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제주에서 작업하는 화가 김품창(56)이 '김품창의 제주환상'이라는 타이틀로 서울에서 개인전을 연다. 김품창은 11월 4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이번 개인전에 작가는 올해 그린 '어울림의 공간:제주환상' 등 대형 작품을 비롯해 신작 25점을 선보인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김품창, '어울림의 공간: 제주환상'.한지에 아크릴릭.2022. [사진=김품창] 2022.11.03 art29@newspim.com |
김품창은 미술대학 졸업 후 창작생활을 하던 서울에서의 삶을 접고, 35세에 제주도 서귀포의 바닷가 시골마을로 이주했다. 땅 설고 물 설은 서귀포에 정착한지 올해로 22년째인 작가는 "친인척 하나 없는 제주에서의 삶은 생활과 문화, 환경이 너무도 달라 녹녹치 않았다"며 "하지만 제주는 그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자연이 있어 미치도록 빠져들었고, 내 그림 전부가 제주도가 되고 말았다"고 했다.
김품창의 그림은 단순히 제주도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린 게 아니다. 가슴 벅찬 제주도의 대자연을 보고, 또 보고 녹여내 그려낸 '판타지 그림'이다. 작가는 제주 정착 초기 아름다운 제주의 바다와 자연을 주제로 달밤, 태풍과 해안마을을 그렸다. 그리곤 자주 마주치는 생명체를 발견하고 그 작은 생명체들이야말로 인간이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임을 깨달았다. 이후 김품창은 인간과 자연, 수많은 생명체들이 어우러지는 곳이 제주임을 부각시키며 이 세상에 존재 하지 않는 판타지 세상을 화폭에 펼쳐놓기 시작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김품창, '어울림의 공간: 제주환상', 한지에 아크릴릭. 146x210cm. 2022 [사진=김품창]2022.11.03 art29@newspim.com |
특히 마을 근처의 나무들이 전기톱에 잘려나가는 모습을 보며 제주의 아름드리 나무들에 주목하게 된 작가는 나무에 눈동자를 그려주기 시작했다. 돌에도 눈동자를 그려넣었다. 이후 제주의 숲, 즉 '곶자왈'을 본격적으로 탐구하며 작가는 나무와 풀, 돌과 물이 모여 거대한 숲(곶자왈)을 이룬 곳이 제주도임을 드러내는 작업을 왕성하게 전개했다.
김품창의 이번 전시에는 제주 곶자왈에, 제주도 창조신화인 설문대 할망 이야기를 현재의 인간 가족에 대입해 형상화해 그림들이 출품됐다. 김품창의 그림은 그림 속 선을 따라 가다보면 불쑥 동물이 나오고, 또다른 형상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한다. 이렇듯 선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여러 형상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데 이는 제주의 올레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혹자는 숨은 그림 찾기 같다고도 할 것이다.
작가는 제주 정착초기부터 즐겨 그려오던 고래를 숲그림에도 등장시켰다. 숲에서 유영하는 고래라니 바로 환상의 세계가 아닐 수 없다. 작가는 "돌 하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존재하기 때문에 인간이 존재할 수 있다"며 "나만의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자유로운 기법으로 어울림과 공존을 표현한 그림이 병원에서 투병하는 환자들과 가족들, 코로나로 지친 이들에게 위로가 되으면 한다"고 밝혔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rlwk= 김품창, '어울림의 공간: 제주환상', 한지에 아크릴릭. 146x210cm. 2022. [사진=김품창]. 2022.11.03 art29@newspim.com |
김품창은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나 경북 영주에서 성장했고, 추계예술대학교 미술학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작가로 데뷔했다. 2001년 가족과 함께 제주도로 이주했다. 2003년 등단한 부인 장수명 또한 남편과 함께 제주의 아름다움을 동화에 담고 있는 작가다. 여러 권의 동화책을 출간한 장수명은 내년에도 창작동화를 출간할 예정이다.
김품창은 서귀포에 정착한 이래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개인전을 비롯해 17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다수의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과 제주문화예술위원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김품창 제주15년'이 있다. 내년에는 20여 년간 제주에서의 창작생활을 담은 글과 그림을 엮어 에세이를 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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