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미국 정부가 불법 무기 프로그램에 필요한 물자와 자금 조달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 고려항공 관계자 2명을 전격 제재하고, 가상화폐 믹서 업체인 '토네이도 캐시'를 제재 대상으로 재지정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은 8일(현지시각) 고려항공에 근무 중인 북한 단둥사무소 대표 리석과 고려항공 물류 매니저인 중국인 옌즈융에 대한 독자 제재를 발표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9일 보도했다.
북한 국적기인 고려항공 소속 항공기가 베이징 공항서 대기 중인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해외자산통제실은 리석이 북한 로케트공업부를 대신해 중국에서 북한으로 전자부품을 운송했다고 밝혔다. 북한 군수공업부 산하 기관인 로케트공업부는 지난해 4월 미사일 관련 물자 조달을 위해 북한 해외 대표부와 협력한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의 제재 명단에 오른 바 있다.
리석이 소속된 고려항공도 지난 2016년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기관이다. 리석은 제재 대상인 로케트공업부와 고려항공을 직간접적으로 대리했다는 이유로 해외자산통제실의 특별지정제재대상(SDN)이 됐다.
옌즈융은 북한 정찰총국을 대리해 중국에서 북한으로 물품을 운송한 사실이 제재 요인으로 제시됐다. 해외자산통제실은 옌즈융이 북한으로 향하는 물품에 대한 주요 연락책이자 중개인으로 활동했으며, 대북 물품 운송을 위해 베이징에 본사를 둔 한 회사를 이용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기존 대북제재 대상을 대리해 영리 활동을 하거나 물품을 운송하는 개인과 기관을 대통령 행정명령 13722호에 의거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해외자산통제실은 고려항공 관계자와 별도로 지난 8월 제재했던 가상화폐 믹서 업체인 '토네이도 캐시'를 제재 대상으로 재지정했다. 믹서란 가상화폐를 쪼개 누가 전송했는지 알 수 없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자금 추적과 사용처, 현금화 여부 등 가상화폐 거래 추적이 어려워진다.
북한 당국의 후원을 받는 해킹 조직 '라자루스'는 해킹 범죄로 탈취한 4억5500만달러 상당의 가상화폐를 돈세탁하는 데 토네이도 캐시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자산통제실은 보도자료에서 대통령 행정명령 13722호와 13694호에 의거해 토네이도 캐시를 제재 대상에서 해제하고 다시 지정한다며, 이전 제재는 이날 조치로 대체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8월 제재 당시엔 대통령 행정명령 13694호가 근거로 제시됐지만, 이번 재지정 조치엔 13722호가 추가됐다는 차이가 있다.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오늘 제재 조치는 북한 무기 프로그램의 주요 마디 2개를 겨냥한다"며 "그것은 수익 창출을 위한 사이버 범죄 등 불법 활동에 대한 의존도 증가와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지원을 위한 물품 조달과 운송 역량"이라고 지적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별도의 성명에서 "미국은 여러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자 역내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되는 불법 탄도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위해 북한이 물류와 재정 자원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하는 조치를 계속하고 있다"며 재무부가 미국의 독자 대북제재 조치를 취한 사실을 확인했다.
토네이도 캐시에 대한 제재 재지정 조치에 대해선 "미국은 불법 활동을 통한 북한 정권의 자금 조달 시도에 맞서는 데 전념하고 있고 그런 활동을 촉진하는 기관들에 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불법 무기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물질을 획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는 모든 나라에 북한 관련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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