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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위기돌파] ⑤'자율주행·로봇'에 진심 머스크, 투트랙 전략 올인

기사등록 : 2022-10-2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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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트럭, 내년 중반 생산 시작 추정
도심 자율주행 가능한 FSD 베타 연내 출시
6900개 로봇 관련 인재 채용 늘어

빅테크 기업들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을 비롯한 각 국가들이 금리 인상을 시작한데다 높은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경기 둔화로 매출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 돌파구 마련이 절실해졌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성장했던 빅테크 기업들은 최근 비용절감과 함께 전략 수정에 나섰다. 위기의 시대, 빅테크들이 집중하고 있는 사업과 달라지고 있는 전략들을 짚어본다.

[실리콘밸리=뉴스핌] 김나래 특파원 = "비가 오든 말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겠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TSLA) 최고경영자(CEO)는 19일 3분기 실적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발언은 최근 테슬라의 위기 돌파를 위한 머스크의 생각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테슬라는 경기 침체 우려속에도 불구하고 도심에서 완전자율주행(FSD) 실현, AI(인공지능)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를 결합한 옵티머스 개발을 위한 투트랙 전략으로 전력질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테슬라 직원들은 업무 과다에 호소하고 있다. 머스크가 '실리콘밸리 일벌레'로 워낙 유명한데다 경기 침체에 대한 위기감까지 겹치면서다. 

[빅테크 위기돌파] 글싣는 순서

1. '돈잔치 끝났다'...짐싸는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
2. 구글, 복지 줄이고 클라우드·구글글래스에 집중
3. 'AR 왕좌' 노리는 애플, 캐시카우 구축도 전념
4. 쪼그라든 메타, VR과 메타버스에 올인
5. '자율주행·로봇'에 진심 머스크, 투트랙 전략 올인
6. 새판짜는 아마존, 스마트홈·헬스케어 시장 잡는다

테슬라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머스크는 본인이 직접 자율주행을 사용하면서 문제점이 있으면 바로 관련 부서에 이메일을 보낸다. 최근 관련 부서는 머스크의 이메일을 받는 일이 굉장히 잦아졌다. 일례로 머스크가 자사의 자율주행 테스트를 위해 부딪히기 직전까지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기능을 테스트한 일화는 최근 널리 회자되고 있다. 

머스크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경험이 있다. 테슬라는 지난 2017년 모델3 생산 지연 문제 등으로 위기를 겪었지만 머스크가 오히려 위기경영을 통해 기업가치를 크게 성장시켰다. 그가 "테슬라는 향후 애플과 사우디아람코를 합친 것보다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자신한만큼 이번 위기도 기회로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진=로이터 뉴스핌]

◆ 테슬라 내부 "감원 우려보다 무서운 것은 머스크 채찍질"

테슬라는 다른 빅테크 기업들의 무거운 분위기와는 다르다.  물론 직원들은 올해 주가가 하락하면서 힘이 빠지기는 했지만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감원(레이오프) 걱정은 없다. 이미 회사가 몸집을 줄이고 다른 회사들에 비해 간단 명료한 사업 목표를 위해 전력투구 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올해 초 사업을 재정비하고 6~7월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이슈를 이유로 감원에 나서겠다고 언급하며 다른 기업보다 발빠르게 움직인 것이 예방주사가 됐다.

테슬라는 주요 사업과 비필수 인력 감원을 하며 비용절감에 나섰다. 지난 6월 말 자율주행 보조기능인 '오토파일럿' 관련 직원 350명 중 200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또한 임원들에게 보낸 '전 세계 채용 중단'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통해 정규직 근로자 10%를 해고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테슬라는 최소한의 인력들로 최대의 효율성을 끌어 내는 구조다. 테슬라의 직원은 2021년 말 기준 9만9920명으로 이는 2020년(7만757명) 보다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테슬라의 성장성을 감안할 때 턱없이 부족한 숫자라는 평가다. 

그럼에도 자동차와 로봇 사업에 적용하는 기술들이 사실상 비슷해, 테슬라 직원들은 멀티테스킹을 소화해 내고 있다. 테슬라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전기차 만들고 트럭 만들다가 이젠 로봇도 만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테슬라 관계자는 "테슬라가 하는 사업들을 볼 때 현재 인력으로도 감당이 어려울 때가 많아 직원들을 레이오프 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면서도 "감원 우려보다는 머스크의 채찍질이 더 힘들다"고 밝혔다. 

[뉴스핌=김나래 기자] 테슬라 전문가 조 테크마이어는 테슬라가 텍사스주 소재 기가팩토리에서 지난 14일  두개의 새로운 사이버트럭의 프로토타입 배송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조 테그마이어 트위터 캡쳐]  2022.10.21 ticktock0326@newspim.com

◆ 자동차판매 수요 둔화에 사이버트럭·완전자율주행 올인

물론 테슬라도 현재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테슬라의 지난 3분기 실적을 보면 시장의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다. 테슬라는 역대 최대의 3분기 매출을 기록했지만, 물류 문제로 인해 차량 인도 대수가 예상보다 적었던 탓이다.

앞서 공개된 테슬라의 3분기 차량 인도 실적은 34만3830대로 팩트셋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37만1000대를 못미치는 상황이다. 테슬라가 제시한 목표 인도량을 달성하려면 전체 출하량이 140만대가 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하반기 남은 기간 약 50만대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테슬라의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도 가시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중국의 모델3 인도 대기시간 단축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대기시간이 짧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번스타인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에서 테슬라 모델3를 주문하면 7월에는 약 18주를 기다려야 했는데, 9월에는 4~5주로 단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스크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배송의 문제는 아니며 4분기 수요는 강하고 테슬라가 만들고 있는 모든 자동차를 판매할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지만 머스크가 믿는 구석이 있다고 평가했다. 바로 사이버트럭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다. 현재 테슬라는 전기트럭 '세미' 생산을 시작했으며 오는 12월에 펩시에 납품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 텍사스주 소재 기가팩토리에서는 스포츠유틸리티(SUV) 전기차 '모델Y'의 생산을 확대한 후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테슬라 전문가로 불리는 조 테그마이어 트위터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가텍사스 공장에 두 개의 새로운 사이버트럭의 프로토타입이 배송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사이버 트럭의 공식 생산 일정이 정확하지 않지만 내년 중반에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100만 건 이상을 주문받은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모델 3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의 사전 주문 수의 5배 이상이다.

일단 시작 가격이 3만9900달러로 전기 픽업 트럭은 트럭 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사이버트럭은 테슬라가 지금까지 생산한 차량 중 가장 복잡한 차량 중 하나이기 때문에 제조 능력에 대한 주요 테스트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 구현을 위해서도 돌진하고 있다. FSD 사업은 머스크가 가장 애착하는 부서로 일주일에 두어 번 직접 회의를 주재할 만큼 관심이 크다. 머스크가 밤낮없이 수정 사항과 문제점들을 이메일로 공유해 거의 24시간 풀가동인 셈이다. 

테슬라의 FDS 사업부는 올해 큰 변화를 맞았다. 핵심적인 역할을 한 임원인 안드레이 카르파티가 지난 7월 회사를 떠나면서다. 이는 머스크가 카르파티가 주도한 FSD 출시 타임테이블에 만족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업계에서 추즉하고 있다. 

머스크는 일단 올해 연말까지 모든 FSD 사용자가 도심 자율주행이 가능한 FSD 베타 업그레이드된 버전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못을 박았다. 다만 올해 안에 당국의 승인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해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테슬라가 FSD 사업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지속적으로 수익을 가져다주는 캐시카우(수익창출원)가 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현재도 이미 FSD는 사용자들의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테슬라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16만 명 정도의 테슬라 운전자가 FSD를 이용하고 있다. 이는 웨이모와 다른 자율주행 회사 등이 1000대 미만의 자동차를 운영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상적인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전기차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지만 사이버트럭과 완전자율주행 개발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뉴스핌=김나래 기자] AI데이에서 공개한 로봇에 대해 설명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AI데이 캡쳐] 2022.10.21 ticktock0326@newspim.com

◆ 옵티머스 로봇 개발에도 진심…인재 채용 급증

테슬라는 전기차 외에 최근 로봇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을 위한 채용을 오히려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주 테슬라의 채용공고 홈페이지에는 총 6900개 이상의 포지션이 열려있는데, 로이터가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한 6월 중순과 비교하면 50%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업계는 이같은 채용을 통해 테슬라의 향후 사업 방향을 점치고 있다.

로봇 개발 포지션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엔지니어링과 같은 기술 분야가 전체 채용공고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특히 오토파일럿과 로보틱스 분야 채용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업계는 테슬라가 본격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머스크는 최근 로봇 사업에서도 하드웨어보다는 AI 기술에 집중하겠다는 야심도 드러냈다. 테슬라는 최근 AI데이 2022 행사에서 진화된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시제품을 공개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여기에는 테슬라의 차량 기술이 상당수 적용됐다. FSD의 반도체 칩과 소프트웨어 등이 사용된 것이다. 이 로봇 기술에서도 카메라를 통해 주변을 인지하고 학습하며, 복잡한 상황에서 최적의 판단을 하는 AI 기술이 핵심이다. 로봇이 스스로 걷는 방법을 학습하고 장애물을 피할 수 있고 인간의 원격조종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점에서 업계는 주목했다.

머스크는 기존 제품의 5분의 1수준인 2만달러 미만 가격으로 3~5년 내 옵티머스 수백만 대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또 옵티머스 개선을 위해 해결할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기존 인간형 로봇은 뇌가 없어 문제였지만 옵티머스는 두뇌인 AI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머스크는 자동차에 적용되는 AI와 라이다와 같은 기술들이 로봇에도 활용이 가능한 데다 산업현장이나 일상생활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무궁무진해 미래의 먹거리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평가는 엇갈린다. 옵티머스 프로젝트 자문을 담당한 데니스홍 UCLA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옵티머스 팀이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뤄낸 성과는 인상적이지만, 동의하지 않는 한 가지는 (발표한 로봇을) 생산에 들어간다는 것"이라며 "로봇에 필요한 이동 및 조작 기본기술이 아직 부족해 사람들이 꿈꾸는 인간형 집사 로봇을 구현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론의 야심 찬 옵티머스 프로젝트 일정에 의구심이 있지만, 솔직히 내가 틀렸다는 게 입증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ticktock032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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