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대형 압사 참사가 발생한 가운데 의학전문가들은 심정지 상황에서 5분 이내에 빠르게 심폐소생술(CPR)이 이뤄져야만 환자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인술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전 대한응급의학회장)은 30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중증외상 환자의 골든타임은 1시간, 뇌졸중 환자는 3시간이지만 심정지 상태에서 골든타임은 단 5분에 불과하다"며 "심정지로 5분이 지나고 나면 이미 뇌세포가 비가역적인 손상을 입은 상태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심정지 환자의 골든타임 5분이 지나고 나면 사실상 뇌사 상태로 의학적인 조치가 의미없는 상황에 접어든다는 설명이다.
재난 및 응급상황에서는 한정된 의료자원으로 최대한 많은 환자를 구하기 위해 빠른 조치가 필요한 순서대로 '긴급→응급→비응급→지연' 등 4가지 체계로로 분류한다. 이 때 '긴급' 환자는 수분 내 의학적 조치가 필요한 환자이고, '지연' 환자는 별도의 의학적 조치가 의미없는 뇌사 및 사망자를 의미한다. 그런데 심정지 환자의 경우 단 5분 내외로 살릴 수 있는 '긴급' 환자에서 가망이 없는 '지연' 환자로 바뀐다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핼러윈 인파가 몰려 인명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2022.10.29 hwang@newspim.com |
유 교수는 "이태원 대규모 참사의 경우 현장 상황상 압사사고 환자들을 분리하고 의학적 조치를 하기까지 시간이 꽤 소요됐고 심정지 5분이 지난 이후에는 병원에 도착해도 뇌사 및 사망 판정 외에 할 수 있는 조치가 거의 없다"며 "제보영상을 보면 현장에서 시민들이 CPR을 시행하고 있지만 깔려있는 환자를 끄집어내고 분리하는 동안 골든타임이 지나버린 사례들이 대부분이라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 어디서든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면 즉각적인 CPR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일반인 대상 교육과 훈련은 매우 중요하다"며 "다만 이태원 참사의 경우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사고인만큼 개개인의 CPR 교육뿐만 아니라 안전조치와 후속대책 등이 필요한 사례로 보인다"고 했다.
유 교수는 "통상 압사사고는 행사장, 스포츠 경기 등 한정된 장소에서 발생하는 데 이번 이태원 사고는 길거리에서 나타난 것으로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라며 "좁고 경사진 길목은 진출입을 조절하고 대형 행사 시 안전 조치를 강화하는 등 예방대책을 강구해야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심폐소생술(CPR)은 심장마비 및 심정지 환자에게 호흡과 혈액순환을 보조해주는 과정이다. 간단한 방법만 숙지한다면 누구나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
환자를 발견할 경우 즉시 119에 도움을 요청하고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작해야 한다. 심장마비 상태로 판단될 경우 가장 먼저 가슴 압박을 30회 시행해야 한다.
한 쪽 손바닥을 가슴뼈(흉골)의 아래쪽 절반 부위에 대고, 그 위에 다른 손바닥을 겹쳐 강하고 규칙적으로 빠르게 압박하는 것이 원칙이다. 압박 깊이는 약 5㎝, 압박 속도는 분당 100∼120회를 유지한다.
인공호흡은 환자의 턱을 들어 올려 기도를 열리게 한 후 시행한다. 가슴 압박 30회, 인공호흡 2회를 반복한다. 심폐소생술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 119응급의료상담원과 영상연결을 통해 응급지도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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