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은 기대감을, 미국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 "中, 경제 협력 중요성 내세워 양국 관계 강화" 기대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28일 숄츠 총리가 오는 4일 중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 프리핑에서 숄츠 총리의 방중에 어떤 기대감을 갖고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올해는 중국·독일 수교 50주년이 되는 해로, 중·독은 전방위적인 전략적 동반자"라며 "이번 방중은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유럽 정상의 첫 방중이자 숄츠 총리 취임 이후의 첫 방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자오 대변인은 "양국 정상은 중·독 관계, 중·유럽 관계, 국제 정세 및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해 심도 있게 교류할 것"이라며 "중·독 간 정치적 상호 신뢰를 더욱 공고히하고 중·독 협화를 심화하는 것은 양국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방문이 신시대 중·독 전방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 발전시키는 데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 믿는다"며 "세계 평화와 안정·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숄츠 총리의 방중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국 다수 매체가 중·독 관계 발전을 예상한 기사를 싣고 있다. 중궈징지왕(中國經濟網·중국경제망)은 숄츠 총리와 함께 중국을 찾는 대표단을 소개하면서 "모두 장기간 중국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풍성한 이익도 거두었다"며 "(대표단에 포함된 기업들이)중·독 무역관계의 부단한 심화 과정을 함께한 경험자이자 수혜자"라고 강조했다.
매체는 "각종 요인 영향으로 독일 내부에 중국에 대한 오해의 목소리가 존재하고 일부는 '대중 경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며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주장하면서 압력을 행사하기도 한다"며 "이러한 배경 속 독일 기업계의 적극적인 방중 신청은 중국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 대중 투자에 대한 적극적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독일 등의 매체에 따르면 숄츠 총리의 이번 방중에는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 롤란드 부쉬 지멘스 CEO, 벨렌 가리호 머크 CEO, 크리스티안 제윙 도이체방크 CEO, 마르틴 브루더뮐러 BASF 이사회 의장 등을 포함해 100여 개 기업 대표단이 함께 할 것으로 전해진다.
[베르겐 로이터=뉴스핌]주옥함 기자=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베르겐에 있는 연방군 군사기지에 방문해 무기를 살펴보고 있다. 2022.10.17.wodemaya@newspim.com |
일각에서는 중국이 숄츠 총리의 방중을 계기로 유럽과의 관계 회복을 모색할 것으로 내다본다.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제제 및 우크라이나 지원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 간 결속이 강화됐던 반면, 중국과 유럽 관계는 상대적으로 멀어졌었다.
특히 유럽 내부에서도 영향력이 큰 독일과의 관계를 이른바 '메르켈 시대' 때만큼으로 되돌릴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재임 기간 독일을 포함한 유럽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자주성'을 유지하면서 미중 사이에서 균형적 입장을 보였다고 판단한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통상무역을 중심으로 유럽과 안정적인 관계를 이어왔다는 인식이다. 메르켈 총리는 16년의 재임 기간 중국을 12차례 방문했고, 메르켈 총리가 취임한 2005년부터 10여 년 간 독일 경제성장에 대한 대중 수출 기여도가 8%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메르켈이 총리에서 물러나고 우크라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중국과 유럽 관계에 변화가 발생했다. 여기에 더해 유럽 국가가 친대만 행보를 보인 것도 중국과의 유럽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면서 중국이 오랜 기간 추진해 온 유럽연합(EU)-중국 포괄적 투자협정(CAI)의 유럽 의회 비준이 불투명해졌다.
중국은 숄츠 총리의 방중 기간 거대 시장의 강점을 내비치며 양국 간 교역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역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궈징지왕 역시 "경제 협력은 중·독 관계의 기틀"이라며 양국이 사회제도 및 발전 수준의 차이를 초월해 전방위적이고 다차원 적이고 광범위한 분야에서 경협 구도를 형성했다고 강조했다.
중궈징지왕이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 진출 중인 독일 기업은 5000개 이상힌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독일의 대중 직접투자액은 900억 유로(약 125조 5518억 원)을 넘어섰고 중·독 간 교역액은 2453억 유로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6년 연속 독일 최대 무역 파트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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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對中 전선 '구멍' 생길라...美, 獨 '친중'에 견제구
다만 미국을 주축으로 한 서방국가들에 있어서는 숄츠의 중국 방문이 달갑지만은 않다. 독일의 '독자행동'으로 중국에 대항해 구축한 전선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국은 직접적으로 견제구를 던졌다. 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독일 정부에 함부르크 항만에 대한 중국 국영 해운사의 지분 참여를 제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숄츠 총리는 독일 최대 항만인 함부르크 항만에 중국 국영 해운사인 중국원양해운(中國遠洋·COSCO)의 지분 참여를 허용하기로 했다. 경제·국방·외교부를 포함해 6개 부처가 반대했으나 숄츠 총리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다만 코스코의 지분율은 25% 미만으로 제한했다. 당초 코스코는 35%의 지분 참여를 원했으나 미국 측이 함부르크 항만의 지배 지분을 중국에 줘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제안'하면서 코스코의 최종 참여 지분율이 축소됐다는 전언이다. 코스코 지분율이 24.9%에 그치면서 코스코의 지분 참여에 대한 독일 내각 승인은 필요 없어졌다.
독일이 친중 행보를 이어갈 경우 미국이 독일에 대한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더타임스는 오는 8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독일에 제재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싱크탱크 독일마셜펀드의 아시아 전문가 앤드루 스몰은 "바이든 행정부에는 독일의 접근법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있기도 하지만 멋대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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