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애플이 중국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낸드플래시 메모리칩 탑재 계획을 보류하며 중국 반도체 기업의 기술 추격을 받고 있는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한숨 돌리게 됐다.
중국 반도체 기업이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가는 상황에, 거대 글로벌 IT 기업인 애플에 납품까지 할 경우 기술 경쟁력이 강화돼 한국 기업들 입장에선 위협적 경쟁상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YMTC 부품 탑재 계획 보류를 두고 미-중간 반도체 패권 경쟁을 그 원인으로 지목하며, 그 안에서 한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애플날개 뺏긴 YMTC, 한국 기업들은 "휴~"
애플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
18일 업계에선 애플이 YMTC의 낸드플래시 탑재 계획을 보류한 것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약 YMTC가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게 됐다면,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위상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애플 입장에서도 비용을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고, 원하는 가격에 기술력까지 뽑아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긍정적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애플은 중국 YMTC로부터 경쟁사에 비해 20% 저렴한 낸드플래시를 올해 아이폰14탑재를 시작으로 전체 아이폰에 필요한 낸드 물량의 40%를 조달할 예정이었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 됐다면 YMTC는 중국기업 처음으로 애플에 반도체 물량을 공급하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지난 8월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며 미국 정부는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연방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애플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면서 "중국 공산당에 종속된 중국 기업이 미국인이 쓰는 아이폰에 들어가는 것과 이를 통해 미국 통신망에 접속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며 강도 높은 발언을 했다.
YMTC는 2016년 설립된 중국 유일의 낸드플래시 양산 기업으로 중국 반도체 굴기의 핵심 기업이다. 현재 국가 자본 성격이 강한 칭화유니가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제품 단가를 낮춰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갈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다.
애플이 YMTC 제품 탑재 계획을 보류시킨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에서 발표한 미국 기업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 통제 조치 였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미국기업이 18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나노미터 이하로 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 입장에선 첨단 반도체 개발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애플 YMTC 물량, 삼성·하이닉스로? "간접효과 기대"
애플이 YMTC 제품 탑재 계획을 보류하며 그 물량이 한국 기업으로 와 수혜를 받을 수 있을 진 알 수 없다. 이보다 업계에서 주의깊게 보는 부분은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를 둘러싼 패권 전쟁이 장기화되며, 중국 기업들의 반도체 기술 개발이 더디게 진행돼 기술 경쟁에서 위협 요소가 감소했다는 점이다.
중국 기술 기업들이 위협이 되는 부분은 정부 보조금을 받는 중국 기술 기업들이 단가를 낮춰 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부분이다. 예를들어 2000년대 초반 삼성과 LG가 전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에 주도권을 쥐며 디스플레이 산업 강국으로 올라섰다면, 2000년대 후반부터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중국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단가를 크게 낮춰 LCD 시장 점유율을 잠식해 결국 LCD 패널 주도권을 중국에 뺏겼다.
현재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D램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강 구도가 굳혀졌지만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6~7개 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YMTC 제품 사용 보류는 미-중 분쟁 장기화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애플의 아이폰 부품 공급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 업체와 직접적 경쟁이 예상됐던 낸드 분야에서 잠재적 경쟁 위험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사효과라고 한다면 당장 매출상 이익이 발생하는 것인데, 이보단 기존 한국이 잘 하고 있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중국이 끼어들어 우려가 됐는데, 우려가 해소된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bc1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