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은혜 기자=# 올해 신차 구매를 계획하고 현대캐피탈에 할부금융을 알아보던 A씨(37세·남)는 고민 끝에 신차 구매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캐피탈사들의 자동차 할부금융 금리가 최대 10%대로 뛰어 현재 금리로 신차를 구매하면 자동차 값이 예상보다 크게 높아져서다. 내년에 금리 상승세가 진정되면 할부금융 금리도 다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언제 그 시점이 찾아올 지 몰라 답답하다.
고금리 기조에 캐피탈사들의 자동차 할부금융 금리가 10%대로 뛰어 소비자들이 신차 구매를 미루자 캐피탈사 자산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 할부금융 부문 자산이 1년새 0.5% 줄었다. 여전채 금리가 이미 6%를 넘은 상황에서 고금리 기조에 신차 구매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돼 내년 완성체 업체의 영업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사진= 현대차] |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캐피탈사 23곳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20조9494억원으로 전년 동기(21조539억원) 대비 0.50% 줄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현대캐피탈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지난해 상반기 14조3945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4조1711억원으로 1.55% 감소했다.
이는 올해 캐피탈사들의 자동차 할부금융 금리가 크게 오른 탓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완성차 시장 판매량 1위 상품인 현대자동차의 그랜저를 현금구매비율 30%, 할부기간 60개월로 구매한다고 가정할 경우 현대캐피탈의 금리는 6.1~10.4%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분기 평균 실제금리(3.61%) 대비 2배 가까이 뛴 값이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기아의 관계사로 다른 캐피탈사 대비 최저 금리가 낮은 편이다. 같은 조건에서 동종업계인 KB캐피탈의 금리는 9.8~10.5%, 하나캐피탈은 10~10.5%, 메리츠캐피탈은 6.9~10.9%, BNK캐피탈은 9.5~12%로 공시돼있다. 올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자동차 소비심리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됐으나 할부금융이 올라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캐피탈사들이 할부금융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고금리 기조에 채권시장 경색으로 금리가 급등하면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 탓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날 현재 신용등급 AA+의 여전채 3년물 금리는 5.947%로 연초 대비 3% 넘게 올랐다. 캐피탈사들은 신용등급면에서 상대적인 열위에 있어 금리가 더 높다. 캐피탈사들 중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현대캐피탈(AA)의 3년물 금리는 6.028%이다.
캐피탈사와 같은 여전사들은 필요자금의 60~70%를 채권으로 조달하는데, 채권 금리는 과도하게 오른 반면 법정 최고금리는 제한돼있어 역마진이 우려된다. 캐피탈사 관계자는 "영업의 대부분이 자동차 할부금융인 만큼 해당 상품의 금리를 올리면 영업 타격이 크다"며 "하지만 조달 부담이 가라앉지 않아 역마진 우려가 커져 울며 겨자먹기로 자동차 할부금융의 금리를 올렸다"고 토로했다.
자동차 소비심리 악화 현상은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북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급 악화로 타격을 입었던 자동차 생산·판매는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판매 회복은 공급 개선보다 상대적으로 더디다"며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추세적으로 개선됐던 차량 구매 환경 개선 요인인 매력적인 차량 가격과 낮은 금리는 올 들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완성체 업체들의 내년 영업환경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2023년 자동차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세계 자동차 수요는 상반기에 내수·수출·생산 모두 줄어들 것"이라며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로 실질적인 신규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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