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방보경 인턴기자 = "조심스러운 기간이니까요."
지난 7일 방문한 서울의 한 편의점 창고에는 대형 빼빼로 스무 상자가 쌓여 있었다. 성인 여성이 손을 뻗으면 간신히 닿을 높이였다. 점주는 상자를 하나하나 가리키며 원하면 얼마든지 빼주겠다고 했지만, '언제쯤 빼빼로를 (밖에)내놓을 거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점주는 커다란 빼빼로를 오는 8일부터 내놓겠다고 했다. 본사에서 내려온 공지에 따라 결정을 내렸다. 매대 진열을 잠시만 미뤄달라는 방침에 그는 십분 동의했다. 매대의 소형 빼빼로도 다른 과자들과 섞여 있어 행사 여부를 알아보기 어렵다.
국민 전체가 애도를 표하는 시기, 유통업계도 조심스러워졌다.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업체들은 행사를 축소 중이다. 일명 '잠잠한 마케팅'이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인턴기자 =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유통업계는 행사를 최소화하고 있다. 편의점 매대의 소형 빼빼로가 다른 과자들과 섞여 있는 모습. 2022.11.07 hello@newspim.com |
편의점은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 9월에 빼빼로 발주가 완료된지라 판매는 그대로 진행하나, 경품 혜택 같은 대규모 이벤트를 자제한다는 입장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기보다는 상품 판매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CU 관계자도 "점포 외부에 가판대를 꺼내지 않는 등 진열을 축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빼빼로 판매는 진행하되 과거처럼 화려한 분위기 장식은 최소화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마케팅 과정에서 행사 느낌이 날 수 있는 단어들은 최대한 배제하고 있다"며 "다만 고객이 구매하기에 용이하도록 매대를 구성해서 쇼핑 편의는 챙기고 있다"고 전했다.
막대과자 제조사들은 마케팅을 일절 하지 않는다. 유통사는 판매를 점주의 재량에 맡기겠지만, 납품처인 제과업체는 주도적으로 광고를 하기 어렵다는 것.
롯데제과는 매년 TV 광고나 SNS 등을 통해 빼빼로데이 마케팅을 진행해왔다. TV 광고에는 '빼빼로 프렌즈'라는 자체 캐릭터 10종류를 홍보에 활용했고, 빼빼로데이 때마다 볼펜·고데기 등 다양한 굿즈도 선보였다. SNS에서는 빼빼로데이 관련 이벤트도 진행했다.
연례행사로 치러온 롯데제과의 마케팅은 진행되지 않을 예정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광고라든지 SNS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유통점에서 매대를 꾸미는 등의 빼빼로데이 행사는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라운해태 관계자도 "원래 행사를 크게 하지도 않았지만 올해도 마케팅을 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해태제과는 빼빼로와 비슷한 모양의 과자 '포키'를 제조한다.
[서울=뉴스핌] 방보경 인턴기자 = 지난 3일 서울 한 편의점 앞쪽에 빼빼로를 비닐로 덮어두고 있다. 2022.11.03 hello@newspim.com |
연말 행사도 취소되며 유통업계 전반에는 잠잠한 분위기가 이어질 예정이다. 대표적인 예가 월드컵이다. 지난 4일 대한축구협회는 카타르월드컵 광화문 거리응원을 무르겠다고 했다.
월드컵을 공식 후원하는 맥주 브랜드 버드와이저도 행사 방안을 고민하게 됐다. 버드와이저는 오는 24일부터 성수동에서 월드컵 응원 축제 '버드엑스(BudX) FIFA 팬 페스티벌 서울'을 3회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버드와이저 측은 "월드컵 공식스폰서로서 버드 팬페스티벌의 진행 여부 및 방향성에 대해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월드컵 프로모션을 하지 않는 업체도 예외는 없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지난주에는 런칭했던 TV 광고를 포함해서 홍보 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며 "연말 특수에도 광고나 홍보 활동은 자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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