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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가고시안화랑, LVMH 인수설 부인..그런데 소문 왜 증폭?

기사등록 : 2022-11-18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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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최고딜러 래리 가고시안,독신에 자식없어
승계작업 계속 미루자 후계구도 안갯속
새로 만든 이사회에 LVMH 딸 포진해 루머확산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명품왕국인 LVMH(루이비통모엣헤네시)가 세계 최대 화랑인 가고시안(Gagosian)을 인수한다는 소문에 최근 미술계가 들끓었다. 그러자 가고시안의 회장이자 지분 100%를 소유 중인 래리 가고시안(77)이 직접 나서 이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머는 끊이지 않은채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미국 뉴욕 980 메디슨 애비뉴의 가고시안 갤러리. [사진=가고시안 화랑] 2022.11.18 art29@newspim.com

화랑 대표가 공식적으로 "LVMH 그룹에 가고시안 갤러리을 넘길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밝혔으나 소문이 여전한 것은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이유는 래리 가고시안이 독신인 데다, 화랑을 물려줄 자손도, 후계자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 1980년 미국 로스앤젤리스에서 화랑을 열어 올해로 43년째 세계 최고의 글로벌 갤러리를 이끌고 있는 래리 가고시안은 여든을 눈 앞에 두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화랑을 넘겨받을 후계자를 지목하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자식이 없으니 상속과 후계작업을 서둘러야 하는데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매년 10억달러(한화 약1조35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파악되는 세계 1위 메가 화랑 가고시안을 이끄는 래리 가고시안(77). 뛰어난 안목과 돌파력, 집중력 등을 두루 갖춘 전설적인 아트딜러다. 그러나 독신에, 자식이 없어 승계작업을 못하고 있다. [사진=헤럴드 커닝햄,게티이미지] 2022.11.18 art29@newspim.com

다음으로 소문이 꺼지지 않는 이유는 가고시안이 지난해 12명의 인사들로 이사회를 새로 결성하며 LVMH그룹의 장녀인 델핀 아르노(47)를 이사로 선임했기 때문이다. 상업화랑이 (아무리 규모가 크다고 해도) 외부 이사를 12명이나 선임해 별도의 이사회를 만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사회 멤버 중에는 헤지펀드 매니저, 테크기업 설립자 등 억만장자들이 즐비하고, 영화제작자(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딸, 소피아 코폴라(51))와 아티스트(영국 화가 제니 사빌)도 포함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싹수가 보이는 명품브랜드라면 수단방법 가리지않고 집어삼키는 '럭셔리업계 적대적 M&A의 귀재' 베르나르 아르노 LVMH그룹 회장(73)의 딸이자 루이비통 부사장인 델핀 아르노가 가고시안 이사회 멤버로 위촉된 것. 그러다보니 '인수설은 루머일 뿐 사실무근'이라고 아무리 밝혀도 소문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가고시안측은 델핀 아르노가 예술애호가이자 아트컬렉터여서 위촉했고, 다른 이사회 멤버들도 대부분 컬렉터라고 밝혔다. 실제로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토밀슨 힐 블랙스톤그룹 부회장과 금융인인 글렌 퍼맨, Snap Inc의 설립자인 에반 슈피겔 등도 미국서 알아주는 슈퍼컬렉터다. 러시아계 유명인사인 다사 주코바(41)도 사업가이자 아트컬렉터이다. 주코바는 한때 러시아의 억만장자인 로만 아브라모비치(56)와 파트너로 지내며 초고가의 블루칩을 수집해, 모스크바에 현대미술관인 더개러지아트센터를 만들기도 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델핀 아르노 루이비통 부사장. [사진= LVMH그룹] 2022.11.18 art29@newspim.com

하지만 델핀 아르노는 같은 슈퍼컬렉터라 해도 LVMH 그룹 상속녀라는 점에서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가고시안 갤러리는 세계 최고의 브랜드파워를 지닌 명문화랑인 데다, 마침 후계자도 없으니 LVMH가 눈독을 들일만 하다는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미술사업에도 관심이 지대해 한때 미술품경매사인 필립스를 인수한 적도 있다. 또 파리 볼로뉴숲에 '루이비통파운데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어마어마한 뮤지엄도 세웠고, 루이비통을 비롯해 그룹 내 거의 모든 명품브랜드들이 아트와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가고시안은 탐나는 브랜드이자 기업인 것만은 틀림없다.

가고시안측은 성명서에서 "금융계 재계 예술계를 망라해 이사회를 조직한 것은 갤러리의 전략적 사고와 미래 비전에 대한 과감한 논의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며 "미술가들이 직면할 기회와 도전, 컬렉션의 미래에 대해 이사회 멤버들과 대화하며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수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새로 구성된 이사회는 매년 봄가을 두차례 회의를 갖고, 갤러리 경영 전반에 대해 자문한다. 올해는 5월과 11월에 회의가 열렸다. 래리 가고시안은 "11월 회의는 이사들의 열띤 호응으로 3시간반이나 진행됐다.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로 이뤄진 이사들이 서로 다른 관점과 시각에서 갤러리의 향후 비전과 가야할 방향,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를 헤쳐갈 다양한 전략을 들려줘 매우 유익했다"고 말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미국 LA 비버리힐스의 가고시안 갤러리. [사진=가고시안 화랑] 2022.11.18 art29@newspim.com

한편 가라앉지 않는 LVMH 인수설의 진위를 묻는 뉴욕타임스의 질문에 대해 래리 가고시안은 "여러 차례 밝혔듯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한번도 논의한 적 없고, 회사를 팔겠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내가 100% 소유 중인 회사에, 다른 누구의 투자를 받는 것도 원치 않는다. 나는 내 것을 (온전히) 내가 컨트롤하는 걸 좋아한다(I like to control what I've got)."고 단호하게 말했다.

승계작업에 대한 질문에는 "나 자신도 과연 누가 내 뒤를 이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가족이 없는 나같은 경우 승계작업은 더욱 까다로운 것 같다"고 답했다. 아직도 아트 비즈니스에 대한 열정으로 피가 끓고 있고, 현대미술에 대한 직관력과 이해, 고객과의 소통에 있어선 누구보다도 깊고 노련하게 다져진 역량을 계속 펼치겠다는 얘기다.

1970년대초 LA거리에서 아트포스터를 팔며 미술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1980년 갤러리를 창업해 지금은 세계 7개국에 19개의 분점을 내며 '화랑의 브랜드화, 글로벌화'를 주도한 이 집요하고 야심만만한 갤러리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 나는 좀 반골이었다. 삐딱했다. 외로운 늑대 기질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수완이 있었고,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걸 좋아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스위스 제네바의 가고시안 갤러리 [사진=가고시안 화랑] 2022.11.18 art29@newspim.com

화랑이 궤도에 오르면서 반항기로 똘똘 뭉쳤던 남자는 변해갔다. 오묘하고 변화무쌍한 현대미술에 몰입하다 보니 많은 게 바뀐 것이다. 근래에는 코로나 팬데믹도 그를 바꿔놓았다. 100명에 가까운 최정예 전속작가와 세계 각지의 화랑을 굴리느라 숨가빴던 그는 팬데믹으로 자신과 화랑을 되돌아보았다고 한다. 래리 가고시안은 "가고시안이 아주 유기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음을 비로소 확인해 기뻤다. 일을 좀 더 맥락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티스트들과도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에서 연매출 10억달러(한화 약1조3500억원)를 올리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고시안 갤러리는 영향력 1위에, 작가및 컬렉터 네트워크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동안 가고시안이 키워낸 스타작가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잭슨 폴락, 프랜시스 베이컨, 사이 톰블리, 도널드 저드, 빌렘 드 쿠닝, 에드 루샤 등 미국과 유럽의 주요 작가들이 가고시안을 거쳐갔다. 현재도 기라성같은 작가들을 전속으로 두고 있다. 안젤름 키퍼, 리차드 세라, 로버트 테리안에서부터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시에스터 게이츠, 자네 파도 주티미, 안나 웨이언트에 이르까지 압도적인 작가군과 최고의 전시를 통해 글로벌 컬렉터들을 사로잡고 있다.

가고시안은 지난 40년간 데이비드 록펠러, 로널드 로더, 데이비드 게펜, 스티븐 코언, 리언 블랙, 스티브 윈 등 내로라하는 슈퍼리치들을 모두 고객으로 두고, 그들의 화려한 아트컬렉션 구축에 기여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베르나르 아르노 LVMH그룹 회장.[사진=LVMH] 2022.11.18 art29@newspim.com

43년을 쉼없이 달려온, 뼛속까지 아트딜러인 래리 가고시안은 다시 태어나도 딜러의 길을 갈 듯하다. 그렇다보니 자신이 세운 '아트왕국'을 남에게 선뜻 내주지 못하고 있다. 그의 주변에는 2018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한 화랑계에서 이골이 난 앤드류 패브리칸트(67)를 비롯해 뛰어난 파트너 7명이 포진해있다. 그러나 아직은 누구를 후계자로 앉힐지를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게 가고시안의 말이다.

하지만 글로벌 비즈니스업계는 더없이 냉혹하고,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법이다. "절대 안판다" "고려한 적 없다"고 단호히 부인하는 게 인수금액을 올리기 위한 전략일 수도 있다. 또 지금은 일체 입을 닫고 있지만 '캐시미어를 입은 늑대'로 불리는 베르나르 아르노가 어떤 카드를 들이밀며 가고시안이란 최고 브랜드를 덥썩 삼킬진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지구촌 수많은 갤러리들은 아무리 기업형으로 규모가 커져도 거의 대부분이 가족경영 체제다. 오너 비즈니스라는 특성 때문으로, 창업자들은 그래서 자식들을 일찍부터 후계자로 키운다. 대를 이어 가업을 승계하는 구도인데 글로벌 2위 화랑인 페이스가 그렇고, 3위의 하우저앤워스, 그리고 데이비드 즈워너 등등 대부분이 그렇다.

메가 갤러리 중 자식이 없는 경우는 가고시안이 거의 유일한 케이스다. 래리 가고시안 또한 승계작업이 필요함을 분명 알고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두르기는 커녕,여전히 꿈쩍도 않고 있다. 때문에 명품왕국인 LVMH가 아트왕국인 가고시안을 그대로 둘 것인지, 아니면 무슨 수를 쓸 것인지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너의 노화로 세대교체와 혁신의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가고시안이 전만 못하다는 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화랑거함' 가고시안이 과연 격전의 바다를 예전처럼 선두에서 당당히 운항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art2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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