폼 택시의 현황과 미래상 그리고 정부 정책 방향과 전망을 들여다본다.
[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기존 택시업계의 반발과 정치권의 규제로 씁쓸하게 퇴장한 '타다'가 반쪽짜리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심야 택시난 해결을 위해 타다와 같은 플랫폼 택시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지난해 4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타다 금지법' 시행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미국의 우버, 동남아시아의 그랩 등 글로벌 플랫폼 업체들과 결은 다르다. 우버나 그랩은 기본적으로 개인이 차량을 이용해 유상 운송을 하는 서비스다. 이번에 정부가 허용해 주겠다는 건 과거 타다·우버와 같은 모델을 제도화한 플랫폼 운송사업(타입1) 규제를 풀어 운행 대수를 늘려준다는 의미다.
[돌아온 타다] 글싣는 순서
1. 정부, 타다·우버 도입 검토..."선언적 의미지만 영향 있을 것"
2. 우버·타다 등 제도 개선 선행돼야…'사회적 대타협' 방향은 기여금
3.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선 우버·그랩…타다 "육성 가치 충분"
4. 모빌리티 업계 '기대'...학계 "'카풀' 허용 방안 검토해야"
택시 외에 막혀있던 서비스를 합법적인 틀로 끌고 나온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다만 현 단계에 안주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플랫폼 육성을 위해선 발목을 잡는 여객법 개정과 택시업계와의 상생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난 우버와 그랩 역시 택시업계와 마찰을 빚으면서 성장을 거듭해왔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일 정부가 발표한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에는 성과가 없을 경우 규제를 완화해 타다, 우버 등 '타입1'을 본격적으로 활성화한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내년 2월 이후 플랫폼 활성화가 추진되더라도 과거의 타다와는 다른 형태일 것으로 전망된다.
◆ 2018년 10월 첫 선 보인 '타다 베이직'…택시와 차별화로 급속 성장
렌터카 기반의 호출 서비스로 운영된 '타다 베이직'은 2018년 10월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사업을 확장했다. 택시면허 소지자가 아닌 일반인 운전자가 11~15인승 승합차를 운행하는 방식이었다. 기존 택시사업 규제를 덜 받으면서 운송 사업에 뛰어든 모델이다.
택시와 달리 승차 거부가 없는데다 널찍한 좌석과 깔끔함 등에 시민들의 호응은 높았다. 특히 기사가 불필요한 말을 걸지 않는 점도 인기 요인 중 하나였다. 차별화를 둔 덕에 타다는 1년 만에 서울에서만 170만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타다의 영향력이 급속하게 커지면서 설 자리가 좁아진 택시업계와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한다. 택시업계는 택시 면허 없이 승객을 운송하는 '타다 모델'이 기존 택시기사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타다가 고급 택시 서비스로 사업 확장을 시도하면서 택시기사 반발이 심화됐다.
결국 2019년 4월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개인택시조합)은 서울시에 타다 프리미엄 인허를 불허해 달라는 요구를 전했다. 다음달인 5월에는 서울광장 인근에서 택시기사 안모씨가 분신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같은달 개인택시조합은 광화문에서 '타다 퇴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택시업계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타다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2019년 10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타다 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타다 베이직 사업 모델의 근거가 된 시행령 조항(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을 수정해 사실상 사업을 제한했다.
이듬해 3월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타다 금지법이 결국 통과되고, 다음달인 4월 법이 정식 시행되면서 '타다 베이직' 서비스는 막을 내린다.
◆ 우버·그랩 등 택시업계와 마찰…상생방안 모색
우버, 그랩, 등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도 택시업계와 마찰을 빚으면서 성장을 거듭해왔다. 다만 현재 상생방안을 찾아 갈등을 최소화하고 있다.
가장 먼저 승차공유 서비스를 시작한 우버 역시 마찬가지다. 2009년 3월 개인이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승객을 태우고 돈을 받는 서비스가 개시되자 택시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시위는 지속됐고 기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발생했다. 이처럼 우버의 등장 이후 10년 이상이 흘렀지만 여전히 갈등의 골은 봉합되지 못했다.
다만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의 경우 50개 주는 저마다의 상생 방안을 내놓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는 우버 요금의 20%를 교통 인프라 기여금으로 거둔다. 이 가운데 5%는 택시업계 지원에 쓰인다. 네바다주는 공항, 호텔, 주요 관광지마다 우버 픽업존을 마련해 정해진 곳에서만 우버를 탈 수 있게 했다.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시작한 그랩 역시 동남아 전역에서 택시업계와 갈등을 겪고 있다. 베트남 최대 택시회사 '비나선'은 그랩이 불공정 경쟁을 일으켰다며 소송을 걸었고, 인도네시아의 경우 집회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싱가포르 경우에는 '면허 제도'를 도입해 새롭게 진입하는 운전자에게 택시 기사와 비슷하 수준의 제한을 두고 있다.
한국의 택시 기사들이 타다나 우버를 반대하는 이유중 하나는 택시면허 취득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택시총량제를 실시해 면허 가격이 최대 1억원을 호가할 정도다. 반면 타다의 경우 택시면허 없이 유상 운송이 가능한 만큼 택시 면허의 가치가 떨어질 우려가 나온다.
◆ 여객법 개정·택시업계와 상생, 풀어야할 과제
미국 우버는 지난해 기업가치 910억 달러(한화 약 126조원)를 기록했다. 말레이시아의 그랩의 경우 기업가치가 150억 달러(한화 약 20조8600억원)에 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빌리티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불과 10여년만에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버와 그랩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모빌리티 플랫폼의 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서도 타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규제 완화를 통해 육성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익집단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좌초됐지만 정부 차원의 중재하에 상생한다면 충분히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택시 이외의 공유 서비스 도입이 막혀있었지만 합법적인 틀로 끌고 나온다는 면에선 긍정적이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산적하다.
우선적으로 여객법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의 플랫폼 활성화 방안 역시 여객법의 조항을 되돌리는것이 아닌,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취지다. 이럴 경우 플랫폼 업체는 렌터카와 운전기사를 알선해야 하는데 운영 방식이 다소 복잡해지는 셈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새로운 모빌리티를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한 입장에서 복잡한 모델로 영업을 하게 할 것이 아니라 우버나 리프트처럼 자가용의 유상 운송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면 타다가 복잡하게 렌터카 하고 운전자를 알선하고 하는 방식 등 복잡한 모델로 할 필요가 없다"면서 "새로운 모빌리티를 도입해 주는건 맞는 방향인데 하는김에 여객법을 본질적으로 바꿔 외국처럼 심플한 모델로 하는게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택시업계가 플랫폼 업체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에선 택시산업에 대한 침범으로 생계가 어려워진다는 논리가 우선이지만, 독일이나 프랑스 등 유럽에선 우버 도입 이후 노동자들이 플랫폼에서 착취당하느냐는 문제로 갈등이 일었다.
유 교수는 "택시업계가 그동안 요구했던걸 들어주면서 모빌리티 서비스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택시나 모빌리티 서비스나 결국 목표는 시민들이 편안한 택시 서비스를 향유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교수는 "이름만 다르지 똑같은 모델이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돼 있지만 우리나라만 막혀 있다"면서 "네거티브적인 방향보다 상생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min7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