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 부회장이 그룹을 함께 이끌어 갈 파트너를 마케팅 전문가에서 재무통으로 교체했다. 길어지는 제주항공 적자로 그룹 지주사의 재무구조까지 흔들리자 전문가를 투입해 재무건전성을 우선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AK홀딩스는 지난 21일 애경자산관리 투자부문 백차현 대표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백차현 신임 대표는 1992년 애경산업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8년간 애경그룹에서 근무한 애경맨이다. 백차현 신임 대표는 애경그룹이 "재무 분야에서 많은 경험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할 정도의 '재무통'으로 분류된다. 앞으로 채형석 부회장과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애경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백차현 AK홀딩스 신임 대표이사 [사진=AK홀딩스] |
신임 대표이사 선임은 이석주 전 대표가 물러난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석주 전 대표는 2008년 애경그룹에 입사해 애경산업과 제주항공에서 마케팅본부장을 맡은 기획·마케팅 전문가다. 2017년 제주항공 대표이사를 맡아 치열한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시장에서 제주항공을 업계 1위로 올려놓았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AK홀딩스 대표이사에 올라 채형석 부회장과 손발을 맞췄다.
내년 6월까지 사내이사 임기가 남아있던 이 전 대표가 물러난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도래한 항공시장 침체가 그룹 재무구조에 큰 위협이 됐기 때문이다. 여행객이 급감하며 제주항공의 적자 규모는 2019년 329억원에서 2020년과 지난해 3358억원, 3172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올해도 3분기 누적 117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최대주주인 AK홀딩스의 재무제표도 급속도로 악화됐다. 지난 2019년 131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AK홀딩스는 2020년 2216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지난해에도 1657억원의 적자, 올해도 3분기까지 669억원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AK홀딩스는 제주항공 지분 50.8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3분기 말 기준 제주항공의 부채비율은 1914%에 달한다. 특히 올 3분기 말 기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 보다 3243억원을 초과해 지속적으로 자금 수급이 필요한 상황이다. 재무구조개선 계획을 추진 중인 애경그룹도 제주항공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 9월에도 제주항공 유상증자를 위해 13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지난 2020년과 지난해 각각 688억원, 884억원 규모의 출자를 단행한 후 세 번째 자금 지원이다.
지속적인 자금 유입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채 부회장이 백 신임 대표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다. AK홀딩스는 이번 인사를 통해 애경그룹의 책임경영체제와 재무건전성을 더욱 견고히 해 투자형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상신 AK홀딩스 인사팀장(상무)은 "애경그룹은 그동안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경영체제 하에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며 혁신과 변화를 추진해 왔다"며 "그 과정에서 증가한 내부의 다양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고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책임경영 체제를 안착시켜 새로운 혁신과 변화에 도전하며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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