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CJ제일제당과 쿠팡이 때아닌 갑질공방을 벌이고 있다. 마진율 협상을 둘러싼 양사의 갈등이 결국 발주 중단 사태로 이어긴 가운데 서로 상대편의 '갑질'이 원인이라며 책임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햇반, 비비고 등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CJ제일제당과 유통공룡 쿠팡의 힘겨루기라는 시각도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달 초 CJ제일제당의 햇반과 비비고 만두·김치 제품의 발주를 돌연 중단했다. 이에 따라 쿠팡이 기존에 확보했던 비비고, 햇반 등 CJ제일제당 제품의 재고가 소진되면 판매도 전면 중단될 예정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양사가 내년도 상품 마진율 협상 과정에서 의견차이로 갈등을 겪다 발생했다. 쿠팡은 CJ제일제당이 계약 당시 약속한 물량 등을 지키지 않아 발주 중단 조치를 했다는 입장이다. CJ제일제당 측이 당초 계약한 물량의 50~60%만 납품했다는 것이다.
2일 쿠팡에서 판매되고 있는 CJ제일제당의 햇반 제품. 비축한 재고 물량이 소진되면 쿠팡 사이트에서 햇반 판매도 중단될 예정이다. [사진=쿠팡 홈페이지 갈무리] |
쿠팡 측은 "연초부터 CJ제일제당은 수차례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한편 발주 약속물량을 터무니없이 공급하지 않는 등 갑질을 해왔다"며 "쿠팡은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기 위해 대기업들과 협상을 진행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CJ제일제당은 쿠팡 측이 무리한 마진율 인상을 요구했으며 이를 거절하자 일방적으로 상품 발주를 중단했다고 맞서고 있다. 양사의 올해 계약기한은 이달 말까지인데도 계약 종료 기한을 한 달여간 남긴 채 일방적으로 발주를 중단했다는 지적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출고가 인상은 원재료비 상승에 따른 조치로 온오프라인 모든 채널에 인상을 요청한 것"이라며 "발주 물량 얘기는 햇반 품목에 대한 것으로 갑질과는 관계없는 사안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햇반은 발주량만큼 생산량이 미치지 못해 대부분 채널에 공급이 다소 부족한 상황이고 쿠팡은 오히려 타 채널에 비해 발주량 대비 공급량을 높게 책정한 편이다"라며 쿠팡과의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발주중단을 통보받은 입장이라 현재로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양사의 피해도 각각 적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의 햇반은 국내 즉석밥 시장 점유율 70%를 유지하고 있는 메가브랜드다. 뿐만 아니라 식품업계 1위 업체로 비비고 만두, 김치를 비롯해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쿠팡 입장에서는 CJ제일제당제품을 고수하는 고객을 놓칠 수 있는 셈이다.
CJ제일제당 또한 이커머스 1위인 쿠팡에 들어가던 물량만큼 매출이 빠질 위기에 놓였다. 쿠팡에서 판매하는 햇반 등 CJ 관련 제품 매출은 연간 200억~300억원 가량으로 알려진다. 또한 이커머스시장에서 쿠팡 점유율은 20% 이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측의 갈등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사 모두에 사실상 '잃는 게임'인만큼 다시 협상테이블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사가 물량조절로 갑질을 한다는 쿠팡 측 주장을 뒤집어보면 그만큼 햇반의 브랜드 가치가 높다는 의미"라며 "그러나 시장환경이 이커머스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CJ제일제당이 쿠팡에 굽히고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쿠팡은 즉석밥 점유율 70%에 달하는 햇반을 상대로 제조사 길들이기를 하고 있고 CJ제일제당은 이커머스 1위로 갑의 위치에 있는 쿠팡에 맞서고 있다"며 "양쪽 모두 강력한 무기가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러울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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