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 그동안 군 총참모부 등 군부가 주도했던 북한의 대미 강공 드라이브 바통이 요 며칠사이 외무성 쪽으로 넘어간 형국이다.
외무성 간부는 물론 최선희 외무상까지 전면에 나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입장 표명과 함께 인권 문제 등 대미 이슈에 사사건건 대응하고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 [사진=로이터 뉴스핌] |
북한은 17일 오전 9시께 최선희 외무상 명의의 담화를 발표하고 "미국이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에 집념하면 할수록, 조선반도와 지역에서 도발적이며 허세적인 군사적 활동들을 강화하면 할수록 그에 정비례해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를 갖고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확장억제를 강화하기로 한 걸 비난한 것이다.
북한은 최선희 담화 발표 1시간 40분 정도 지나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발을 발사했다.
최선희의 말이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 강도 높은 군사적 도발로 이러질 수 있음을 보여주려 한 것으로, 외무상인 최선희의 말에 무게를 실으려는 북한 당국의 의도가 담긴 미사일 발사로 해석됐다.
북한은 18일에는 먼저 미사일 도발을 한 뒤 외무성이 나서는 수순을 밟았다.
북한이 지난 4월 25일 밤 개최한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기념 열병식에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17형이 등장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이날 북한은 오전 10시 15분께 평양 인근 순안 지역에서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쏘아 올렸다. 지난 3일 발사한 '화성-17형'과 동종의 미사일로 우리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은 이어 오후에는 외무성 국제기구국장을 내세웠다.
그는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17일 대북 인권 결의안을 채택한데 대해 "미국과 추종 세력들의 불법무도한 대조선 적대시정책의 산물인 인권결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며 전면 배격한다"며 "적대세력들의 반공화국 인권 모략책동에 철저히,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엄포를 놓았다.
북한은 지난 9월 25일부터 보름 간 이어진 이른바 전술핵 운용 훈련을 군부인 총참모부 주도로 실시했다.
또 지난 7일에는 한미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해 지난 2∼5일 남한을 겨냥한 군사 작전을 진행했다며 "울산 앞바다에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해 진위 여부를 놓고 우리 군 당국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외무성이 전면에 나선 건 한반도와 주변 수역에 한정됐던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나 항공 전력의 위협·시위 비행이 미국과의 대립이나 담판을 염두에 둔 쪽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SNS] 2022.11.13 photo@newspim.com |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ICBM 발사는 9월 25일부터 본격화된 전술핵 부대 운용을 내세운 미사일 발사를 통해 한국과 일본·괌을 타격할 수 있는 저위력(전술핵) 능력을 보여준 북한이 미 본토 타격 능력을 지속 개발 중임을 시위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거리 미사일이나 순항미사일, 재래식 포병 전력 등을 동원한 도발을 주도하는 건 총참모부 등 군부가 담당해왔지만 이제 ICBM 등 미국을 겨냥한 핵과 미사일 도발 국면에서는 외무성이 전면에 나서는 게 필요했을 것이란 얘기다.
특히 지난 6월 외무상 취임 이후 첫 공개 담화를 내놓으면서 최선희가 나섰다는 건 미국을 겨냥한 김정은의 승부수가 시작됐음을 의미할 수 있다.
박 교수는 "ICBM을 포함한 미사일 30여발 이상을 집중 발사한 형태의 도발은 북한이 장기간 지속하기에 비용이 너무 크다"며 "단기간 집중 도발을 통해 최대치의 긴장을 조성한 후 국면을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7일 노동당 중앙간부학교를 방문해 연설한 것을 마지막으로 한 달 넘게 공개석상에 등장 않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들어 최장의 공백으로 최근 한미일 정상회담이나 한미, 한중 정상회담 등 한반도와 주변정세가 긴박하게 움직이는 상황에서도 두문불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지난 여름 코로나19 감염 이후 공개활동이나 회의 주재를 줄이고 컨디션 회복에 집중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장기 공백의 속사정을 대북 감시망을 통해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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