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교통공사 노사간의 극적인 합의가 이뤄지면 6년만에 진행된 지하철 파업은 하루만에 종결됐다. 쟁점이었던 인력감축은 유보됐지만 양측이 협상과정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볼모로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만성적자에 따른 각종 문제는 여전해 불안감이 크다.
◆만성적자 여전...안전대책 충분할까
양측의 쟁점은 인력감축이다. 만성적자 해소를 위해 공사가 내놓은 2026년까지 1539명을 단계적으로 인력을 줄인다는 방침에 노조는 '결사반대'로 맞서며 결국 파업으로 이어졌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한 30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전날 임금·단체협약 협상 결렬에 따라 이날 주간 근무가 시작되는 오전 6시 30분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2022.11.30 mironj19@newspim.com |
'강제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협의를 이끌어냈지만 갈등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강제'는 없지만 '감축' 자체가 없을지도 미지수다. 매년 반복되는 인력과 안전을 둘러싼 논란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 진단이다.
매년 1조원, 누적 16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중인 현황을 감안할 때 근본적인 재정해법이 없다면 구조조정 이슈는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유일한 해법으로 평가받는 정부지원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시민 불편에도 파업, 볼모가 된 '안전'
이번 파업으로 노사 양측 모두 국민의 '안전'을 볼모로 했다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안전관리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책없는 인력감축을 주장한 공사나 출퇴근 혼잡이 충분히 예상됨에서 파업을 감행한 노조나 다를 바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출근길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40대) 씨는 "안 그래도 불안한 요즘인데 보란 듯이 파업을 했다. 지하철이 미어터지든, 그래서 사람이 다치든 결국 신경 안 쓰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살려면 알아서 조심해야 겠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고 냉소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이태원 사고 관련 입장발표를 앞두고 생각에 잠겨 있다. 2022.11.01 mironj19@newspim.com |
박모(30대) 씨 역시 "하루만에 극적 타협이라는 기사를 보고 결국 국민 눈치를 본거 아닌가 했다. 다들 화를 내니까, 더 욕먹으면 큰일 날 것 같으니 서둘러 화해한 느낌이다. 항상 피해를 보는 건 우리들"이라고 꼬집었다.
◆갈등의 골 깊어, 근본대책 마련해야
6년만에 파업이 곳곳에 깊은 갈등을 남겼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노조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겨냥해 '불통시장'이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이에 오 시장은 정치파업, 기획파업으로 깎아 내리며 맞받아졌다. 신당역 역무원 살인사건 이후 안전대책을 놓고 노사가 대립을 겪은 데 이어 이번에는 서울시와 또 한축의 갈등선이 더해진 셈이다.
서울 지하철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는 적자다. 이미 정부의 지원 없이는 해결 불가능한 상황. 합심해 해법을 모색해도 부족할 서울시와 공사, 노조가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을 여전히 걷고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높다.
노사 양측은 파업에 따른 불편에 대해 사과하며 향후 상생을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 약속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안전을 볼모로 삼는 행태부터 근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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