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롯데케미칼이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국내 1위 동박 기업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등 향후 투자 자금 조달 방안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금리 인상과 더불어 레고 사태로 금융 시장 불안이 가중되면서 롯데케미칼의 재정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5조682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7.9%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4239억원으로 적자전환됐다.
여수 공장 전경. [사진=롯데케미칼] |
사업 부분별로 보면, 기초소재사업은 매출액 3조 5874억원, 영업손실 2770억원을 기록했다. 여수공장 정기 보수 완료와 신규 설비 가동으로 매출은 전분기 증가했지만 납사 등 핵심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부정적인 래깅효과(원유 도입에 따른 시간 지연 효과)가 반영되고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제품 수요가 하락하면서, 스프레드가 낮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첨단소재사업은 매출액 1조1613억원, 영업이익 121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의 역내 코로나 봉쇄 조치로 인한 수요 둔화로 수익성이 하락했다.
4분기에도 석유시황은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롯데케미칼은 신사업 투자는 현재진행형이다. 유통과 석유화학에 주력해온 롯데가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면서다.
전날 실적발표회에서 롯데케미칼은 "어려운 경영환경이지만 당사는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적 관전에서 신사업을 준비 중"이라며 "지난 10월 일진머티리얼즈 체결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금번 인수가 완료되면 당사의 미래 성장 동력인 전지소재 사업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일진머티리얼즈 경영권을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일진머티리얼즈의 지분 53.3%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할 방침이다.
인수 주체는 롯데케미칼의 미국 법인인 'LOTTE Battery Materials USA Corporation(LBM)'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9월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해 LBM에 2750억원을 출자했다.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할 시 단숨에 세계 4위 동박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리티얼즈 인수를 위한 자금을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 실적 발표에서 약 1조원을 현금 등 내부 자금으로 조달하고, 나머지 1조 7000억원을 금융 시장 등 외부에서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진머티리얼즈가 개발한 일렉포일. [사진=일진머티리얼즈] |
고금리로 인한 인수비용 부담에 대해선 "조달 금리가 다소 높은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다만 시장 이자율과는 괴리가 없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회사채 시장 위축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고금리를 무릅쓰고 은행 대출 창구로 몰리는 상황에서 인수자금을 약 60% 이상을 외부에서 수혈받아야 한다.
이 외에도 '라인 프로젝트' 투자자금 조달도 마무리 단계다. 인도네시아에 초대형 석유화학단지를 짓는 프로젝트로, 롯데그룹의 최대 해외 투자규모인 39억달러(5조3976억원)가 투입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인도네시아 라인프로젝트 등 관련해서는 70% 정도의 부채 비율을 예상한다"며 "현재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53%로 양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롯데케미칼의 순차입금은 9343억원이다. 현금 자산은 3조3390억원이지만, 차입금이 4조2733억원까지 늘었기 때문이다.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이후에 현금 자산은 줄고 차입금은 늘면서 순차입금 규모는 커지는 등 재정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화학사와 달리 리튬이온 배터리를 오래 준비하지 못한 롯데 입장에서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기업 인수로 배터리 소재에 힘을 주는 것은 합리적 선택"이라며 "다만 일진머티리얼즈 협상 과정에서 조급함에 단독 입찰의 장점을 못 살린 점은 아쉽다"고 평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고부가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와 사업 체질 변화를 적극 추진하고, 미래 비전 달성을 위한 수소에너지, 배터리 소재, 리사이클∙바이오 플라스틱 사업 등 신사업 투자는 속도감 있게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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