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강원도가 2050억원 규모의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지급 보증을 급작스레 철회하면서 자금시장 마비가 우려되자 정부는 20일 1조6000억원의 채권시장안정펀드 투입,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정상화 유예 등의 조치를 내놨다. 하지만 신용경색 우려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뒤늦은 대응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강원도 레고랜드 개발 ABCP이 최종 부도처리 된 것은 지난 4일로, 정부와 금융당국이 모니터링 강화를 언급하며 논의만 이어간 동안 채권시장은 급속히 경색됐다.
신용스프레드 확대 속도는 가팔라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용스프레드는 지난 14일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인 1.14%포인트(p)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신용스프레드는 1.25%p로 벌어졌다. 신용스프레드는 국고채 3년물과 회사채(AA-등급) 3년물 간 차이를 의미하는데, 금리 차가 벌어질수록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서울=뉴스핌] 홍보영 기자= 2022.10.21 byhong@newspim.com |
자금시장의 돈맥경화를 부추긴 데는 정부 탓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연달아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자금 경색이 정점을 향해 치달았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14조원이 넘는 적자를 낸 한국전력이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채(한전채)를 전체 신용채권의 36.7%에 달하는 18조3000억원 발행하면서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였다. 한전은 국고채에 준하는 채권을 5%대 금리로 쏟아냈는데, 이보다 신용도가 낮은 국내 기업들은 더 높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해야 투자자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 기업의 자금조달 경색 우려도 커진 셈이다. 채권시장 전문가는 "글로벌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연말 한전 회사채 금리는 6%대에 진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도 앞 다퉈 은행채 발행을 늘렸다. 금투협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은행들의 은행채 발행액은 168조6490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발행액(183조 2123억원)의 92.1%에 이른다. 지난달 은행채 발행액은 25조8800억원으로 월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요구한 유동성커버리지(LCR) 비율을 맞추고 환율상승에 따른 장외파생상품 거래 변동성 리스크를 해지하기 위해 조달 규모를 확대해 왔다"며 "회사채 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신용도가 높은 은행채에 투자자가 몰리면서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긴급 투입키로 한 채권시장안정펀드로 자금시장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가 채안펀드를 풀겠다고 언급한 다음 날인 오늘 채권금리는 더 올랐다"며 "이는 현재 조치로는 시장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는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채안펀드 등을 통한 대응 만으로 최근 나타난 자금시장에서의 경색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어 필요한 시장 대응을 위한 조치들이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전날 금융위에서 투입하기로 한 채안펀드는 지난 2020년 3월 금융위를 비롯한 관계기관 합동으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차원에서 조성한 것이다. 채안펀드 가동 목표인 20조원 중에 1차 캐피탈콜로 3조를 조성했고 그중 1조4000억원을 사용하고 남은 1조6000억원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전날 "채안펀드 여유 재원을 통해 신속히 매입을 재개하고 추가 캐피탈콜(추가 수요가 있으면 투자금을 집행하는 방식) 실시도 즉각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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