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아영 기자 = 최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하는 포스터를 붙인 작가가 경찰에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현행 판례에서는 예술작품의 표현 내용에 대해서는 제한하고 있지 않으나 옥외광고물법 등 방법에 있어서는 처벌하고 있어 '표현의 자유'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전날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법)과 경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로 이병하(활동명 이하) 작가를 불러 조사했다.
[사진=이하 작가 페이스북] |
이씨는 지난달 삼각지역 인근 버스정류장 등에 윤 대통령을 조롱하는 취지의 포스터를 부착했다. 포스터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윤 대통령이 곤룡포를 입고 앞섶을 풀고 있는 모습과 '마음껏 낙서하세요. 곧 수거합니다. 제거하지 말아주세요'라는 문구가 담겼다.
◆ 조사 받는 것만으로도 위축...표현의 자유 보장돼야
이씨는 2012년 5월에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인근 주택가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풍자 포스터 55장을 붙여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선고유예를 받은 적 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벌금 10만원의 선고 유예를 내렸고 대법원도 "예술표현의 자유는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를 위해 제한할 수 있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또한 2014년에는 종로의 한 빌딩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풍자 포스터를 배포했다가 건조물 침입과 옥외광고물 관리법 위반으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씨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여러 번 조사를 받은 것이 영향이 없진 않다"고 밝혔다. 이씨는 "가지고 있는 철학이나 신념을 버리진 않았지만 조사라는 피곤한 과정을 겪는 것을 자주하다보니 이제 좀 피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씨는 작품활동을 하며 법에 저촉되지 않을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간사는 "일반적으로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위축되거나 겁을 먹게 돼 향후 자기 검열을 하게 되고 조심하게 된다"며 "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조사를 받는 과정이 결국 표출하려고 하는 의사 등을 억제하게 만들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표현의 자유는 자신과 반대되는 입장에 있어서도 폭넓게 인정되는 것이 민주 사회"라며 "국민들의 민주주의 의식 등이 많이 성숙해졌음에도 정치적인 의사 표현에 있어서 과거 권위주의 정부가 행한 것과 비슷해 비판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표현의 자유 무제한 허용 아냐...재물손괴 등은 처벌해야
그러나 재물적 가치 등 예술 작품의 표현 및 배포 등 방법적 측면에서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입장이다.
이씨는 2014년 박 전 대통령을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주인공처럼 묘사하고 'Mad Government(미친 정부)'라는 문구가 담긴 포스터를 배포했다. 당시 이씨는 배포를 위해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옥상에 올라갔기에 이에 대해 대법원은 유죄를 선고했다.
2011년에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G20 홍보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린 대학강사와 대학생이 공용물건손상죄로 서울중앙지법에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며 "G20을 홍보하고 안내하는 공공물건인 포스터의 재물적 가치가 떨어지진 않았다고 해도 홍보가치적인 측면에서 볼 때 가치 훼손이 적다고 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2016년 11월 홍대입구역 인근 공사장 담장에 박 전 대통령을 풍자하는 그래피티를 그려 재물손괴죄로 기소된 홍승희 씨도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과 대법원에서는 벌금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2심 재판부는 담장 소유주의 허락을 받지 않고 그림이 물로 지워지지도 않아 재물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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