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나 기자 = 구현모 KT 대표의 대표직 연임 가능성이 높아지며 정치적 외풍에 시달렸던 KT가 정권 교체 후에도 자립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8일 KT는 오전 9시에 제 18차 이사회를 열고 KT 대표이사 선임 추진안을 의결했다. KT는 이사회 의결사항에 따라 구현모 대표의 연임 적격을 심사하기 위해 대표이사 후보 심사 위원회를 구성했다. KT 측은 "정관 및 관련 규정에 따라 심사할 예정"이라며 "이사회에서 논의가 구체화되면 추후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12년만 내부출신 대표, 연임 도전
구현모 KT 대표 [사진=KT] |
구현모 대표는 12년 만에 나온 KT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구 대표는 1987년 한국전기통신공사(옛 KT)로 입사해 35년 동안 KT에서만 일 한 정통 'KT맨'이다. 그는 KT에서 경영지원 총괄, 경영기획부문장,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등을 역임했고 기업 단위 전략과 기획 업무를 맡았다.
구현모 대표가 2020년 KT 대표 자리에 올랐을 때 주목됐던 것은 정치권에서 낙하산으로 대표가 내려오던 관행이 깨지고 내부 출신으로 대표 자리에 올랐다는 점이었다.
2009년 취임해 KT 회장직을 수행했던 이석채 전 회장은 김영삼 정부 시절 정보통신부장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을 지낸 인물로 'MB 낙하산'으로 불렸다. 2014년 KT 회장으로 취임한 황창규 전 회장은 삼성전자 출신으로 2010~2013년엔 이명박 정부 지식경제 R&D 전략기획단장을 역임해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 했다.
◆KT 주가부양 약속지킨 구현모...'디지코'로 KT방향 제시
구현모 KT 대표는 2020년 대표 자리에 오른 후 가장 공을 들였던 부분은 주가 부양이다. 구 대표는 2020년 10월 취임 후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밝혔고, 이후 조직개편을 통해 '기업가치홍보팀'이라는 홍보조직을 신설, 자본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했다.
이에 KT 2020년 3월 2만3000원선에 머물렀던 KT 주가는 현재 3만6000원 선에 안착하며 50% 넘게 올랐다. 올해 3분기엔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2012년 이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KT 측은 KT 영업이익이 는 것이 디지털플랫폼 기업 '디지코(DIGICO)'로의 전환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디지코는 구현모 대표 체제 이후 구 대표의 색깔을 드러낸 KT의 방향 설정이었다. 기존 통신사업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통신사업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기술 역량을 더해 디지털 산업에 맞는 인프라를 갖추며 성장하겠다는 로드맵이다.
단, 3분기 KT 호실적은 임단협이 미뤄지며 일회성 비용이 들어가지 않은 영향이란 분석도 있다. KT 내부 관계자는 "KT 임단협은 미뤄지고 있고, 일각에선 해를 넘길 것이란 이야기도 있다"면서 "임단협은 대표와 하게 되는데 연임건이 걸려 있다 보니 계속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민연금 표심 어디로? 넘어야 할 산
이사회를 통해 연임의 첫 단추는 끼워졌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KT 사정에 정통한 국회 한 고위관계자는 "일단 이사회에 연임 우선심사 안건이 결정됐다는 것은 대통령실이나 정부 여당과 합의점을 찾았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만약 그렇지 않고 진행된 사안이라면 구 대표를 쫒아내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KT는 국민연금공단이 최대주주로 지분 13%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3월 국민연금은 박종욱 KT 각자 대표이사(사장)를 사내이사에 재선임하는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박 대표 재선임안 반대 사유로 "기업 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는 자에 해당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로 약식 기소된 뒤 정치자금법 위반, 업무횡령 혐의로 약식명령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구현모 대표 역시 같은 사안으로 재판을 받았으며, 약식 기소돼 벌금형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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