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사태와 코로나 팬데믹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 고환율 쇼크에 빠진 면세업계. 본업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지만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 공고가 수 개월 째 지연되며 면세사업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면세업계가 인천공항과 함께 날아오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봤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인턴기자 = 도입 논의 중인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면세품 인도장을 놓고도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면세업계는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인천국제공항은 늘어날 운영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시작은 지난 9월이다. 관세청은 '면세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리오프닝 이후에도 고환율·고물가로 회복하지 못하는 면세업계를 소생시키겠다는 취지였다. 여러 대책 중 하나가 '입국장 인도장'이었다. 관세청은 2023년 부산항을 시작으로 공항과 항만에 입국장 면세품 인도장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위기의 면세점, 돌파구는] 글싣는 순서
1. 콧대 높은 인천공항 임대료, 꺾일까
2. 인천공항의 쿠팡화?…"수수료까지 내야하나요"
3. 인천공항 입국 인도장 '득실' 따지는 이유는
◆ 고객 편의 위한 입국 인도장, 면세업 위기 극복에도 보탬
입국장 인도장은 고객 편의를 위해 절실하다. 현재는 면세점에서 구매한 면세품을 출국장에서만 찾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여행객들은 해외여행 기간 동안 물품을 계속 휴대해야 해 불편을 겪었다. 파손 위험도 여행자가 온전히 부담했다.
그러나 입국장 인도장이 생기면 인터넷 면세점과 시내 면세점에서 구매한 면세품을 입국 때 건네받을 수 있다. 여행 내내 고가의 물건을 들고다닐 필요가 없어서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면세점의 모습. 2022.09.14 pangbin@newspim.com |
입국장 인도장은 면세업계의 위기 극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여행자들은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외 면세점을 이용했다. 하지만 입국 인도장이 도입되면 시내 면세점 이용률이 높아질 수 있다. 출국 전 면세품을 사고 입국 후 인도장에서 받아보기 때문이다.
관광 선진국들도 입국장 인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중국·태국·호주·뉴질랜드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도 2019년 관세법과 2020년 시행령 개정을 통해 법령상 입국장 인도장을 신설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다.
이에 관세청은 입국장 면세점이 없는 부산항에 면세품 인도장을 시범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 20일 부산세관은 부산항 입국장 인도장을 운영할 시범운영자 모집에 나섰다. 부산항 인도장을 일정 기간 운영한 후 그 결과에 따라 다른 공항에 입국 인도장을 추가로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은 유관기관 협의체를 구성해 확대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적용 품목 등 세부방안은 국민 편의효과와 시범운영 결과, 시설권자와의 협의 및 중소·중견기업 입국장 면세점 등의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할 계획이다.
◆ "인천공항이 인도장 거점" VS "공간 좁아 고객 불편 야기"
입국 인도장의 핵심은 '인천공항'이다. 이용객이 몰리기 때문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오기 전 인천공항의 여객수는 전체 공항의 절반을 차지했다. 특히 면세업계에서는 내국인 이용객이 지방공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는 입장이다.
인천공항에 인도장을 도입하면 비용 걱정도 준다. 인도장을 추가로 운영하려면 그만큼 인력과 물류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분산 효과 때문에 면세업계는 큰 혜택을 얻기 어렵다. 면세업계에서는 여행객들의 편의를 개선하려면 인천국제공항에 인도장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영종도=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이 여행객과 환영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2.08.11 mironj19@newspim.com |
반면 인천공항공사는 입국장 인도장 도입에 난색을 표한다. 인천공항 입국장 시설에 따로 공간을 내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인천공항 입국장은 캐로셀(수하물 컨베이어벨트) 및 대기 공간, 세관 검사구역, 업무용시설 등으로 꽉 차 있다.
현재 출국장 인도장 면적(6050㎡)의 50% 수준으로 입국장 면세품 인도장을 조성한다고 하더라도 입국장에서 3000㎡ 이상의 여유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지난 2019년 입국장 면세점이 인천공항에 입점할 당시 맞닥뜨렸던 문제이기도 했다. 입국장 면세점은 여행객들에게 살 물건이 없다는 비판을 듣는다. 하지만 인천공항이 입국장 면세점에 내줄 수 있었던 여유공간은 터미널 T1, T2를 합쳐서 약 700㎡뿐이었다. 입점할 가게 수가 한정되다 보니 취급 품목도 자연히 줄었다.
좁은 공간에서 인도장 도입은 혼선을 일으킬 수 있다. 입국 인도장을 설치할 경우 수하물을 찾기 위한 여객과 면세품을 찾기 위한 여객이 뒤섞여 혼잡이 발생할 수 있다. 고객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조치가 장기적으로는 불편을 야기하게 된다는 것.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지금 인천공항의 공간을 이용하는 것보다 온라인 픽업 서비스를 만드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며 "온라인에서 미리 신청하면 입국장 면세점 있는 곳에서 픽업할 수 있어 불편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면세점에서는 이르면 11월 말 정도에 입찰이 이뤄질 거라는 입장이다. 고정 임대료의 경우 팬데믹 때 형성된 가격을 유지하되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돼 사업자들의 리스크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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