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코로나 방역을 위한 주거 임시 봉쇄를 24시간을 넘기지 말것. 주민 편의 보장 서비스에 만전을 기할 것'.
주말인 11월 26일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 보성원 아파트에서 단지 봉쇄에 항의하는 주민 시위가 발생한 다음날인 27일 베이징시가 새로 내놓은 방역 통제 수정 지침이다.
베이징 한인 밀집촌, 기자가 거주하는 왕징의 보성원 아파트 주민들은 토요일인 26일 새벽 잠을 깨자마자 28일까지 3일 동안 건강 모니터링을 위해 단지를 봉쇄한다는 내용의 황당한 통지문을 접했다.
통지를 내린 주민위는 질병통제 센터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했지만 주민들은 법적 근거를 따지며 거세게 항의했다. 주민들은 공식 행정 단위인 가도(街道, 동사무소)의 직인이 찍힌 문서를 제시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가 격렬헤질 찰나 봉쇄가 풀렸다.
수도 베이징에서 코로나 봉쇄 통제에 항의하는 아파트 주민 집단 시위가 발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주민의 집단 반발에 밀려 당국이 주민 단지 봉쇄 조치를 철회한 것도 역시 흔치 않은 일이다.
이 사건은 주민들의 집단행동이 기본권을 수호한 사례로 여겨지면서 더우인(틱톡) 등 중국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 확산됐다. 사건의 전말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권리의식에 대한 주민들의 자각을 일깨울 것으로 보인다.
통태청령(제로코로나) 코로나 통제에 항거하는 주민 시위는 최근들어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발생 3년째 철통같은 제로코로나 정책이 지속되면서 서민들은 일자리를 잃고 생계 위협에 직면했다. 생사의 기로에선 사람들은 서슴없이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중국인 친구는 아침에 목격하고 취재한 시위 상황을 전달했더니 한마디로 공산당이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패착을 범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 고강도 코로나 방역 동태청령을 지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당국이 쉽게 발을 빼지 못하는 사이에 민심 이반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귀뜸했다.
2022년 11월 하순, 중국 현지에서 볼때 동태청령 코로나 방역정책에 대한 중국 인민들의 불신과 불만은 하늘을 찌를 태세다. 과학적 방역이라는 정부 선전에 주민들은 '허무맹랑한 소리하지 말고 제발 서민 고통이나 좀 덜어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한 중국 매체는 진짜 과학적 방역이 뭔지를 같은 사회주의권 베트남의 위드코로나 성공 사례를 들어 심층 조명했다. 중국 상황은 일체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기사는 행간을 통해 과학방역 운운하는 중국 동태쳥령의 허구를 신랄하게 지적하고 있었다. 기사는 수시간 후 삭제되고 말았다.
중국은 제로코로나 동태청령을 고집하는 바람에 방역에 실패하고 경제 회복의 기회도 놓쳤으며 내부 민심 이반, 국제사회의 여론 악화 등 국내외적으로 만회하기 쉽지않은 타격을 입었다. 뭣보다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기 시작한 인민 불만은 체제 안정에 두고두고 도전이 될 전망이다.
싸늘해진 민심과 산발적인 시위가 공산당 체제나 집권 기반에 당장 큰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큰 땜도 결국 작은 균열로 부터 붕괴가 시작되는 법이다. 코로나 대응 국면에서 표출된 14억 인민의 미묘한 민심 동요는 공산당 입장에서도 결코 작게 보아넘길 일이 아닐 것 같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